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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최철한·강동윤 … 이 짜릿한 반집 승

중앙일보 2012.06.22 00:18 종합 26면 지면보기
결혼 후 부진한 성적을 내던 최철한(오른쪽) 9단이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중국의 강자 구리 9단과 303수까지 가는 혈전 끝에 반집 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한국은 강동윤 9단도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반집을 이겨 16강에서 탈락한 이창호·이세돌·박정환의 공백을 메웠다. [사진 한국기원]


박정환(왼쪽) 9단과 이세돌 9단.
한국랭킹 1위 박정환(19) 9단의 연승행진이 18승에서 멈춰섰다. 꿈의 승률이라는 ‘승률 90%’도 하루 만에 끝났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열린 제17회 LG배 세계기왕전 16강전에서 패배를 모르며 질주하던 박정환이 중국 랭킹 34위의 무명 신예 롄샤오(連笑·18) 4단에게 패배해 탈락했다.

한국 선수 5명 LG배 8강행
눈 터지는 계가 끝 중국 잡아
17세 나현, 지난해 우승자 격파



우세한 흐름이었으나 부자 몸조심의 분위기 속에서 역전당한, 아쉬움을 짙게 남긴 일전이었다. 박정환은 이 패배로 36승5패가 돼 앞으로 9연승을 해야 승률 90%가 된다. 박정환에 이어 또 한 명의 강력한 우승후보인 이세돌 9단도 중국 랭킹 5위 스위에(21) 6단에게 져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이창호 9단도 중국 27위 리캉 6단에게 져 8강 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한국 바둑의 저력은 놀라웠다. 한국은 17세 신예 나현 2단이 전기 우승자인 중국의 장웨이제 9단의 대마를 함몰시키며 승전보를 전했고, 강동윤 9단은 중국의 떠오르는 유망주 펑리야오(20) 5단을 반집 차로 격파하고 8강에 합류했다.



맨 마지막까지 구리 9단과 혈전을 전개한 최철한 9단도 303수까지 가는 눈 터지는 접전 끝에 반집 승을 일궈냈다. 대만의 샤오정하오를 꺾은 이영구 9단, 최기훈 4단을 이긴 원성진 9단까지 한국은 5명이 8강에 올라 수적으로 중국을 눌렀다.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듯이 세계바둑은 유명과 무명, 강자와 약자의 구분이 갈수록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창호 9단의 뒤를 이었던 세계바둑의 쌍벽 이세돌 9단과 구리 9단도 힘겨워하는 빛이 역력해졌다. 세계대회는 매번 새로운 이름의 신예를 쏟아내고 있다. 비씨카드배는 미위팅(16)과 당이페이(18), 바이링배는 셰얼하오(13)와 양딩신(14), 응씨배는 판팅위(16), 그리고 이번 LG배에선 나현과 롄샤오가 이름을 알렸다(나현은 지난해 말 삼성화재배에서도 4강까지 진출했었다).



이세돌 9단은 비씨카드배에선 당이페이, 응씨배에선 판팅위에게 졌다. 아직 ‘세대교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10대 기사들의 전 방위적 공세에 정상급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와중에서 박정환의 존재는 특히 주목된다. 그는 한·중을 통틀어 10대이면서 동시에 세계정상급으로 확실하게 인정받는 유일한 기사다.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금 힘을 내기 시작한 나현 2단도 한국 바둑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창호-이세돌-박정환-나현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수적으로 월등한 중국을 이겨낼 수 있느냐, 여기에 모든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승상금 2억5000만원의 LG배 8강전은 11월 5일 열릴 예정이다. 대진은 ▶최철한 대 롄샤오 ▶원성진 대 이영구 ▶강동윤 대 리캉 ▶나현 대 스위에.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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