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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성공한 수사’ 멸종했나 … 툭하면 하는 특검, 무용론 자초

중앙일보 2012.06.22 01:31 종합 6면 지면보기
이동현
사회부문 기자
“도대체 ‘성공한 수사’가 뭡니까.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사실로 밝혀내는 건가요?” A부장검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평소 ‘쌓인 게’ 많았던 듯했다. “검찰은 수사기관입니다.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해 가능하면 기소하고, 그렇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겁니다. 우리는 법을 다루는 기관이지,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만능기관이 아니에요.”



 그는 기자와 대화를 하는 내내 답답해했다. 이런 식으로라면 앞으로도 말 그대로 ‘성공한 수사’는 좀체 보기 어려울 거라고도 했다. A부장검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요즘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수사’는 멸종 직전이다 . 최근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은 대부분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의 불만처럼 ‘검찰을 만능으로 아는’ 언론의 탓일 수도 있겠지만, 불거진 의혹에 비해 결과가 부실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검찰이 ‘사즉생(死卽生)’의 각오까지 밝혔던 ‘2008년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가 그랬고,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사건 수사도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



 21일에는 ‘특검’까지 부실 수사 대열에 합류했다. ‘디도스 특별검사팀’이 90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특검팀은 55쪽에 달하는 발표자료를 내놨지만 내용은 간단했다. 소문이 무성했던 ‘윗선 개입’ 의혹은 모두 무혐의로 종결됐다. 자금 출처나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범인들이 디도스 공격을 자행한 이유가 ‘영향력을 과시하고 온라인 도박 합법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로 보인다’라는 대목에서는 헛웃음마저 나온다. 웬만한 지검 규모인 100여 명의 인력과 20억원이 넘는 혈세를 쓰고도 이렇다 보니 ‘특검 무용론’이 다시 나온다.



 특검 무용론에 대해 가장 책임이 큰 건 정치권이다. 여야는 ‘특검’ 또는 ‘국정조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건일수록 더 그렇다. 하지만 1999년 특별검사제가 처음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10번의 특검이 수사를 했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이용호 게이트’ 등 한두 사건을 빼면 말이다.



 검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에 대해 거의 무조건적으로 특검을 도입하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누가 특검이 되든 제대로 된 수사 결과가 나올 리 없다. 그럼에도 여야는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 등에 대해 벌써부터 특검이냐, 국정조사냐를 놓고 지루한 공방만 계속하고 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향후 전개 과정은 뻔하다. 철 지난 재방송처럼 ‘부실수사’, ‘특검무용론’이 반복될 게다.



 검찰도, 특검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요즘 사건 수사 결과 발표 때마다 쏟아지는 여론의 질타에 검사들이나 특검 구성원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당신들에게 특별한 ‘권한’을 준 것은 국민이다. 진실을 밝히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면 따라야 한다.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지금 검사들에게 필요한 건 변명보다는 수사능력이다.



이동현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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