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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구입가능해진 사후피임약, 자주 복용하면

중앙일보 2012.06.25 05:41 건강한 당신 6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직장인 박영은(28·가명·경기도 수원)씨는 지난해 부랴부랴 결혼식을 올렸다. 남자친구를 사귀다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성관계 후 사후긴급피임약을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불편하다. 대학생 김혜연(24·가명·서울 서대문구)씨는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예상치 않은 고민이 생겼다. 바로 피임이다. 성관계를 요구하는데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사후긴급피임약을 자주 활용하기 시작했다. 배란기에 한 번만 먹으면 임신을 막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생각해서다.


사후긴급피임약 올바른 복용법

성관계 후 임신을 막아준다는 사후긴급피임약(응급피임약)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의약품을 재분류하면서 이 약을 약국에서 쉽게 구입하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했다. 본래 사후긴급피임약은 계획하지 않은 성관계나 콘돔이 찢어진 경우, 강간 같은 응급상황에서만 사용하도록 허가됐다. 남·오용이 우려될 사후긴급피임약의 올바른 복용법을 알아봤다.



사후긴급피임약은 어떤 약?



사후긴급피임약은 레보노르게스텔이라는 여성호르몬이 주성분이다. 고용량을 한 번에 복용해 자궁내막의 형성을 막는다. 내막은 수정란이 착상했을 때 태아에 영양공급을 하는 일종의 ‘밭’이다. 고함량의 여성호르몬이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는 식으로 임신을 막는다. 일반 피임약도 여성호르몬이 주성분이다. 대신 호르몬 농도가 사후긴급피임약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일반피임약과 사후긴급피임약은 임신을 막는 방법이 다르다. 전자는 미성숙 난세포가 있는 여포의 성숙을 방해해 배란 자체를 억제한다. 사후긴급피임약이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한다면 일반피임약은 아예 임신할 수 있는 환경을 없애는 방식이다.



사후긴급피임약 피임 실패율 15%



사후긴급피임약은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착상하기 전에 복용해야 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자궁내막에 착상하는 기간은 3일. 따라서 사후긴급피임약의 효과를 보려면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 기간 내에 약을 복용해도 100% 피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임 효과는 복용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서울성모병원 약제부 안혜림 약사는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가 확실하다. 성관계 후 24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피임 실패율이 5%로 낮다. 하지만 48시간 이내엔 15%, 72시간 이내엔 42%로 실패율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청소년건강위원회 최안나(산부인과 전문의) 위원은 “사후긴급피임약을 먹었더라도 월경 예정일보다 5일 이상 생리가 늦어지거나 임신 징후가 있다면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후긴급피임약은 구토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복용한 약을 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땐 복용 후 3시간이 기준이다. 이전이라면 사후긴급피임약을 다시 먹어야 한다.



약을 먹은 뒤 다시 성관계를 가졌다면 약을 또 먹어야 할까. 문제는 안전성이다. 식의약청 신원 소화계약품과장은 “사후긴급피임약은 월경 한 주기에 1회 복용을 기준으로 만든 약”이라며 “그 이상 복용에 대해서는 효과도 떨어질 뿐더러 안전 문제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기간 피임을 하려면 일반 피임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먹기 편한 응급피임약 자궁건강엔 적신호



사후긴급피임약은 고용량의 여성호르몬인 만큼 권장량 이상의 복용을 삼가야 한다. 약을 상습적으로 먹거나 약효를 높인다며 3~4알씩 먹는 것은 건강을 해친다. 우선 피임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여기에다 호르몬 체계가 교란된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신정호(고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사무총장은 “반복 복용하면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져 월경을 아예 안 하거나 반대로 자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상태가 반복되면 자궁내막에 문제가 생겨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식의약청 역시 사후긴급피임약을 반복해서 먹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식의약청 의약품재분류T/F 서경원 과장은 “사후긴급피임약의 반복적인 복용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용법·용량을 철저히 지킬 것”을 주문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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