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산 1조 향군, 20년간 제대로 된 감사 없었다

중앙일보 2012.06.23 01:52 종합 6면 지면보기
신축 공사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재향군인회 잠실타워. [김성룡 기자]
재향군인회가 산하 사업단장 최모(40·구속)씨의 횡령 비리로 790억원을 대신 물어주게 된 사건<본지 6월 22일자 1, 17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금융 사고가 아니라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감독기관 감사 부실의 합작품으로 드러나면서다.


툭하면 비리·금융사고 왜

 22일 서울남부지검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핵심은 향군 S&S사업본부 산하 U-케어 사업단장이었던 최씨가 향군 본부 몰래 향군 명의로 지급보증을 선 뒤 대출금 중 277억원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전자·통신 부품 제조업체인 G사 등 4개 코스닥 상장회사가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 개입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걸까.



 우선 향군의 특이한 예산 구조가 꼽힌다. 향군의 올해 예산은 250억원이다. 회원들이 가입 시 내는 회비(1만원)와 사업수익, 국고보조금 등으로 조달된다. 그러나 말이 국고보조금이지 실상은 산하 사업체 수익 중 일부를 보훈기금 명목으로 국가보훈처에 낸 뒤 이를 되돌려받는 것이라고 한다. 재향군인 보훈기금은 매년 150억원가량이며 올해는 142억원을 지원받는다. 이 과정에서 세금 감면 혜택도 있다. 한 수사 관계자는 “향군은 일단 사업 추진이 확정되면 사업 성패와 관계없이 계약금의 3~4%가량을 보훈성금 명목으로 받아 기금으로 낸다”며 “이 때문에 무리한 사업 확장이 이뤄지고 대형 사고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감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점도 지적된다. 향군은 자산 규모가 1조원대로 추정된다. 자체적으로 5개의 직영사업과 7개의 산하 기업체를 운영하고 2007년부터 아파트와 오피스텔·리조트 등 16개의 수익사업을 벌이면서 막대한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주무 관청이 국방부에서 국가보훈처로 이관된 1992년 12월 이후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현행 법률상 감사원과 국가보훈처는 매년 150억원 안팎의 국고보조금 집행 내역에 대해서만 감사를 할 수 있다. 각종 수익사업과 관련해서는 전혀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향군의 성격이 퇴역 군인들의 친목단체라서 수익사업은 감사의 사각지대에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런 점에서 무역협회나 농협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2010년 5월 향군 회원들이 감사원에 국민 감사를 청구했으나 보훈처로 내려보내는 바람에 현재까지 감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