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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교수 "성희롱 주장 여제자 中여행때…"

중앙일보 2012.06.12 00:07 종합 18면 지면보기
여대생들이 지도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의혹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고려대에 따르면 지난 3월 박사 과정의 A(여)씨와 B(여)씨가 “지도교수와 주임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C교수가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C교수는 “수준 미달의 박사논문을 통과시켜주지 않아 나를 음해하려는 모략”이라며 “오히려 두 여학생이 중국 여행 때 성매매를 권유했다”고 반박했다.


제자는 교수에게 성희롱 당했다는데 여전히 논문 제출 승인권 가진 교수
해결 더딘 고려대 사건
진상규명 요구 90일 지났는데 주임교수-제자 관계 그대로
미국선 학생 원할 땐 교수 바꿔



 지도교수는 논문심사와 심사위원 추천 등 전반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통상 학과장을 맡는 주임교수는 논문청구 수를 집계하는 등 행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다만 주임교수가 중간에서 논문청구심사 승인을 거부하면 학생은 논문을 제출할 수 없다. 학교 측은 여학생의 요구에 따라 지도교수를 C교수에서 같은 과 다른 교수로 변경조치했다. 그러나 문제는 C교수가 주임교수를 계속 맡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A씨는 C교수의 도장을 받지 못해 논문 제출 마감일을 20일 넘겨서야 심사청구서를 학교에 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C교수에게 승인을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한다. C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학생이 제출 기한이 지나서야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학칙상 주임교수인 C교수를 다른 교수로 교체할 수는 없다. 익명을 요구한 고려대 교수는 “‘학교 측이 C교수에게 승인을 종용하기에 앞서 이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도록 교칙을 고 쳤어야 한다는 내부 여론이 높다”고 전했다.



[관련 사진=뉴시스]
여학생들이 고려대 양성평등위원회·교원윤리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요구한 지 90일이 넘었지만 학교 측이 아직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교칙에 따르면 양성평등위는 요구 후 60일 안에, 교원윤리위는 90일 안에 각각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 고려대 관계자는 “관련된 사람이 많아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반면에 하버드·예일·스탠퍼드 등 미국 명문대학들은 학생과 교수 간 성추행·성폭력에 관한 교칙을 한국보다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대개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이 원하면 평가와 논문심사에 관여하는 교수를 교체할 수 있다. 또 ‘학생을 지도하고 평가할 교수는 원칙상 학생과 성관계나 애정행위를 할 수 없으며, 합의도 있을 수 없다’고 교칙에서 규정하고 있다.



 고려대 양성평등센터 노정민 상담원은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감독과 평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일반 사회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C교수와 A·B씨 간 성추행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를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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