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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개·수혈·흉터 없이 전기칼로 30분 만에 수술 끝

중앙일보 2012.06.25 05:22 건강한 당신 2면 지면보기
수술이 진화하고 있다. 수술하면 떠오르는 것은 날카로운 칼(메스)과 흥건한 피, 그리고 수술 후 남게 될 절개 부위의 흉터다. 하지만 수술장의 이런 풍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내시경과 복강경의 등장으로 무절개·무수혈·무흉터 시술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특히 초기 암은 내시경만을 이용해 암 조직만 간단하게 떼어낸다. 이를 선도하는 순천향대 부천병원과 함께 ‘수술의 진화-3무(무절개·무수혈·무흉터)시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주제는 ‘조기 위장관암의 내시경 수술’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수술의 진화 ‘3무 시대’ (3)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병센터 이문성 교수(왼쪽)가 위암환자에게 내시경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수술환자 “불편함 거의 못 느껴”



지난 18일 오후 3시. 순천향대 부천병원 별관 2층 소화기병센터 3수술실. 박상길(65·경기도 부천)씨가 수술대 위에 누워 있다. 박씨는 지난달 말 건강검진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였다. 암이 위 안쪽의 가장 겉 층(점막)에만 생겼다.



 박씨는 배를 여는 개복 수술 대신 내시경 수술(내시경 점막하 박리술)로 암을 떼어 낼 예정이다. 집도의인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병센터 이문성(소화기내과) 교수는 “초기 위암도 내시경 수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개복한 후 위의 3분의 2 이상을 잘라냈다”고 말했다.



 수술이 시작됐다. 직경 1㎝ 정도의 내시경이 박씨의 입으로 들어갔다. 컴퓨터 모니터에 선홍빛의 위 내부가 보였다. 위의 아랫부분(위문부)에 위치한 암이 확인됐다. 이 교수는 “지름이 약 2㎝다. 조기에 발견하지 않았으면 개복 수술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시경 옆에 달린 장치로 떼어 낼 암 주변을 동그랗게 표시했다. 그리고 암이 있는 점막 바로 밑에 생리식염수를 주입했다. 일명 리프팅이다. 풍선처럼 부풀려 떼어내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전기칼로 암 주변의 점막을 둥글게 절개한 뒤 포를 뜨듯 잘라냈다. 30분 만에 암이 깨끗이 제거됐다. 박씨는 수술 다음날 “불편함을 거의 못 느꼈다. 암을 이렇게 간단히 치료한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항문 제거할 뻔한 환자도 새 삶



조기 암의 3무 시대를 연 것은 내시경이다. 식도나 대장과 같이 인체의 뚫린 구멍을 통해 들어가 암만을 제거한다. 절개를 하지 않으니 출혈이 없고, 합병증도 적다. 흉터 또한 남지 않으니 암 환자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하지만 내시경 수술 대상은 제한적이다. 암이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아야 한다. 암크기가 2㎝이하일 때 적용한다. 수술 결과는 매우 좋다. 이 교수는 “위·대장암은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이 99%에 이른다”고 말했다. 내시경 수술은 암의 전 단계인 선종과 고도이형성증 제거에도 적합하다.



 내시경 수술은 개복 수술과 비교해 이점이 많다. 이 교수는 “장기와 주변 조직을 거의 손상시키지 않아 본래 기능을 유지하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회복이 빨라 입원기간은 절반에 그친다. 이 교수는 “전신마취가 힘든 고령환자, 협심증·심부전·폐렴이 있는 환자도 수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내시경 수술은 건강검진의 대중화로 더욱 빛을 발한다. 조기 암 발견이 늘면서 위장관암 수술을 받는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에서 2010~2011년 위암으로 치료받은 환자 672명 중 294명(43.8%)이 내시경 수술로 건강을 회복했다.초기 대장암도 내시경 수술로 치료 결과가 좋아졌다. 김지영(가명·47·여·경기도)씨는 지난 2월 배에 구멍을 내고 인공항문을 달 뻔했다. 항문 바로 윗부분(항문연)에 암이 생겼다. 초기였지만 병원에선 항문과 주변 조직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수소문 끝에 내시경 수술을 받았다. 이문성 교수는 항문을 살리면서 김씨의 암을 모두 제거했다.



1990년 조기 위암 국내 첫 내시경 수술



내시경 수술은 일본에서 태동했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는 최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순천향대 부천병원 내시경수술센터는 국내 내시경 수술의 요람이다.



 이문성 교수는 우리나라 내시경 수술의 개척자로 불린다. 1990년 조기 위암의 내시경 수술을 국내 처음 시작했다. 이후 수술 경험이 축적되면서 노하우도 생겼다. 이 교수는 위장관의 해부학적 구조를 손금 보듯 이해하며 정밀하게 수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병원에서 내시경 수술이 힘든 위장관암 환자를 의뢰하는 이유다.



 위암은 식도와 위가 만나는 부위(위분문부), 위와 십이지장이 연결되는 부위(유문륜)의 수술이 힘들다. 대장암은 항문 위쪽인 항문연의 수술이 까다롭다. 이 교수는 “여기에는 조직이 얇고 큰 혈관이 지나가기 때문에 잘못 건드리면 구멍이 생기고 대량 출혈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항문연 부위에 구멍이 생기면 대변 등 이물질이 흘러나와 복막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이 교수는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큰 수술을 피하고, 내시경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병센터=전문의 19명을 포함, 47명의 의료진이 근무한다. 내시경센터·복부초음파센터·소화기능센터·췌담도센터·간센터 등 5개 센터로 세분화돼 있다. 2009년 6월부터 2012년 6월 중순까지 내시경을 이용한 소화기암 수술을 729건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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