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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57표의 쿠데타’ … 일본 집권 민주당 쪼개질 위기

중앙일보 2012.06.27 01:37 종합 6면 지면보기
정계 개편의 제1막이자 탈당과 대연립, 이합집산의 신호탄이다.


소비세 인상법안 가결 정계개편 태풍 되나

 사실 이날 소비세 인상법안 표결의 ‘관전 포인트’는 법안 통과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뚝심’ 대 오자와 전 대표의 ‘수의 힘’의 대결. 그 중심에는 ‘54’란 숫자가 있었다. 54는 양자의 승부를 가늠하는 경계선이었다. 민주당 내 반대표가 54표를 넘으면 이는 노다 총리에게 ‘이기고도 지는 게임’, 반대로 오자와에겐 ‘지고도 이기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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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유는 54명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고, 당 지도부가 이들을 제명할 경우 민주당은 과반수 의석을 상실해 소수 여당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각종 법안은 사실상 처리가 힘들어진다. 또 54명 이상이 신당에 가세, 야권이 내각불신임결의안을 제출할 경우 정권은 붕괴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래서 두 진영은 54란 숫자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노다 총리는 표결 직전까지 소속 의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총리인 내가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 나를 믿어 달라”고 회유했다. 부인인 히토미(49) 여사까지 지원사격에 나섰다고 한다. 표결 전날인 25일에는 250여 명의 의원 앞에서 눈시울을 붉힌 채 “법안에 찬성해 줄 것을 마음으로부터, 마음으로부터, 마음으로부터 호소한다”며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반면 오자와는 ‘수의 힘’을 과시하는 전략을 썼다. 21일 도쿄의 한 호텔로 49명을 소집한 뒤 그 자리에서 거의 전원으로부터 ‘탈당 동의서’를 받아 냈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백지위임하도록 한 것이다. 자신의 정치스승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가 즐겨 쓰던 수법이다. 이후 오자와는 하루도 빠짐없이 소속 의원들을 집합시키며 결속을 과시했다. 오자와의 세 과시에 놀란 당 지도부가 반대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두고 혼선을 빚는 사이 반대표는 점점 늘어났다.



 결국 이날 표결 결과는 반대표 57. 기권·결석을 합하면 반란표는 73표. 오자와의 판정승이다.



 향후 초미의 관심사는 오자와가 기세를 몰아 신당 창당에 나서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민주당 지도부가 ‘반대표’를 던진 반란 의원들에 어떤 징계를 내리는가, 또한 총선거의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당초 노다 총리는 최고 중징계인 ‘제명’을 밀어붙일 태세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57명이 반대표를 던진 이상 전원 제명할 경우 57명 전원 탈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당은 완전 분열되고 만다. 따라서 “일단 징계를 유보하고 추후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는 애매한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등 반대표를 던진 57명 중에서도 “탈당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의 의원 10여 명을 잡아 두는 전략이다. 그러나 자민당 등 야당은 표결 후 “(반대자를) 엄정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참의원 표결에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노다 총리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반면 주도권을 잡은 오자와는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결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오자와는 이날 저녁 회견을 하고 “멀지 않은 시기에 어떻게 할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이름으로는 ‘신정(新政)당’ ‘생활당’이 거론된다.



 그러나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다소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노다 총리가 중의원 총선거를 당초 예상됐던 8~9월이 아닌 연말 내지 내년으로 늦출 공산이 있는 만큼 ‘오자와 신당’의 ‘선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연말까지 정당교부금이 나오지 않아 조기 신당 창당의 부담도 크다. 오자와가 회견에서 “(8월 표결 예정인) 참의원에서 소비세 인상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마지막으로 노력해 본 다음 결단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도 그런 고뇌가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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