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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60년 군정 끝 …‘카이로의 봄’ 불안한 새 출발

중앙일보 2012.06.25 00:54 종합 15면 지면보기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선관위가 무함마드 무르시의 대통령 당선을 발표한 직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이 무르시 초상화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카이로 AP=연합뉴스]


무함마드 무르시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집트 현대사의 새 막이 올랐다. 60년 만에 군정이 종식되고 민선 대통령의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시민혁명, 그리고 이후의 군부 과도통치라는 우여곡절 끝에 얻은 시민의 승리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집트의 향후 정국이 결코 평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적으로는 군부와 강경 무슬림 세력과의 충돌이 예상되고 있으며, 미국 등 서방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도 쉽지 않은 과제다.



 이집트에서는 전통적으로 군부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때문에 새 대통령 선출에도 불구하고 군부가 어떤 형태로든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군부는 최근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미심쩍은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에 맞설 무르시를 정점으로 한 무슬림형제단의 능력은 검증되지 않았다. 노련한 정국 운영이나 국가 통치 등 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집트 선관위의 발표대로 절반 가까운 유권자는 무르시를 지지하지 않았다. 이들은 언제든 무르시에게 복병이 될 수 있다.



 당장 군부와 이슬람 세력의 힘 대결이 예상된다. 과도정부를 이끌어온 군최고위원회(SCAF)는 이달 안에 정권 이양을 하겠다고 최근 다시 한번 공언했다. 하지만 군이 병영으로 완전히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 SCAF는 대선 직후 임시 헌법을 개정해 군이 막강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을 마련했다. 예를 들면 대통령이 군사력을 동원하려면 반드시 SCAF의 동의를 얻도록 했고 정식 헌법을 만들 제헌 위원도 군부가 지명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또 헌법재판소가 의회 해산 명령을 내린 이후 군부는 입법권과 예산편성권을 거머쥐었다. 다음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갖는 한시적 권한이지만 현재로선 총선이 언제 실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군부는 또 국가안전보장위원회라는 기구도 신설했다.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국가의 핵심 현안을 다루는 기구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이 포진하게 된다. 의결은 표결에 의해 이뤄지는데 대통령도 이 위원회에서는 한 표의 권리밖에 없다. 무슬림형제단은 이 같은 조치들을 모두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무르시가 취임하면 군부와의 권력 투쟁은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슬림형제단은 열성 조직원 60만 명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종 세력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



 이집트의 대외 관계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대규모 원조 등에 힘입어 중동에서 상대적으로 친 서방 쪽에 속했던 이집트의 향후 외교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무르시 정권이 이전보다 정통 이슬람에 가까워 서방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집트의 중동에서 영향력을 고려할 때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중동 정책이 적지 않게 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이집트에서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새로운 정부의 탄생이지만 그 속내는 복잡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집트 관계에 따라 중동의 큰 그림이 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무르시 당선인은 그동안 “모든 이집트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쳐왔다. 자신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발언이다. 그는 배타적이고 완고한 이슬람주의 국가를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적지 않은 이집트 국민은 이를 의심하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영자신문 이집트 인디펜던트는 최근 “무르시에게는 실권이 없다. 그가 비교적 개방적인 생각을 가진 인물이라 해도 무슬림형제단 내부 실권자들이 나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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