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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어워즈] 8년째 제약업종 한 우물 … ‘달콤한 말’ 시간 지나면 다 드러나

중앙일보 2012.06.25 00:53 경제 9면 지면보기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해 신뢰를 얻었다”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분석하는 업종을 실제보다 낙관적으로 보거나 좋은 점만 찾아내려고 애쓰기 마련이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런 오류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업종 분석 애널리스트를 하고 싶다. 국내 증권가도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3년 연속 선정된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애널리스트



 지난주 만난 배기달(38·연구위원)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에게선 다른 애널리스트에게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고집이 엿보였다. 애널리스트는 경력이 쌓이면 리서치센터장 같은 관리자가 되거나 펀드매니저, 기업 재무담당 등으로 아예 업종을 전환하는 게 보통이다. 배 연구위원은 이런 풍토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빨리 승부를 보려는 조급증 때문에 애널리스트들이 단명을 자초한다”며 후배들을 향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고집스러움과 우직함 덕이었을까. 배 연구위원은 3년 연속 ‘중앙일보 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드’ 제약·바이오 업종 베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그가 맡은 제약주가 지난 몇 년 동안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받은 상이라 더 값지다. 애널리스트는 담당 업종을 실제보다 좋게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는 나쁜 것은 나쁘다고 했다. ‘한 풀 꺾인 성장세’ ‘보수적 접근 바람직’ ‘불확실성 커’ ‘빛 바랠 양호한 3분기 실적’. 지난해 그가 낸 업종 분석 보고서 제목이다.



 -애널리스트가 자꾸만 ‘사지 말라’고 하면 같은 증권사 영업부서에서 싫어하겠다.



 “당연히 그렇다. 영업부서뿐이 아니다.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도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 대해 자꾸 ‘안 좋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나. 일회성 비즈니스를 하고 말 거면 달콤한 말을 쏟아내도 된다. 하지만 결국 리서치 얘기가 맞는지 아닌지 시간이 지나면 다 드러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반자 관계를 지속하려면 눈물을 머금고서라도 정확하게 얘기해야 한다. 요즘 이런 시각을 가진 애널리스트가 설 땅이 점점 주는 것 같아 아쉽다.”(※배 연구위원은 업계 종사자에게 투표를 받는 이른바 ‘인기투표형’ 애널리스트 평가와 중앙·톰슨로이터상 같은 실적을 바탕에 둔 ‘계량형’ 평가에서 두루 고득점을 받는 드문 애널리스트다. 인기와 정확도를 겸비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펀드매니저 사이에 인기가 좋더라. 비결은 무엇인가.



 “남보다 조금 나은 게 있다면 업황을 더 정확히, 더 빨리 파악하는 것이다. 제약은 정부 정책이 워낙 중요한 업종이다. 큰 그림을 이해하려면 업력이 길어야 한다. 8년째 제약업종을 분석하면서 호황·불황의 한 사이클은 다 본 것 같다.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보고서는.



 “2년 반 내내 제약주 업황이 나쁘다고 말하다 지난해 6월 ‘이제 제약주 살 때가 왔다’고 했다. 그런데 8월에 정부가 갑자기 약가 인하 방침을 내놨다. 두 달 만에 ‘감당하기 벅찬 정부의 약가 인하’라는 보고서를 내고 투자의견을 다시 ‘중립’으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 진짜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시장에서 ‘입장을 왜 바꿨느냐’고 비난하지 않고 ‘정확하다’고 평가해 준 것 같다.”



 -글로벌 불황기에 제약주 투자를 권하는 이유는.



 “제약주가 과거와 달리 경기방어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2~3년 장기 투자하는 게 가능한 때가 왔다. 사이클로 볼 때 올해 제약업종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업황이 하강하는 국면에서는 그 주식을 오래 들고 있어 봐야 의미가 없다.”



 -담당 업종을 떠나 요즘처럼 불확실한 때 주식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섣부른 매매를 삼가고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관망하는 게 좋겠다. 세계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한 후 지루한 횡보 장세를 이어갈 것 같다. ”



 -본인 재테크는 어떻게 하나.



 “아내가 100% 전담한다. 주로 펀드에 투자하는데, 솔직히 잘 모른다. 애널리스트는 다른 일에 신경을 분산할 만한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는 직업이다. 오래 하려면 삶을 단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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