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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한·미 FTA 발효 100일 … 수입상품 가격 변화 살펴보니

중앙일보 2012.06.22 00:32 경제 4면 지면보기
한·미 FTA가 제품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산 체리의 경우 FTA 발효 이후 48.2%나 값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소비자들이 미국산 체리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국엔 수입차 택시 25대가 운영 중이다. 1년 전 8대에서 늘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입차 가격이 내리자 일부 개인택시 기사가 수입차로 눈을 돌렸다. 수입차 택시 중 가장 많은 차종은 포드 ‘토러스’. 한·미 FTA로 차 값이 250만원가량 내리면서 인기가 좋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한·미 FTA 이후 수입차 구매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체리 값 48% 내렸다지만 … “싼 지 모르겠네요”



 롯데마트는 오는 28일 직수입하는 미국산 와인 ‘로버트몬다비’ 2종과 ‘갤로’ 3종 판매를 시작한다. 지난 3월 한·미 FTA가 발효되자마자 미국 와인업체와 계약을 하고 1년간 총 9만 병을 저렴하게 수입하기로 했다. 백화점에서 2만5000원에 팔리던 ‘로버트몬다비 트윈오크 카베르네 소비뇽’을 절반 값인 1만250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이영은 주류MD는 “15%의 관세가 사라진 데다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계약해 값을 대폭 낮췄다”며 “소비자들이 FTA 효과를 톡톡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00일. 한·유럽연합(EU) FTA도 다음 달 1일이면 발효 1년이다. 한·미, 한·EU FTA로 관세가 사라지거나 인하된 수입품의 소비자 판매 가격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FTA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관세가 내린 주요 수입품 22개(EU산 9개, 미국산 13개) 중 15개 품목은 판매가격이 FTA 발효 이전보다 내려갔다. 공정위가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과 함께 매주 제품 가격 동향을 점검한 결과다.



 유럽산 제품 중 와인(-23.1%)과 테팔 전기다리미(-26.5%) 값이 크게 내렸다. 유모차도 스토케·잉글레시나 등 유명 제품 가격이 10.3~14% 떨어졌다. 또 다른 유명 유럽산 유모차인 ‘퀴니’도 이달 안에 값을 내릴 예정이다. 벤츠 E300(-1.3%)이나 필립스 전기면도기(-4.4%), 휘슬러 프라이팬(-6.5%)의 가격 인하 폭은 관세 인하율에는 못 미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부분 품목은 지난해 한·EU FTA 직후엔 값을 내리지 않다가 올 들어 한·미 FTA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값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미국산 제품은 체리(-48.2%), 오렌지(-17.6%), 스위트콘(-15.6%)의 가격 인하 폭이 컸다. 오렌지 주스의 경우 농심이 원액을 수입하는 웰치스 값이 8.6% 내렸다. 그 결과 덩달아 경쟁제품인 서울우유 아침에주스 값도 6.7% 내렸다. FTA 효과가 국내 제품 가격까지 끌어내린 셈이다.



 하지만 FTA에도 가격이 꿈쩍 않는 수입품도 있었다. 유럽산 위스키, 미국산 맥주(밀러)는 4.3~5%포인트 관세가 내렸지만 판매가는 그대로다. 미국산 샴푸(아베다)와 치약(암앤해머), EU산 샴푸(록시탕)는 관세인하율이 1.2~3%포인트에 불과해 가격 인하로 연결되지 않았다. 되레 값이 오른 품목도 있다. 미국산 호두는 작황이 부진해 수입가격이 뛰면서 소비자 가격도 13.2% 올랐다. 유럽산 전동칫솔(브라운 오랄비 트라이엄프 4000)은 14만8000원에서 15만9000원으로 값이 비싸졌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관세인하 효과가 상쇄됐다”는 게 수입업체 주장이다. 그래도 공정위 측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정위 곽세붕 소비자정책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 인하 추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는 FTA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21일 낮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만난 주부 최혜원(36·서울 상도동)씨는 “체리를 살까 말까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가 좋아하긴 하는데 비싸다”며 “FTA를 했다고 해도 체리 값이 눈에 띌 만큼 싸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산 체리 값은 500g에 9480원. 예전엔 1만원을 훌쩍 넘던 가격이 떨어진 건데도 소비자는 여전히 별로 싸지 않다고 느꼈다. 미국산 오렌지를 산 김혜수(42·여·서울 이촌동)씨도 “6개에 8000원 정도인데 FTA에도 크게 싸지진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마트 수입과일 담당인 한규천 부장은 “관세 인하로 미국산 과일 판매가격이 분명히 내렸지만 소비자들은 가격이 30~4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잘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칠레산 포도가 한·칠레 FTA 이후 판매가 급증한 것처럼 미국산 과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가 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FTA 효과를 소비자가 체감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인교 인하대(경제학) 교수는 “관세 인하분만 가지고 FTA 효과를 단기간에 무리하게 홍보하기보다는 수입가격 거품이 제대로 꺼지도록 정부가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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