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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25 참전수당 12만원은 국격의 문제

중앙일보 2012.06.25 00:02 종합 34면 지면보기
6·25 참전유공자 중 현재 생존해 있는 분은 약 17만 명이다. 평균연령은 82세로, 매년 1만~1만5000명이 타계하고 있다. 49%가 병마와 싸우고 있고 87%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가 이분들에게 제공하는 금전적 혜택은 12만원의 참전명예수당과 10~60%의 의료비 감면이 사실상 전부다. 기초생활보장법에 정해진 1인당 최저생계비(55만3000원)에도 못 미치는 월평균 49만원의 수입으로 이분들은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6·25전쟁 62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새누리당 이장우(대전 동구) 의원 등 34명의 국회의원이 참전유공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주 공동 발의했다. 참전명예수당을 1인당 최저생계비의 50%로 정하고,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유사한 개정안이 18대 국회 때도 발의됐지만 정부의 재정 부담과 월남전 참전유공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폐기된 바 있다.



 우리나라 초·중·고·대학생 5명 중 1명이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6·25전쟁은 한국에서 ‘잊혀진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 6·25 당시 가장 치열했던 장진호 전투를 잊지 않기 위해 알래스카의 산 이름까지 바꿀 정도로 미국은 참혹했던 전쟁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남북한에서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국가에 헌신한 참전유공자들을 예우하고 그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켜주지 않고서는 국가를 유지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80대에 들어선, 얼마 남지 않은 6·25 참전유공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돈 있는 사람들의 한 끼 저녁식사 값에도 못 미치는 푼돈을 쥐여주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에게 국가가 할 일을 다했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국격을 능멸하는 짓이다. 재정 지출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다른 곳에 쓸 것을 좀 줄이더라도 6·25 참전 명예수당만큼은 반드시 올려야 한다. 19대 국회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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