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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도전받는 감사원

중앙일보 2012.06.22 00:00 종합 29면 지면보기
편호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회장
전 감사위원
감사원의 권한과 신뢰성이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외자원개발 및 도입실태’ 감사 결과를 놓고 일부 감사받은 기관장들이 반발, 사퇴했다. 얼마 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유사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부족징수 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에는 대학 등록금 감사를 놓고 일부 대학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가 최근에 취하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불과 1000여 명의 직원으로 6만여 개가 넘는 감사대상 기관을 관리한다. 국가 재정 낭비를 줄이고 공무원 기강확립과 부패방지를 위한 헌법상 임무를 비교적 잘 수행했다고 평가받아 왔다. 강력한 감사기능이 부정부패의 소지를 줄여 국가발전에 기여해온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감사원은 그간의 공과와 무관하게 최근 감사에 대한 저항이 늘어나는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선 감사결과 처리 과정에 대한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공정한 감사처리를 위해 감사원 내부에 여러 단계의 내부심의 절차가 있고 최종적으로 감사원장을 포함한 일곱 명의 감사위원이 심의와 토론을 거쳐 감사결과를 확정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절차만으로 감사대상 기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고 믿는 공직자는 많지 않다. 감사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중징계사항에 대해서만 관계인을 출석시켜 의견을 청취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불이익을 받는 공직자들은 이 제도가 미진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감사원은 양건 감사원장 취임 후 이러한 비판을 보완하기 위해 감사 옴부즈맨 제도를 설치하고 감사과정에서 일어나는 쟁점에 대해 추가적인 소명서를 심리부서에 직접 제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직자는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명서 제출만 가지고는 피감사자로서 억울한 사항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다. 한마디로 일방적인 감사관의 의견에 대해 이를 반박하고 하소연할 직접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감사사항이나 신분상 불이익을 받는 사안에 대해서는 본인이 감사위원회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해 변론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비슷한 위원회 제도를 도입한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경우 당사자가 회의에 직접 출석해 필요한 소명을 할 수 있다. 감사결과 처리 기간이 다소 지연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절차는 반드시 도입돼야 감사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또 감사범위에 대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감사원법을 재검토해 관련규정을 좀 더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지난번 사학기관 감사권 여부와 관련돼 제기된 논란이 언제 또 제기될지 알 수 없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데는 빠짐없이 감사대상에 포함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감사가 필요한 기관에 대해 몇 번에 걸쳐 감사대상으로 포함하려 하다가 관련기관들의 반발로 실현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일부 힘센 언론기관이나 시민 단체들이 귀중한 세금을 받고도 감사를 받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마지막으로 한정된 인력으로 수많은 대상기관을 모두 수박 겉핥기식으로 감사할 것이 아니라 각 기관의 자체감사기능을 활용하고 감사원은 보다 더 중요하고 정책적인 사항에 대해 선택과 집중적인 방식으로 감사를 수행해야만 감사의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다. 감사원이 공직자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감사원 뜰 표지석에 새겨진 ‘공명정대’의 기치대로 뼈를 깎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다.



편호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부회장 전 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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