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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62주년] 중국인들 “미국이 원자탄 투하한다” 전쟁 내내 공포

중앙일보 2012.06.25 01:34 종합 4면 지면보기



국방부 서상문 연구원 자료 첫 발굴

마오쩌둥 중국 주석이 ‘6·25 참전 용사 귀환 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중국해방군화보사]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장제스(蔣介石)가 돌아온다” “미국이 원자탄을 투하한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중국 인민들이 보인 반응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설립(1949년 10월 1일)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이웃에서 터진 전쟁에 일반 중국인들은 크게 술렁였다. 그들은 ‘미국의 대륙 공격이 임박했다’는 루머로 전쟁 내내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한국전쟁을 통해 북한-중국 간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관계가 굳어진 것이다.



 그동안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움직임은 어느 정도 알려져 왔지만 일반 인민들의 반응은 공개된 게 없다. 서상문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최근 글 ‘6·25전쟁 중 중국 내부 반응과 동향’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중국 고위 지도자의 비밀 정세 소식지인 ‘내부참고(內部參考)’를 근거로 한 이 글에 따르면 전쟁 발발 사흘 뒤인 6월 27일 중국인들은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미군 참전을 발표하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장제스가 9개 군단을 남조선에 상륙시켰다” “미군의 개입으로 곧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전쟁이 나자 상인들은 사재기에 나섰다. 식량은 한 근에 6000위안에서 1만 위안으로 뛰었고 베이징 금값이 하루 10% 안팎 폭등하기도 했다.



 8월 28일 베이징의 한 신문이 ‘미 공군기가 중국 영공을 넘어 압록강 북쪽의 중국 주민들에게 기총사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중국인들의 공포심리를 자극했고, 곧 미국의 본격적인 본토 공습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이어 9월 15일 유엔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인들은 자포자기 상태로 빠졌다. ‘종말론’을 뜻하는 중국 전통의 변천(變天)사상이 불길처럼 번져나갔다.



 인천상륙작전 후 북한군이 패주하자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참전론’이 고개를 들었다. “소련은 왜 출병하지 않느냐”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왜 항의만 하느냐”며 중국의 개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11월 초 중국해방군이 평안북도 운산 전투에서 미군을 물리쳤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인들은 크게 흥분했다. 12월 6일 중국군이 평양을 탈환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승전에도 중국인들은 ‘미국 공포(恐美)’ 심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미국이 전세를 뒤엎기 위해 중국에 원자탄을 투하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물밀듯이 번져 나갔다. 53년 휴전 협정이 체결됐어도 ‘미국 공포’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미 제국주의가 숨을 돌리려는 술수를 썼다”는 게 대중의 인식이었다.



 서상문 연구원은 “미국의 참전으로 한국전은 국제전으로 변했다는 게 중국의 기본 시각”이라며 “최근 중국이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압록강 도하훈련을 펼치는 이유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들이 보여준 반응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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