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잘나가는 ELS ‘암행감찰’ 해보니 … 우수 등급 증권사 ‘0’

중앙일보 2012.06.25 00:24 경제 2면 지면보기
한국은행 출신의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최근 “지난해 은행 창구 직원 권유로 가입한 상품이 만기가 다 됐으니 대신 찾아달라”는 아내의 부탁을 받고 깜짝 놀랐다.


금감원, 13개 회사 310개 점포 대상

평소 금융상품이라고는 은행 예·적금밖에 들어본 적 없는 아내가 가입한 게 구조가 복잡한 파생상품인 주가연계펀드(ELF)였기 때문이다. ELF는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사실상 똑같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내 말대로 다행히 원금보장형이긴 했지만 기초자산인 종목의 주가가 오히려 너무 오르면 고수익은커녕 은행 정기예금보다 못한 수익을 찾게 된다.



이 상품 역시 은행 창구 직원이 처음에 얘기한 두 자릿수 수익률이 아니라 세전 3% 수익률로 만기상환됐다. 그는 “금융상품 지식이 거의 없고 증권사 문턱은 가본 적도 없는 노인한테 이렇게 복잡한 상품을 추천하다니 금융회사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은행뿐만이 아니다. 증권사의 ELS 역시 고객의 투자성향을 고려하지 않거나 상품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이른바 ‘불완전 판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많다. 특히 ELS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한 달 동안 발행 금액이 5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판매가 급증하면서 민원도 함께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에 ELS가 국내 도입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13개 증권사 310개 점포를 대상으로 ‘미스터리쇼핑’을 했다. 그 결과 하나대투증권과 HMC투자증권이 100점 만점에 60점 미만으로 5개 등급 중 최하위인 ‘저조’ 등급을 받았다.



이 두 증권사는 이번에 미흡했다고 평가받은 항목에 대해 감독 당국에 개선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번 평가 결과 90점 이상의 ‘우수’ 등급을 받은 증권사는 1곳도 없었다. 13개사 평균점수는 ‘보통’에 해당하는 76.5점이었다. 80~89점의 ‘양호’ 등급을 받은 증권사는 대신증권·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우리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7개였다. 70~79점 ‘보통’ 등급은 4곳이었다.



 김광욱 금감원 금융서비스개선3팀장은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파생상품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성적’은 무난한 수준”이라며 “실시 시기와 평가항목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지만 올 초 미스터리쇼핑을 확대하겠다는 감독 당국의 발표에 따라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문제가 된 판매 관행을 미리 많이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펀드 관련 미스터리쇼핑 평균점수는 84.3점이었다. 모두 18개의 평가 항목 중 ‘최대 손실 가능 금액’ 항목이 평균 57.6점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투자가 잘못돼 손실을 볼 경우 최대 얼마까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 미흡했다는 의미다. ‘기준가격 평가일 및 평가방법’도 53.9점에 불과해 증권사가 상품의 기본 구조에 대한 설명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스터리쇼핑 (mystery shopping) 판매 직원의 서비스 수준 등을 파악하기 위해 감독기관이 고객을 가장해 매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금융회사의 경우, 판매직원이 고객에게 금융상품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고객의 투자 성향을 무시하고 투자등급보다 높은 등급을 파는 게 아닌지 등을 주로 점검한다. 예컨대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펀드 등 투자상품을 은행 예·적금과 같은 원금 보장 상품처럼 설명하고 판매하는, 이른바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것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