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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융·복합시대 ‘수퍼매미’가 되자

중앙일보 2012.06.22 00:01 경제 12면 지면보기
김영호
대한지적공사 사장
가로수마다 매미가 허물을 벗기 시작한 것을 보니 곧 불볕더위가 시작될 것 같다. 여름내 맴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에 때론 귀가 따갑지만 매미 없인 어째 제대로 된 여름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여름 한철을 세차게 울기 위해 길게는 10년을 기다린다는 매미는 그야말로 여름의 전령사라 할 만하다. 일찍이 제자백가 중 도가의 대표자인 장자는 매미의 삶에서 인간의 도를 발견했다. 그의 책 『장자』에는 ‘<87EA><86C4>不知春秋(혜고부지춘추)’라는 말이 있는데 여름을 사는 매미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매미는 여름에 대해서는 꿰뚫고 있는 것일까. 후대의 혹자는 ‘여름밖에 모르는 매미는 여름도 모르는 것이다’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이는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융·복합을 배제한 폐쇄적인 발전, 인류의 행복을 경시한 업종 간의 맹목적 융합은 결국 여름매미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해법으로 꾸준히 제시된 ‘자본주의 4.0’이 연초 다보스포럼에서 또다시 강조된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제 경제성장도 인간관계에서 바라보는 따뜻한 자본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매미의 모습도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여름매미의 한계를 꼬집는 부정의 메시지가 ‘수퍼매미’라는 긍정의 메시지로 바뀌어야 하는 시대가 ‘자본주의 4.0’의 시대라고 본다. ‘수퍼매미’란 봄·여름·가을·겨울을 모두 살면서 우리 국민과 국가, 나아가 인류 전체에 도움이 되는 융합과 상생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다.



 4월 한국에서 개최된 ‘융·복합 국제콘퍼런스’에서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도 “융·복합 시대에서는 기술로 시장을 독점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크로스오버·퓨전·매시업·인터랙티브·유비쿼터스 등의 유사한 표현으로 가속된 융복합은 이미 문화와 예술, 기술과 세대, 공간과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융·복합이 단순한 비즈니스 대격변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국가와 개인, 인류 전체의 행복을 위한 창의적 혁신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시대는 글로벌 이슈인 환경과 기후, 고용과 질병 등의 문제에까지 기여하는 위기대응력이 뛰어난 ‘수퍼매미’를 기대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대한지적공사도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에서 지식정보화사회, 나아가 디지털 융합사회로의 적극적인 변화와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도전은 공간정보연구원의 개원이다. 과거 공사의 주력 분야는 지적에 국한돼 있었지만 이제 지적과 측지, 지리정보시스템(GIS)과 공간정보가 서로 융합하지 않으면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간정보산업의 인큐베이터라는 기대를 받으며 탄생한 공간정보연구원은 국토정보를 융합하고 발전시키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정부도 공간정보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국가공간정보 인프라 구축에 총 3356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공간정보시장의 점유율은 4.5%에 불과하지만, 정부와 공간정보연구원 그리고 민간기업의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은 긍정적인 미래에 힘을 싣는다.



김영호 대한지적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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