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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앓던 6살 서현이, 캠핑 다녔더니 기침 뚝

중앙일보 2012.06.25 05:17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캠퍼(camper, 캠핑을 즐기는 사람)가 늘고 있다. 휴일이면 텐트·침낭·코펠을 꾸려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캠핑 관련 업계는 올해 국내 캠핑 인구가 200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주 5일제 근무·수업이 시행되면서부터 가족 단위의 캠핑족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건 오직 자연뿐이다. 아늑한 잠자리, 쾌적한 편의시설은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짐을 짊어지고 캠핑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캠핑이 가져다 준 가족의 변화를 들여다보자.


[커버스토리] 가족캠핑의 건강학

캠핑과 같은 자연에서의 여가활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줄이고, 가족간의 유대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 [중앙포토]


심재엽(43·서울시 구로구)씨는 가족과 함께 지난 15일 오후 충남 공주 정안중학교에 도착했다. 이날은 심씨가 회원으로 있는 캠핑동호회인 ‘캠핑앤바베큐’ 정기모임이 있는 날. 300여 가족이 운동장에 모여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심씨는 한쪽에서 동호회원들과 함께 바비큐 파티를 준비했다. 두 아들은 또래 친구들과 금세 친해져 캠핑장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심씨의 아내는 모닥불에 구워먹을 고구마를 챙겼다. 심씨는 “캠핑은 늘 자유롭다”며 “텐트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 그것이 캠핑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심씨가 캠핑에 빠진 건 4년 전 일이다. 가족 간의 추억을 쌓기 위해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심씨는 “4년 전만 해도 가족은 서로 얼굴 보기 힘들었다”며 “나는 직장생활, 아이들은 학원 다니기 바빴다. 휴일에도 TV에 빠져 대화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핑을 시작하면서 무언(無言) 가족이 대화 가족으로 바뀌었다. 한 공간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취미를 공유하며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밤이면 심씨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두 아들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였다. 심씨는 “아이들의 학교생활부터 좋아하는 게임까지 대화 주제는 다양했다”며 “평소 듣지 못했던 얘기를 캠핑장에서 주로 듣는다”고 말했다.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는 “인간은 도심에서 늘 긴장·스트레스 상태를 유지한다”며 “캠핑 같은 여가활동으로 자연과 함께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줄고, 심신이 이완돼 정서적 교감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아빠의 존재감을 얻는 것도 큰 소득이다. 가정은 늘 엄마 중심이다. 아빠들은 돈만 벌어다 주는 ‘열외자’ 였다. 하지만 힘들게 텐트를 치고, 불을 피우며, 잠자리를 만들어 주는 아빠의 헌신적인 모습에 아이들은 경이로운 시선을 보낸다. 일상을 벗어난 곳에서 부모와 추억을 만든 아이는 부모에 대한 신뢰감이 두터워진다.



 심씨는 두 아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며 캠핑 그 자체가 ‘최고의 자연체험학습장’임을 실감한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종민 교수는 “나무와 곤충을 체험하고,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린이의 감성은 자극을 받는다”며 “숲은 틱장애·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게임중독 어린이를 치료하는 훌륭한 의사”라고 말했다.



아토피·천식 않던 아이가 건강 체질로



3년차 캠퍼인 성용심(46·여·경기도 부천시)씨는 일명 ‘캠핑 전도사’다. 그녀의 예전 모습은 ‘무기력’에 가까웠다. 성씨는 “똑같은 일상만 되풀이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과 캠핑을 시작하면서 그녀는 변했다. 성씨는 “숲으로 캠핑을 떠나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일상의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기선완 교수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연에 가까운 삶에 익숙하다”며 “숲에 들어가 나무를 보고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이는 바이오필리아 가설”이라고 말했다. .



 성씨가 캠핑을 예찬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자녀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성씨의 큰딸 안정향(12)양은 선천성 아토피피부염 환자로 피부 습진과 가려움증 때문에 늘 긴 소매 티셔츠와 긴 바지를 입었다. 한밤중엔 피가 날 정도로 온몸을 긁다가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러던 안양의 증상은 캠핑을 다니면서 호전됐다. 성씨는 “피부 상태가 좋아지자 예민하던 아이의 성격도 한층 밝아졌다”고 말했다. 천식을 앓고 있는 둘째 딸 안서현(6)양은 3년 새 기침이 눈에 띄게 줄었다. 우종민 교수는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항염증 효과가 있어 아토피피부염·알레르기·천식 환경성질환에 효과적”이라며 “자연에서의 활동은 주의분산 효과도 있어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과 스트레스를 줄인다”고 말했다.



 캠핑의 주된 무대는 숲이다. 숲의 모든 것은 우리 몸에 약이 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박수진 연구사는 “바람소리·새소리를 비롯해 녹색의 경관·향기·햇빛·공기·습도 등 숲을 이루는 사소한 것까지도 통합적으로 작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말했다. 면역력을 높이는 NK(자연살해)세포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성씨 가족은 최근 경험한 캠핑 중 5월 말 다녀온 경기도 꼬마 캠핑장이 기억에 남는다. 이곳에서 두 딸과 함께 텃밭에 꽃과 오이·옥수수를 심었다. 저녁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야외에서 휴대용 스크린과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봤다. 성씨는 “개인주의에 빠져 있던 아이들도 캠핑을 오면 아빠와 엄마를 중심으로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캠핑이 레저를 넘어 가족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여가문화로 거듭나고 있다. 캠핑 관련 시장은 현재 약 4000억 원이다. 향후 5년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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