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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는 배달부, 사비 알론소

중앙일보 2012.06.25 00:09 종합 29면 지면보기
사비 알론소(스페인·오른쪽)가 24일 유로2012 프랑스와의 8강전 경기에서 전반 19분 헤딩 선제골을 넣고 있다. 알론소는 두 골을 기록하며 A매치 100경기 출장을 자축했다. [도네츠크 AP=연합뉴스]


알론소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중앙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31·레알 마드리드)를 자국 팬들은 ‘엘 풀몬(El Pulm<00F3>n)’이라 부른다. 스페인어로 ‘폐(肺)’라는 뜻이다. 폐가 터질 정도로 쉴 새 없이 경기장을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24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돈바스 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프랑스와 8강전에서도 그는 중원을 휘저으며 두 골을 넣어 2-0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별명이 왜 ‘폐’인지 잘 보여주는 경기였다. 알론소는 자신의 100번째 A매치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유로 2012 4강행 스페인의 ‘허파’
총 11.1㎞ 뛰고 패스 성공률 90%
중원 휘젓고 두 골, 프랑스 잡아



 온몸이 무기였다. 전반 19분 호르디 알바의 왼발 크로스를 머리로 연결해 선제골을 뽑았다. 알바의 측면 돌파를 멀리서 지켜보다 쏜살같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뛰어들어와 공에 머리를 댔다. 프랑스 골키퍼와 수비수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걸 힐끗 보고 왼쪽 골문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경기 종료 직전에 얻은 페널티킥으로 알론소에게 두 번째 기회가 왔다. 그는 성큼성큼 달려가 오른발로 정확히 왼쪽 구석을 겨냥해 쐐기골을 완성했다.



 알론소는 이날 총 11.1㎞를 뛰며 사비 에르난데스(11.8㎞)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활동량을 기록했다. 프랑스 미드필더를 끌고 다니며 간결한 패스로 깔끔하게 요리했다. 스페인의 모든 패스가 알론소를 거쳐나갔다. 알론소의 패스 방향에 따라 스페인은 한 몸처럼 움직였다. 거대한 군함의 조타수와 같은 역할이었다. 프랑스의 미드필더들은 알론소를 꼭두각시처럼 쫓아다니기 바빴다.



 알론소의 정확한 패스에 관중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자로 잰 뒤 패스한 것과 같이 정확했다. 그는 108개의 패스 중 97개를 동료 발 앞에 배달했다. 패스 성공률 90%다. ‘패스 마스터’ 에르난데스(패스 87개 성공)보다 10개 많은 수치다. 97개 중 96개가 정면이나 측면을 향했다. 백패스는 딱 한 번뿐이었다. 프랑스 플레이메이커 프랑크 리베리가 경기 내내 34번(29번 성공)만 패스를 하며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 비교됐다.



 비센테 델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경기 후 “알론소는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골까지 넣었다.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가는지 아는 영리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알론소는 감독의 칭찬에 “내 활약이나 A매치 100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다. 스페인이 4강에 올랐다는 게 가장 기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스페인은 체코를 1-0으로 꺾고 올라온 포르투갈과 28일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키예프(우크라이나)=김환 기자



◆유로 2012 8강전 전적

 스페인 2-0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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