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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력위기는 내 문제다

중앙일보 2012.06.27 00:00 종합 33면 지면보기
김영욱
이화여대 교수 언론홍보영상학부
여름이 오기도 전에 전력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7일 예비전력이 350만㎾ 아래로 떨어짐으로써 지난해 9·15정전대란 이후 처음으로 예비전력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예비전력 관심단계는 전력 여유분이 400만㎾ 이하로 떨어지면 발령된다. 이는 공급 능력 대비해서 5%의 여유분도 가지지 못하는 비상상황을 의미한다. 지난해의 9·15정전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정전대란의 피해가구 수는 753만5000여 가구였고, 엘리베이터·냉장고 등의 정전으로 엄청난 물적· 심리적 피해가 발생했다. 만약 올해 사태가 더 심각해져 광역정전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를 복구하는 데 몇 달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차하면 지하철은 멈추고, 엘리베이터와 냉장고가 가동 중단되는 국가적인 대재앙이 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분명 우리 모두의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국민들이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전대란이 일어난 다음날 마치 정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9월 16일 전력소비량은 전일 6728㎾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6741㎾를 기록했다. 정전을 경험했으나 전기는 여전히 비용만 지불하면 마음껏 써도 되는 자원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전력 위기는 전형적으로 사람들의 낙관적인 편견이 작용한 결과다.



 낙관적인 편견은 전체가 직면한 위험에 비교해 자신이 처한 위험 상황을 상대적으로 좀 더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말한다. 분명한 위기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설마 그것이 나에게 큰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누군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전을 해준다면 자신은 어떤 불편을 겪지 않고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우리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전력 위기 상황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력공급 차질 해결을 위한 보고서를 보면 일본·미국·뉴질랜드·남아공·칠레 등에서도 전력공급의 차질로 인한 위기가 있었다. 이러한 전력공급의 차질에 따른 에너지 절약 운동은 장기적으로 전력 수요를 감축시키고, 국민들의 에너지 사용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특히 남아공의 경우 2008년 초 전력공급 배급제를 실시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으나 전 국민이 참여하는 절전(Switch it off) 캠페인을 통해 전기절약을 국가의 정체성으로 만들고, 일상적인 생활문화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전력 위기 상황을 극복해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해 9·15정전대란 다음날 전력 소비가 오히려 늘어나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전력 위기가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남의 문제라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작용한 탓이다.



 지난해 정전사태와 관련해 수요 예측의 실패, 사전 대응의 미비, 정보 공유의 부족,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부적절성과 같은 전력 위기관리 시스템의 총체적인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관리의 실패가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 요구를 상쇄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부의 노력과 정책의지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겠지만, 이와는 별도로 에너지 절약이 인류의 보편적인 화두로 자리 잡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절전 캠페인에 짜증과 피로를 호소하기 전에 에너지 절약은 시급한 나의 문제이며, 내가 먼저 실천한 에너지 절약으로 전력위기는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노력으로 지구 환경과 후손에 물려줄 아름다운 가치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김영욱 이화여대 교수 언론홍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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