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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서도 열공하면 성공’ 믿음, 한국식 교육 덕

중앙일보 2012.06.12 00:04 종합 30면 지면보기
데모크러시 프렙 차터스쿨 세스 앤드루 총교장은 인터뷰 내내 노랑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는 한국 교육의 가치와 정신을 강조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마약과 범죄의 온상이었던 미국 뉴욕 할렘가. 6년 전 이곳에 데모크러시 프렙 차터스쿨을 세운 세스 앤드루(32) 총교장은 노란색 모자를 쓰고 다닌다. 그가 세운 학교 학생은 80%가 흑인, 나머지 20%는 히스패닉이다. 그런데 지난해 이 학교는 뉴욕주 전체 공립학교 중 최고 성적을 올렸다. 앤드루 교장의 모자는 그 자부심의 상징이다. 그는 “할렘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건 한국식 교육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를 교장실에서 만났다.

뉴욕주 공립학교 최고 성적 ‘프렙 차터스쿨’앤드루 교장



 -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를 했다던데.



 “아내가 2000년 풀브라이트 지원으로 천안에서 원어민 교사를 했다. 아내를 만나러 한국에 갔다가 한국 교육을 경험해보라는 아내의 강권에 천안의 한 중학교에서 1년간 교편을 잡았다.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은 학부모들이 모든 걸 희생해가며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가르치려고 하는 걸 보고 놀랐다. 이들은 교육만이 가족과 나라를 가난에서 구해줄 수 있다고 믿었다. 언젠가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 교육의 정신을 살린 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마음먹었다.”



 - 할렘에 학교를 설립한 이유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1920년대 할렘은 미국 흑인 예술의 요람이었다. 대표적인 흑인 시인 랭스턴 휴즈가 바로 우리 학교 건물에서 시를 썼다. 지금은 모두가 잊어버린 할렘 르네상스의 꿈을 한국식 교육을 통해 부활시키고 싶었다.”



 - 한인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유는.



 “한국어는 단순히 외국어가 아니라 문화와 가치다. 한국어로 교사를 ‘선생님’이라고 높여 부르는데 자연스럽게 존경심을 담게 된다. 한국어를 통해 한국 교육의 정신을 학생들에게 불어넣고자 했다. 우리 학교 250명 전교생은 한국어가 필수다. 합창반에선 아리랑을 배운다. 올해 처음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한국어 평가시험을 치른다. 미국에 있는 한인 2세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린 비결은.



 “우리 학교는 오전 7시45분 수업을 시작해 오후 5시15분 마친다. 방과 후엔 각종 과외활동도 한다.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일반 공립학교보다 1.5배 정도 길다. 또 우리 학교는 공립학교는 물론 명문 사립학교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교사를 확보했다.”



 - 좋은 교사를 뽑아오자면 예산이 많이 필요할 텐데.



 “차터스쿨은 공립학교보다 정부 지원금이 적다. 대신 우리는 공립학교처럼 교사 연금제도가 없다. 거기서 엄청난 예산을 절약한다. 둘째로 사무직을 줄였다. 셋째로 불필요한 기자재 구입에 돈을 안 쓴다. 우리 학교엔 첨단 기자재가 없다. 교실엔 칠판과 선생님뿐이다. 교재도 교사들이 직접 만들어 나눠준다. 예산은 최대한 훌륭한 교사를 뽑는데 배정한다.”



 -성적에 너무 집착한다는 비판도 있다.



 “시험을 많이 보지만 그건 학생들에게 어떤 걸 가르쳐야 할지 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학생들은 공부만 하는 게 아니다. 봉산탈춤이나 태권도 같은 과외활동도 한다. 한국처럼 하루 10시간씩 매일 공부만 시킨다면 성적이 오르지 않았을 거다.”



 - 한국 방문의 목적은.



 “학생들을 한국으로 보내 한국의 발전상도 직접 보고 한국말 실력도 발휘해보고 싶은데 예산이 부족하다. 한국 학교나 단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싶다.”



뉴욕=글·사진 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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