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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간염 치료, 가장 큰 산은 약물내성”

중앙일보 2012.06.25 05:34 건강한 당신 4면 지면보기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허정 교수는 “두 가지 약을 동시에 먹어야 하는 B형 간염
2차 진료 환자를 위해 보험급여 가이드라인이 개선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약이 있어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있다. 환자가 약에 내성을 보였을 때다. 만성 B형 간염이 대표적이다. 약에 내성이 생기면 바이러스가 활동을 재개하고, 결국 간세포 손상이 시작돼 간염→간경변→간암으로 이어진다. 물론 처음부터 약물 내성이 적은 약을 쓰면 이런 부작용은 해결된다. 문제는 약물 내성이 적은 약이 나오기 전에 치료받은 환자들이다. 전체 B형 간염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기존에 사용하던 약에 내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 주도로 내성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지난 15일 대한간학회 학술대회에서 ‘B형 간염 환자의 2차치료 병용 요법(Define study)’을 발표한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허정 교수를 만나 B형 간염 내성 환자의 치료법과 의미를 들었다.

인터뷰 부산대병원 소화기내과 허정 교수





-내성 관리가 왜 중요한가.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물이어서 환경에 빠르게 적응·진화한다. 한 가지 약을 오랫동안 사용하면 어느 순간 바이러스가 변신을 해 약의 효력을 무력화한다. 문제는 한번 약물 내성이 생기면 다른 약에도 쉽게 내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결국 현재 존재하는 치료약에 모두 내성이 생기면 환자는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다.”



 -국내에 이런 환자가 얼마나 많은가.



 “정말 많다. 전체 B형 간염 환자의 30~40%로 추정한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제픽스라는 약밖에 없었다. 이 약을 1년 복용하면 환자의 20%, 5년 동안 먹으면 무려 70%에서 내성이 생긴다. 작년부터 국내에서도 1차 치료제로 제픽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에 치료받은 환자는 제픽스를 먹었기 때문에 내성 바이러스가 있다. 참고로 내성발현율이 낮은 약(바라크루드)이 나온 후인 2007년부터는 내성 환자가 생기는 것이 줄었다.”



 -약물 내성을 갖고 있는 환자는 어떻게 치료하나.



 “1차 치료에 실패했다고 보고 2차 치료로 넘어간다. 기존에 먹던 약(제픽스)과 다른 계열의 약(헵세라)을 함께 복용하는 식이다. 내성 환자가 한 종류의 약만 먹으면 그 약에 내성이 더 빨리 생긴다. 최근엔 이를 보완해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더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치료 방법이 보고됐다. 제픽스 대신 바라크루드를 헵세라와 복용하는 것이다. 치료 효과도 2배가량 좋다.



 만성 B형 간염 환자 416명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평가한 결과, 기존 치료법인 ‘제픽스와 헵세라’를 함께 복용한 환자군의 바이러스 억제율은 치료 시작 96주째 28.5%였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인 ‘바라크루드와 헵세라 병용군’의 바이러스 억제율은 43.5%로 높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76%가 한국인이라 의미가 더 크다.”



 -효과적인 2차 치료를 위해서는.



 “B형 간염 보험급여 가이드라인이 개선돼야 한다. B형 간염 치료에서 내성 관리는 필수다. 2차 치료를 받는 사람은 바이러스 억제를 위해 두 가지 약제를 한꺼번에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2개의 약 중에서 1개만 보험급여를 받는다. 이와는 달리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는 약을 여러 개 복용한다. 이들이 먹는 약은 모두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



권선미 기자



 

●Define study=기존 약물에 내성이 생긴 B형 간염 환자의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한 국제적인 임상연구다. 한국을 비롯해 홍콩·대만·인도를 비롯한 77개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부산대병원 허정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관식 교수가 연구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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