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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선수도 직원도 싸움박질 … 해도 너무하는 ‘수퍼 매치’

중앙일보 2012.06.22 00:23 종합 24면 지면보기
20일 경기 종료 직전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는 서울과 수원 선수들. [뉴시스]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대결은 ‘수퍼 매치’로 불린다.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라이벌전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낳고, 팬들이 이에 열정적으로 화답하면서 K-리그의 대표 브랜드, 최고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런데 올해 들어 두 팀의 라이벌전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급기야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16강전에서 두 팀은 경기장 안팎으로 부끄러운 풍경을 남겼다. 과연 ‘수퍼 매치’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수원이 2-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내 격투기를 방불케하는 파울과 몸싸움이 난무했다. 전반 1분 만에 라돈치치(수원)는 김진규(서울)의 과격한 파울에 무릎을 다쳤고 4분에 교체아웃됐다. 90분 동안 양팀은 42개의 파울(경고 7개, 퇴장 1개)을 주고받았다. 경기 종료 직전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집단 몸싸움을 하는 추태도 연출했다.



 경기 후에는 양팀 직원 사이에 폭행이 일어났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된 감정 싸움은 수원 운영팀 A씨가 서울 마케팅팀 B씨의 목을 주먹으로 때리고 허리에 발길질을 하는 폭행으로 커졌다. B씨는 목에 깁스를 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폭행 혐의로 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은 A씨는 되레 B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명문 구단임을 내세우는 두 팀의 자부심과 국내를 대표하는 모기업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진흙탕 싸움’이었다.



 수원과 서울은 ‘승점자판기’ ‘반칙왕 수원’ 등의 동영상을 제작해 상대방을 자극했다. 이슈를 만들어 축구팬의 흥미를 끌기 위한 신경전으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축구팬은 경기장에서만큼은 파울이 난무하는 난투극이 아닌 선수들의 최고 기량을 보길 원한다.



 수원과 서울의 경기는 K-리그에서 보기 드문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다. 크고 작은 해프닝과 사건사고들이 쌓이면서 스토리는 더 풍성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경기 자체의 ‘품질’이다. 치열하게 싸우되 오래 기억에 남을 명승부를 펼쳐야 한다. 물론 폭력은 안 된다. 수원과 서울 양 구단은 ‘수퍼 매치’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붙여준 팬들 앞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진실된 사죄를 해야 한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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