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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육아휴직 3단 해법 휴직 신청하고, 대자보 붙이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중앙일보 2012.06.25 00:00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더 이상의 남녀차별은 없다. 이젠 후남이도 끝순이도 없다. 오빠 대학등록금을 위해 공장에 다니던 예전과 달리 우리의 딸들, 이제는 보배·수정이란 이름을 달고 축복받으며 당당히 세상에 나온다. 자라면서 의사의 꿈, 변호사의 꿈도 키울 수 있고 반장도 회장도 잘해낸다. 남자들과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능력도 잘 발휘하고 손색없이 잘 자란다. 적어도 아기 낳기 전까지는 그렇다.



 밥솥 산 사람이 죽을 때까지 밥 한다더니 애도 낳은 사람이 죽을 때까지 육아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아기를 낳게 되면 그때부터 여자의 일은 복잡해진다. 눈치 빠른 여자들. 그래서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는가 보다.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란다. 당면한 여성 문제 중 가장 심각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육아 문제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현관문 벽면에 대자보 2장이 나붙었다. 새누리당 총선공약 ‘가족 행복 5대 약속’이 당 사무처 내부에서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 글의 사연은 이랬다.



 6월 중순 3개월 출산휴가를 마치는 당 사무처의 김모 차장이 최근 당에 육아휴직 2개월을 신청했는데 당 인사부서에서는 ‘안 된다’고 거절한 뒤 2개월 무급휴직으로 처리했다는 거다. 이에 당 사무처 노조가 ‘여성 사무처 당직자에 대한 모성 보호와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몰지각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대자보를 붙이게 되었다는 거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인사부에서 태도를 돌변하고 부랴부랴 육아휴직 신청은 받아들여졌다.



 ‘가족 행복 5대 약속’ 안에는 ‘아이 키우기와 직장생활 병행을 통한 당당한 워킹맘(직장인 엄마) 만들기’가 포함돼 있는데 정작 그 공약을 만든 당 사무처 당직자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은 1명에 불과하고 현재 150명이나 되는 노조원 중 육아휴직을 사용 중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단다. 자기네 당 소속 노조원 가족의 행복조차 외면하고선 온 국민의 행복은 어찌 책임지겠다고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뒤늦게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육아휴직을 실시하는데 장애가 없도록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한다니 믿어볼밖에.



 육아휴직이 정작 필요한 당사자들은, 있으나마나 한 제도라고 다들 볼멘소리를 한다. 괜히 신청했다가 거절당하거나 자기만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 봐 망설인다는 거다.



 여기 좋은 해결방법이 있다. ‘신청하고, 대자보 붙이고, 언론 보도하고’ 이 세 가지 단계를 기억하는 거다. 첫 번째, 육아휴직 원하는 사람은 모두 신청한다. 두 번째, 동료는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가 ‘안 된다’ 하면 즉시 현관 입구에 대자보를 붙인다. 세 번째, 언론은 그 즉시 보도한다. 참~ 쉽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문화미래이프 대표

사진=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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