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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차량 박살내겠다” 화물연대 거친 위협

중앙일보 2012.06.27 03:58 종합 16면 지면보기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운송 거부 이틀째인 26일 군 지원 위탁차량들이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에 주차돼 있다. 국방부는 국토해양부 요청에 따라 이날 오후 군 위탁차량 100대를 지원했다. [뉴시스]
26일 오전 부산시 부산신항국제터미널 입구(PNIT) 앞 삼거리. 컨테이너 차량 3대가 교통신호를 받기 위해 멈춰 섰다. 인근에 서 있던 화물연대의 방송차량 확성기에서 거친 욕설과 함께 “이 시간 이후 운행을 하면 차를 박살내 버리겠다”는 방송이 나왔다. 차량 주위에서 집회를 준비하던 화물연대 조합원 30여 명도 욕설을 내뱉으며 차량 쪽으로 다가섰다. 위협을 느낀 컨테이너 차량들은 신호가 바뀌자마자 급히 출발했다.


운송거부 이틀째 … 2800대 스톱
의왕선 캠코더로 운행차 촬영
창원선 동참 않는 운전자 폭행

 같은 시각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수도권 화물 운송의 70%를 담당하는 곳이지만 오가는 컨테이너 차량 숫자는 평소보다 적었다. 의왕ICD 관계자는 “화물연대 측이 진·출입로에서 캠코더로 운행 차량을 촬영하고 있다”며 “기사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운행을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차 기사들은 “나중에 테러 표적이 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이틀째인 26일 전국의 주요 항만과 ICD에서는 운송 차질이 이어졌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2800대의 화물차가 운송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전날보다 1000대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는 화물연대의 위협 탓에 운송에 불참한 인원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운송 거부에 참여하지 않는 비조합원 등에 대한 화물연대의 공격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26일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은 운전자를 폭행하고 차량을 부순 화물연대 경남지부장 이모(45)씨에 대해 업무 방해·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5일 오전 10시57분쯤 창원시 성산구 웅남동 K금속 맞은편 도로에서 화물연대 비조합원 김모(44)씨가 몰던 25t 화물차를 강제로 세운 뒤, 곡괭이 자루로 김씨를 수차례 폭행하고 차 앞유리와 사이드미러 3개를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사진 등을 대조해 이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씨는 현재 잠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오후 늦게 전북 군산시 소룡동 한진물류센터 사무실에는 화염병이 날아들어 화재가 났다. 불은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30여 분 만에 꺼졌지만, 유리창이 깨지고 소파와 책상·블라인드 등이 불탔다. 경찰 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화염병을 던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포항에선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포항철강공단 주변을 봉쇄해 전기로를 사용하는 일부 전기로 업체가 제품을 출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25일 제품 출하 차량 47대의 발이 묶였다. 동국제강 포항제강소도 제품 출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포항시 김만희 화물계장은 “생산된 제품이 적체될 경우 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운송 거부에 나서는 차량이 늘면서 국토부는 이날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부산·의왕ICD·광양항에 군 위탁 컨테이너 차량 총 100대를 투입했다. 반면 항만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비율(장치율)은 전날과 비슷한 44%대를 유지했다. 항만 기능이 마비되는 90% 수준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박상열 국토해양부 물류산업과장은 “운송이 완전히 봉쇄되지만 않는다면 20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와 국토부는 27일 오후 2시 국토부 항공별관 에서 운송제도 개선 등을 놓고 교섭을 벌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선 표준운임제 법제화, 운송료 현금 지급 등의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강범구 국토부 물류항만실장은 “운송업체는 4~5%, 화물연대는 30% 운송료 인상을 주장해 접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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