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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앞서 일본서 인기 끈 ‘막걸리 화장품’

중앙일보 2012.06.25 22:23
(왼쪽부터)펌핑하는 순간 맑은 거품이 나오는 ‘스킨푸드 막걸리 버블 바디 클렌저’. 막걸리의 자연발효 성분으로 피부톤을 밝게 만드는 ‘더페이스샵 하얀빛 막걸리 더 맑은 크림’바르자마자 피부에 가볍게 스미는 것이 특징인 ‘더페이스샵 하얀빛 막걸리 더 맑은 에센스’



막걸리 성분이 세안 후 촉촉함 비결…명동 온 관광객들 꾸준히 찾아

 막걸리가 피부 미용에 쓰인 건 비단 어제, 오늘 일 만이 아니다. ?동의보감?에는 “술은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고 쓰여있고, “누룩은 피부보습에 좋은 단백질, 기타 미네랄 성분이 많아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있다. 이에 더해 우리 선조들은 술지게미 팩을 백옥과 같은 하얀 피부를 만드는 비책으로 구전해왔다고 하니, 발효주에 대한 미적 신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막걸리에 대한 미적 기대가 한동안 주춤했던 것도 사실이다. ‘마시는 용도’로써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오던 막걸리가 ‘바르는 용도’로서의 활력을 되찾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 최근, 국내 ‘저렴이’ 브랜드를 중심으로 번져가는 ‘막걸리 화장품’의 열기에 대해 짚어봤다. 막걸리도 이젠 피부에 양보할 차례다.



 『막걸리 만들고, 마시고, 즐기고』의 저자 김성만씨는 “막걸리에 함유된 아미노산 중 라이신과 메티오닌, 히스티딘은 피부표피에 탄력을 주고, 비타민B2와 B6는 피부 재생과 미백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막걸리가 피부노화방지와 미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는 이야기다. 그의 말처럼 막걸리의 성분과 효능에 관심을 모으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그 선두엔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가 나섰다.



 이들이 막걸리 화장품을 들고 가장 먼저 바라본 시장은 일본이다. 일본 여성들이 막걸리의 맛과 영양성분뿐만 아니라 미용효과에도 크게 주목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막걸리를 주성분으로 한 화장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 먼저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더페이스샵은 올 3월 일본에서 시니어 여성을 위한 화장품 브랜드 ‘더골든샵’을 론칭했다. 주력제품은 ‘막걸리 화이트 톤업’ 라인으로, 출시와 동시에 현지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마침 사케의 효모를 주 성분으로 한 SK-II의 ‘피테라 에센스’가 일본에서 대 히트를 치고 있던 터라, 막걸리의 누룩은 과연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기대가 모아졌기 때문이다. 일본 여성들의 반응에 자신감을 얻은 ‘더 페이스샵’은 역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대부분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후 해외로 수출되는 과정을 밟는데 비해, 이 상품은 정반대의 수순을 거친 것이다. 국내에서는 ‘하얀빛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이달 처음 시판되기 시작했다.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아직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은 ‘막코라’ 라인으로 일본 공략에 나섰다. 포천이동먹걸리로 천연 발효 성분을 추출했다는 것이 ‘막코라’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이다. 이들은 일본의 세안 비누 시장을 고급 미용 비누가 장악하고 있다는 트렌드를 파악했고, ‘막코라’ 라인 중 막걸리 비누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웠다. 한류 배우 장근석이 출연한 CF에 힘입어 일본 내 인기 몰이 중인 이 제품은, 국내 블로거들이 손꼽아 출시를 기다리는 상품 중 하나다. 생크림처럼 풍성하고 쫀득한 거품이 가장 큰 매력이고, 거친 느낌 없이 노폐물이 제거되는 것 같은 기분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킨푸드는 보다 앞선 2010년 7월, ‘막걸리 버블 클렌징’ 라인을 국내에 처음 출시했다. 일본 시장이 아닌 국내에 출시한 제품이지만, 명동 로드샵을 휩쓸고 있는 일본·중국인 관광객들에 의해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이 제품 역시 버블타입의 크리미한 제형이 특징이다. 클렌징 폼을 사용하고 난 후 즉각 스킨·로션을 발라주지 않으면 얼굴이 마구 당기던 기자에게도 이 제품은 세안 후 오랫동안 촉촉함을 유지시켜 줬다. 제품 속 막걸리 성분에 담긴 단백질과 비타민B가 이 촉촉함의 비결이다. 시즌이 지나고 해가 바뀌면서도 이 제품은 시장에서 사장되지 않고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대한화장품협회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화장품 수출액은 2006~2010년 사이 연평균 28.4%씩 성장하고 있고, 지난해 우리나라의 막걸리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5000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다. 각각 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화장품브랜드’와 ‘막걸리’. 이들이 하나의 상품으로 만났을 때,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글=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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