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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컸는데 … 뜨뜻미지근한 버냉키

중앙일보 2012.06.22 00:29 경제 3면 지면보기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TV에 기자회견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 벤 버냉키 의장의 모습이 나오고 있지만 직원은 관심도 두지 않는다. 버냉키 의장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뉴욕 AP=연합뉴스]


‘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별명이다. “경기가 침체하면 헬리콥터를 타고 나가 시중에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는 경기부양에 적극적이었다. 유로존 17개국이 우물거리자 시장은 이번에도 그의 입에 기대를 걸었다.

화끈한 경기 부양책 대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연장
유럽 위기로 묘안 없어



 그러나 버냉키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그는 “미국 경기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디게 회복되고 있다”며 연초 낙관론을 거둬들였지만 시장이 기대한 화끈한 부양책은 내놓지 않았다. 대신 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틀간 회의 후 내놓은 처방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2670억 달러 연장이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Fed가 시장에서 단기채를 팔고 장기채를 사들이는 조치를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에 걸쳐 2조30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푸는 이른바 1·2차 양적 완화 정책(QE)을 펼쳤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별로 없자 지난해 9월 고육책으로 4000억 달러 규모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조치를 내놨다. 채권의 만기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돈을 푸는 효과는 없지만 만기를 장기화해 금리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금리를 낮춰봐야 소비·투자가 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주택 수요가 늘지 않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욱이 시장은 Fed가 현재 제로에 가까운 초저금리를 2014년 이후까지 연장한다는 언급도 기대했으나 불발했다. 버냉키가 내놓은 대책은 더도 덜도 아닌 시장이 예상한 딱 그만큼인 셈이다.



 버냉키가 수비 자세로 나온 건 아직은 Fed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부진은 미국보다는 유럽 위기에서 비롯됐다. 더욱이 22일(현지시간) 유럽 재무장관 회담에 이어 28~29일 정상회담이 잇따라 예정돼 있다. 유로존이 어떤 묘안을 내놓느냐를 보고 Fed가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이날 연준이 내놓은 조치가 시장 기대에 못 미쳤음에도 뉴욕 증시가 급락하지 않은 건 시장도 그런 사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상한 수준의 대책이 나오자 21일 코스피 지수는 1889.15로 전날보다 0.79% 하락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짧게 볼 때 이번 FOMC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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