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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법원 판결로 대형마트 의무휴무 풀린 강동·송파에선 …

중앙일보 2012.06.25 00:28 경제 4면 지면보기
천호동 이마트 어제 오후 3시15분 24일 오후 서울 강동구 이마트 천호점이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서울 송파구와 강동구 내에 있는 대형마트와 SSM은 해당 구청장을 상대로 ‘의무휴무일 지정 처분이 부당하다’고 낸 소송에서 지난 22일 승소 판결을 받자 휴업할 예정이던 이날 영업을 했다.


서울 천호동의 이마트는 24일 오전부터 북적였다. 이마트 주변에 산다는 주부 김길순(51)씨는 “세제하고 바디워시가 마침 떨어졌는데 이마트가 문을 연다기에 왔다”며 “시장에는 자주 안 가 어디에서 파는지도 모르겠고, 차를 갖고 갈 수 없어 불편했는데 잘 됐다”고 말했다.

마트는 장 보느라 북적 … 시장은 “볼 장 다 봤다”



 서울 강동·송파구에 있는 대형마트 6곳과 기업형수퍼마켓(SSM) 25개가 24일 일제히 영업을 재개했다.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에 대형마트와 SSM의 문을 닫도록 한 두 구의 조례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4월 하순 이후 두 달 만에 넷째 주 일요일에도 정상 영업하게 된 이마트는 짐을 실은 트럭이 부산하게 드나들었고 직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이마트 안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는 김진영(38)씨는 “주말이 평일보다 매출이 2~3배 많다”며 “매출에 따른 인센티브도 있는데 주말에 문을 열 수 있어 아주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영업을 재개하자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한다”며 “대형마트든 중소상인이든 좋은 품질을 싸게 파는 경쟁을 해야지 강제로 문을 닫게 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같은 시간대, 300m 떨어진 천호시장 서울 송파·강동구에 있는 대형마트와 SSM이 정상영업을 재개한 24일 이마트 천호점에서 300m 거리에 있는 천호시장. 상인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손님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상인들은 “때이른 더위까지 겹쳐 손님들이 발걸음을 돌린 듯하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이마트는 정상 영업으로 활기가 넘쳤지만 정기휴일까지 바꾼 주변 전통시장 상인들은 허탈한 표정이었다. 이마트에서 300~400m 떨어진 천호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하는 천금자(54)씨는 “대형마트가 휴무하는 날이라고 수십 년간 쉬던 날짜까지 바꿨다”며 “그런데 대형마트도 문을 도로 연다니 법원인지 구청인지 힘없는 사람들이라고 깔보는 거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동·송파구에 있는 전통시장들은 지금까지 매주 둘째·넷째 주 일요일이 정기휴일이었다. 하지만 두 구가 올 4월 조례로 대형마트의 의무휴무일을 둘째·넷째 주로 정하자 장을 볼 곳이 없다는 주민들의 호소가 잇따랐다. 구청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설득했고, 상인들은 정기휴일을 매월 첫째·셋째 주로 바꾸기로 하고 넷째 주 일요일인 이날 처음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마트 주변에서 정육점을 하는 황이순(58)씨는 “대형마트가 쉬니 손님이 조금씩 늘던데 갑자기 또 영업을 하면 우리 같은 서민들은 죽으라는 소리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강동구는 법원 판결에 반발해 항소도 하고 조례 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법원은 지자체의 조례로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는 할 수 있지만, 조례에 영업규제 시간과 의무휴무일 횟수까지 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법원이 판결한 대로 조례를 바꾸고 구청장 재량으로 현재와 똑같이 영업시간과 의무휴무일을 지정하면 종전대로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합법적으로 규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동구나 송파구에서는 조례 개정이 끝나는 대로 다시 대형마트에 대한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 영업규제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도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을 월 2회에서 월 4회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대형마트 의무휴무제를 조례에 맡길 게 아니라 법으로 강제해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영환 의원은 “강동·송파구의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에 대한 법원의 위법 판결은 중소 상인 보호라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취지를 부인한 것이 아니다”며 “대형마트나 SSM이 이번 판결을 호도하고 악용하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영업규제가 현행대로 유지되든 확대되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에 따라 의무휴무일이 제각각이지만 홍보가 부족해 해당 지역 주민들이 잘 알지 못해 불편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국대 이윤보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무제를 도입하려면 도입 이유와 시기를 주민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 불편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동·송파 등 대부분의 지자체는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무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경남 함안군처럼 매주 첫째·셋째 일요일을 의무휴무일로 정한 곳도 있다. 또 충남 서산·당진·논산시, 제주 서귀포시 등은 매주 첫째·셋째 토요일에 의무휴무제를 실시한다.



김영민 기자




대형마트 영업제한 취소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22일 서울 강동·송파구가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의 영업규제를 규정한 조례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을 강제한 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도 결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를 둔 영업규제의 정당성은 인정했다. 다만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과 의무 휴무 횟수까지 규정한 현재 조례가 구청장의 권한을 침해한 만큼 구청장이 대형마트 등의 의견을 참조해 영업시간과 의무 횟수 등을 규정하면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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