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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6·25 참전 개도국 어머니를 위해

중앙일보 2012.06.23 00:00 종합 41면 지면보기
황선혜
숙명여대 교수·영문학부
내년이면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 휴전 60주년이 된다. 휴전 60주년을 앞두고 진정으로 의미 있는 추념과 동시에 국격을 높이는 길을 생각해본다. 16개국에서 온 유엔군 전투 부대원 가운데 5만8355명이 전사하고 11만4571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선진국으로는 미국·영국·호주·캐나다·네덜란드·프랑스·뉴질랜드에 요즈음 경제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유럽의 작은 나라인 벨기에·룩셈부르크가 있다. 개발도상국으로는 필리핀·남아공·터키· 태국·에티오피아·콜롬비아 등이 있다. 이들 나라는 젊은이를 파병해 한국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이뤘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참전국 정부와 국민에게 보답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다음과 같은 증언과 사정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주한 콜롬비아 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인터뷰에서 “콜롬비아는 군대를 파견해 전사 131명, 부상 448명에 이를 정도로 도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은 종종 이를 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의 삶이 척박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이 나라에선 1974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참전용사들이 북한을 대항해 싸웠다는 이유로 핍박을 받고 버려졌다. 지금도 이들이 사는 마을은 교육·의료 혜택이 거의 없이 버려진 동네가 됐고 질타받는 사람들로 전락했다.



 당시 한반도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가 이역만리까지 와서 산화한 이들 병사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어머니와 형제, 가족이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사랑하는 아들, 오빠 또는 동생의 전사 소식에 오열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어머니가 아들을 잃은 아픔이 가장 애절하지 않았을까? 세월이 흘러 전몰 장병 가족의 상당수는 이미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희생 병사들과 어머니를 기억하며 그 국민에게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우리 언론이나 방송이 더 늦기 전에 참전용사와 가족, 특히 전사병사 어머니의 기록을 채록해 내년 휴전 60주년에 감사하며 기억하는 자료로 후대에 남겨주면 어떨까? 이미 미국·캐나다·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자체적으로 참전용사 및 가족의 증언을 축적해 놓았지만 개도국은 경제여건 등으로 사정이 다르다.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보관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생존 참전용사와 어머니들은 이미 상당히 고령이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대외원조(ODA) 예산을 올해 1조7000억원에서 2015년에는 3조8000억원 정도로 증액할 예정이다. 이 증액분 가운데 상당액을 외교부·교과부·국가보훈처 등에서 6·25 참전 개도국의 교육, 특히 희생 장병과 그 어머니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여성교육을 위해 사용하면 어떨까? 대학들도 정부의 이러한 교육을 통한 보은에 동참하면 어떨까? 한류 가수들은 재능기부 차원에서 모금운동을, 기업들은 진정한 감사 차원에서 특히 개도국 참전용사와 희생 장병의 어머니들께 보답하는 운동을 전개하면 어떨까?



 세계은행·유엔 등의 보고서에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 개도국의 경제·의료·교육 여건이 열악하지만 여성교육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어느 사회든 여성교육, 여성인권은 그 사회의 발전 정도와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거울일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유엔이 2000년에 설정한 새천년개발목표(MDGs)에도 성평등과 여성지위 향상, 유아사망률 감축, 모자보건의 향상 등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참전 개도국 전사 병사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그 희생 장병의 어머니께 감사하고, 아울러 MDGs 달성이라는 글로벌 이슈에도 적극 대응하는 민관 합동의 참전 개도국 여성교육 운동을 펼치자. 이런 운동은 국격을 높이고 한국 사회가 인류의 공영에 기여하는 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황선혜 숙명여대 교수·영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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