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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과천에선 … 미술관이 가장 뜨겁다

중앙일보 2012.06.28 01:34 종합 26면 지면보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본관 2·3층 회랑에선 조각·공예 소장품전 ‘비밀의 숲’이 열리고 있다. 남는 공간을 채워 넣는 식이었던 소장품전이 달라졌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에서 활동한 이응로(1904∼89) 화백은 앵포르멜(비정형 추상)이라는 당시 서구 미술사조와 결부된 작업을 하면서도 캔버스에 한지를 찢어 붙였다.

현대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구색만 갖춘 전시 이젠 그만”
6800여 작품 테마별 나눠



 단색조 추상화로 이름난 정창섭(1927∼2011) 서울대 교수는 1970년대 민족기록화 ‘을지문덕’도 그렸다. 19세기 나폴레옹을 그린 자크 루이 다비드식의 고전주의 화풍으로 살수대첩의 영웅을 미화했다.



 민중미술가 이종구(57) 중앙대 교수는 양곡부대에 농민의 얼굴을 그렸고, 강원도 태백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황재형(60) 씨는 탄광의 월급 영수증에 광부의 얼굴을 목판화로 찍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본관 3·4전시실에서 열리는 소장품 특별전 ‘한국 근대미술_거대서사Ⅰ’에 나온 작품들이다. 140여 점의 서로 다른 회화·조각이 오롯이 한국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박미화 학예연구사는 “추상이든 구상이든, 시대 사조가 바뀌어도 변치 않는 것은 그리는 이나 보는 이나 한국적 정체성에 골몰했다. 시대를 반영하고 민중의 소리를 담으면서도 한국적 정체성이라는 큰 담론이 일관되게 한국 현대미술의 저변에 흐르고 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사진 소장품전 ‘침묵의 이미지’에 나온 토마스 스트루스(58)의 ‘파라다이스, 브라질’(2001).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이 달라졌다. ‘소장품을 연구하고 그걸 전시로 보여준다’는 미술관의 본령에 한층 다가갔다. 그 동안은 소장품 6800여 점의 존재감이 약했다. 2년에 한 번 꼴로 추상미술·구상미술, 혹은 한국화·서양화 등 장르별로 연대기적으로 늘어놓았을 뿐이다. 과천 본관의 2·3층 긴 회랑과 너른 전시실을 그렇게 구색만 갖췄다. 전시가 미술계 안팎에 일으키는 파장은 거의 없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야 보배. 미술관은 최근 과천 본관과 덕수궁미술관에서 7개의 소장품 특별전을 개막했다. ‘거대서사’전 외에 2·3층 회랑에선 조각전 ‘비밀의 숲’, 사진전 ‘침묵의 이미지’, 미디어 아트전 ‘윌리엄 켄트리지&크리스티앙 볼탕스키’, 그리고 판화·드로잉 소장품전까지 망라했다.



 현재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윌리엄 켄트리지, 독일 사진가 토마스 스트루스와 칸디다 회퍼 등 ‘이런 소장품도 있었네’ 싶은 것도 있다.



 덕수궁미술관 역시 석 달간의 시설공사를 마치고 근대 중심의 미술관으로 재개관했다. ‘향(鄕): 이인성 탄생 100주년 특별전’과 함께 소장품전 ‘한국 근대미술: 꿈과 시’를 열고 있다. 애초의 설계대로 천장의 채광을 살린 석조전 2층에서 오지호의 ‘남향집’, 구본웅의 ‘친구의 초상’,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 등을 볼 수 있다. 암울했던 시절, 근대인들의 꿈을 담은 그림과 당시의 시가 어우러졌다.



 정형민 관장은 “과천 본관은 소장품 중심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전체적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전시를 열며, 덕수궁 미술관은 한국 근대미술 전문공간으로 특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품은 반년 주기로 교체될 예정이다. 무료.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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