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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도 아닌데 내 주소 왜 거기에 … ”

중앙일보 2012.06.25 01:24 종합 6면 지면보기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공동대표(앞)와 이석기(뒷줄 오른쪽)·김재연 의원이 24일 서울 대방동에서 열린 고(故) 박영재씨의 영결식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영결식에는 옛 당권파 의원 전원과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이정미 대변인이 참석했다. [오종택 기자]
25일부터 당 대표 선거를 치르는 통합진보당 선거인단 명부엔 한 중국음식점(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중동 26xx)에만 61명의 당원이 주소지를 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기도당에서만 160여 명의 ‘수상한 당원’이 발견된 상태다. 이에 본지가 61명 중 10명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본 결과 3명이 자신도 모르게 이곳 선거인단 명부에 올라있는 경우였다. 위장 전입된 ‘유령당원’의 실체가 확인된 셈이다.


중앙일보, 통진당 ‘중국집 유령 당원’과 전화해보니

 익명을 원한 20대 남성은 통화에서 “통합진보당원인 건 맞지만 서울 도봉구에 살고 있다”며 “내 주소가 왜 거기로 돼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남성은 “아는 사람 때문에 당원으로 가입하긴 했는데 이미 (통합진보당을) 탈퇴했다”며 “사는 곳도 성남이 맞긴 하지만 중동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30대 남성은 “나는 통합진보당원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 선거인단 자격은 당비를 낸 진성당원만 얻을 수 있다. 또 선거인단이 되려면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직장 또는 학교를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세 가지 요건에 맞지 않는 경우였다. 아예 당원이 아니거나 ‘성남시 중동 26xx’가 주소지도 아니고, 직장이나 학교가 있는 곳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10명 중 단 한 명만이 중국집 건물로 드러난 주소지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40대 여성은 “그곳이 사무실도 아니고 거주지도 아니지만 일하면서 왔다갔다하는 곳”이라고 했다. 6명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비당권파 측은 “선거인단에 신청된지도 모르는 사람이 발견됐다면, 누군가 그들 대신 투표(대리투표)를 하려 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의심했다. 당 홈페이지 게시판엔 “옛날 못된 버릇이 또 나온다”는 비판 글들이 올라왔다. 통합진보당 중앙선관위는 부당하게 당적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된 당원은 선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다만 당 대표 선출을 비롯한 선거는 25~29일 예정대로 진행한다.



 이에 옛 당권파가 주축인 경기도당 선관위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문제의 건물 1층은 중국집이나 2층은 주민조직 사무실이라 이곳을 직장주소로 등록했던 당원이 있었던 것”이라면서 “(1차 선거인단 명부에서 문제가 발견돼 새로 주소지) 편재를 완료했거나 변경신청을 받고 있어 결론적으로 동일 주소지의 당원은 유령당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옛 당권파 측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 등 당의 중앙위 결정에 항의하며 분신을 시도했다 22일 사망한 박영재씨 영결식에 대거 집결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서울 대방동 당사 앞에서 열린 영결식 추모사에서 “목숨을 걸어서라도 (옛 당권파에 대한 불신의) 고통을 없애려던 당신의 뜻을 저희가 이루겠다. 당을 아래에서부터 재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먹이며 발언에 나선 이 전 대표는 “당을 보수언론의 눈높이에 맞추고 노동자·농민을 멀리하는 게 혁신인가. 당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바칠 것”이라고도 했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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