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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투표 안 했나, 당사 PC 3대서 1500여 차례 열어봐

중앙일보 2012.06.27 01:42 종합 4면 지면보기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6일 통진당 전국운영위원회에서 권태홍 공동집행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통합진보당은 26일 19대 총선 비례대표 경선은 ‘부정을 방조한 부실’선거라고 규정한 2차 진상조사 보고서를 채택했다. 경선이 ‘총체적 부정·부실선거’였다는 1차 조사 보고서와 다르지 않은 결론이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밤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전국운영위원회의를 열어 재석 31명, 찬성 27명으로 보고서를 공식 의결했다. 통합진보당은 옛 당권파가 1차 보고서를 ‘부실보고서’라고 몰아붙이자 지난달 29일부터 선거관리분과, 온라인투표분과, 현장투표분과 등 3개 분과로 나눠 20여 일간 조사활동을 벌여 왔다.

전국운영위 2차 진상보고서 채택



 ◆미투표자 현황 다운도 받아=온라인투표에서는 당직자들이 ‘미투표자 현황’을 열람한 정황이 포착됐다. ‘미투표자 현황’이 있는 페이지를 열람한 IP 주소를 추적한 결과 통합진보당 당사의 IP 주소 3개에서 각각 1151차례, 287차례, 46차례 해당 페이지에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직자 3명이 반복적으로 미투표자 현황을 열람한 것으로 보인다고 특위는 설명했다.



 미투표자 현황에는 투표권자의 성명과 소속 지역위원회, 휴대전화 번호가 담겨 있다. 이는 투표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라고 특위는 지적했다.



 미투표자 현황을 엑셀 파일로 총 10차례 다운로드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선관위원이 2차례 내려받은 것을 제외하면 8차례는 통합진보당 당사 내 IP에서 내려받은 것이다.



 이렇게 내려받은 미투표자 현황 파일을 출력하거나 재전송하는 방식으로 외부에 유출한다면 대리투표나 조직투표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특위는 밝혔다.



 최고 관리 권한을 가진 관리자 아이디(‘admin’)를 당직자들이 공유해 투표기간에 자주 사용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특정 후보에게 270표의 몰표가 나온 제주도 지역의 한 IP 주소에선 1219명에 대해 투표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위는 투표 여부가 조회된 730명이 조회시점 이후 온라인투표를 해 투표 독려 행위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 당원은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기 위해 노트북을 이용해 대리투표를 한 정황이 드러났고, 제보자에게 은폐를 권유해 현대차 전주공장에서의 노트북 대리투표에 대한 진상조사를 방해한 의혹도 발견됐다. 5명 이상의 동일 IP 중복 투표자 수는 1만2000여 명에 이르고, 선거관리 분과가 조사한 2개의 장소에서는 직접투표 원칙을 위반해 대리투표를 행한 의혹도 발견됐다. 보고서는 “이번 온라인선거는 부정할 수 없는 부실선거”라고 못 박았다.



  ◆선거인명부에 형광펜 표시=현장투표에서도 부정과 부실이 드러났다. 일부 투표소 선거인명부에는 특정인들에게만 형광펜으로 표시돼 있어 투표 담당자가 선거인명부상의 미투표자 정보나 온라인투표자를 확인해 투표한 것으로 파악했다. 현장과 온라인에 이중투표를 하거나 현장 2곳에서 이중투표를 한 사례가 나온 투표소의 투표함을 무효 처리하면 전체 현장투표 수의 32.4%가 무효가 된다고 특위는 지적했다. 한 현장투표분과위원은 “30%가량 무효화되는 투표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현장투표의 경우 선거관리자를 확정하기 어려운 투표소가 존재하는 등 선거관리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고, 선거인 명부에 투표자로 기재된 자가 실제로 투표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엉터리 선거관리=통합진보당은 과거 민주노동당 당직자의 대학 동기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해 인터넷투표를 관리했다.



 업체 사장은 선거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한 경험이 없으며, 선거관리와 관련한 핵심적인 부분은 사장 혼자 개발했다. 선거기간 프로그램 수정 역시 사장 혼자서 4일 밤을 새워 가며 작업했다.



 보고서는 “부실로 인해 신뢰성과 공정성이 전혀 담보되지 못한 이번 선거에서 부정의 주체(가 옛 당권파인지 비당권파인지)를 밝히고, 부정이 얼마나 있었느냐를 따지고 묻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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