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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어쩔 수 없다? 학교·지자체 손 잡으면 답 있다

중앙일보 2012.06.22 03:00 종합 8면 지면보기
미국 트래비스 초교 ‘공룡 파크’ 운동장에 나무 심고 공룡 놀이터 만들어 명소가 된 미국 휴스턴의 트래비스 초교.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초등학교 수영장에선 오지현(3학년)양과 친구들이 잠수와 물장구 치기를 익히고 있었다. 학교 수영 수업이었다. 오양은 “다른 데 안 가고 학교에서 배워 좋다. 주말에는 엄마와 함께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업이 없는 레인은 주민들이 이용했다. 김정연(44)씨는 “집 근처 학교에 수영장과 헬스장이 생겨 너무 편하다”고 밝혔다.


서울 논현초 ‘교육문화관’
학교는 땅, 지자체는 공사비 대
수영장·체육관·헬스장 건립
학생·주민 함께 이용해 ‘윈윈’

 지난해 논현초엔 지하 2층, 지상 4층의 논현교육문화관이 완공됐다. 학교 부지에 강남구청과 교육청이 200억원의 공사비를 분담해 지었다. 운동장이 전부였던 학교에 수영장, 체육관, 헬스장이 지어졌다. 도서관, 음악실 등 특별교실도 늘렸다.



 학교는 수업을 위해 시설을 무상으로 쓰고, 원하는 주민들은 이용료를 내고 사용한다. 주민을 위한 주차장도 생겼다. 남조령(58) 교장은 “날씨가 궂으면 체육을 못하는 학생들이 안타까워 구청에 아이디어를 냈다”며 “소음과 주차난을 우려한 일부 주민의 반대도 있었지만 수차례 설득해 성사됐다”고 밝혔다.



 학교가 홀로 체육관과 수영장 시설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다. 건축비 부담이 커서다. 자치단체가 주민 편의시설을 짓는 일도 땅값이 비싸 어렵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학교와 지자체가 손잡고 학생·주민을 위한 시설을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선 1990년대부터 이런 협업 모델이 등장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트래비스 초교는 92년 황량한 운동장을 학생과 주민을 위한 공원으로 꾸미기 시작했다. 주민 모금으로 운동장에 트랙을 깔고 나무를 심었다. 아이들의 아이디어로 공룡 테마 놀이터를 지었고 자전거 도로, 암벽등반장, 야외수업장 등도 마련했다. 황량한 운동장이 학생의 놀이터, 주민의 공원으로 바뀌자 기적이 일어났다. 기피 학교가 지역 주민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된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학교시설 복합화나 학교공원(School Park)이 도입되고 있다. 이재림 한국교원대 교수는 “자치단체와 민간이 학교 밖 체육시설을 학생들에게 개방하고 주민·학생 공용 복합화 시설을 확충해 운동장 부족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성시윤·천인성·윤석만·이한길·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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