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장 꼴보기싫은 은퇴男, 집밥 챙기는것 보다

중앙선데이 2012.06.10 03:34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김진영의 돈 버는 은퇴 학교
은퇴설계의 중심 축은 ‘마눌님’

증권사의 주식투자 설명회에는 주부를 중심으로 여성이 많이 몰리는 데 비해 은퇴설계 설명회를 열어 본 경험으로는 중·장년 남성이 눈에 띄게 많다. 은퇴 문제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더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장년층 남자들은 은퇴 시점이 되면 처음에는 현실을 ‘거부’하다가 ‘우울’과 ‘분노’의 단계를 거쳐 결국 ‘수용’하게 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 기간이 보통 몇 년 된다. 이런 과도기는 가정생활에 잘 반영된다.



대체로 남자는 돈을 버는 주체였다가 은퇴와 함께 이 존재감이 사라지는 데 비해 여성은 배우자의 은퇴 후에도 계속 돈을 관리하는 주체로 남아 상대적으로 은퇴 관련 스트레스가 적다. 결국 은퇴한 남편은 부인의 돈 관리에 간섭하기 시작하고 이것이 흔히 부부싸움으로 번진다. 여성들에게 가장 꼴 보기 싫은 은퇴 후 남성상은 ‘하루 종일 파자마 바람’ ‘집에서 점심’, 그리고 ‘과묵’이다. ‘일식님(하루 한 끼만 집에서 드는 남편)’, 두식이(두 끼나 드는 남편)’ 같은 씁쓸한 농담이 회자된 지도 오래다. 그래서 그런지 황혼이혼이 급증일로라고 한다. 지난해 이혼자 중 남성은 50세 이상이 30.8%, 여성은 19.6%에 달했다. 2005년만 해도 남성 17.8%, 여성 9.9%였는데 6년 만에 두 배 안팎으로 비율이 높아졌다.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은퇴는 개인이 아니라 가족 차원의 문제다. 최소한 부부의 문제다. 더욱이 수명과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은퇴문제는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가장 큰 숙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은퇴설계연구소가 지난달부터 ‘부부 은퇴학교’를 운영해 봤다. 주로 50대 부부 25쌍을 강원도 홍천에 초청해 1박2일로 진행했다. 전문직과 기업체 임원 등 다양한 직업의 참가자들은 의외로 은퇴 이후의 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한 적이 없다고 했다. 부부 사교춤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함께 춤춰 본 일도 평생 처음이라는 분도 많았다.



은퇴설계는 자산관리를 넘어 부부의 은퇴생활 전반을 디자인하는 것이기에 은퇴 전에는 각자 다른 지갑을 찼더라도 은퇴 후에는 부부 자산을 거의 다 펴놓고 종합적인 얼개를 짜야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5년 이상 오래 살기 때문에 사실상 은퇴설계는 부인을 중심에 놓아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국민연금부터 보자. 은퇴생활비의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다. 연금이 물가를 반영해 계속 오르고 운용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편인 데다 죽을 때까지 연금이 나온다는 장점이 크다. 다만 남편 연금만으로는 액수가 크지 않아 40·50대 전업주부들의 국민연금 임의가입이 근래 급증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자발적 가입자 수는 2008년 약 3만 명이던 것이 최근에는 20만 명에 육박하며 일곱 배 가까이로 늘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부인 임의가입의 경우 남편이 먼저 돌아가면 두 국민연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보통 남편의 유족연금이 더 크기 때문에 그동안 냈던 본인 연금은 포기해야 한다. 이것은 맞벌이 부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부인의 국민연금 임의가입은 부부가 함께 백년해로해야 두 연금을 모두 받아 혜택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이혼하면 누구 것이든 반씩 나눈다. 단지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남편 사후에도 유족연금과 부인이 가입한 국민연금을 모두 받을 수 있었다. 한편 공무원 연금은 지금까지 이혼하더라도 분할 대상 재산이 아니었으나 최근 서울가정법원에서 분할 판례가 나와 법이 개정될 가능성도 있다.



남편의 퇴직연금은 납입기간이 10년 이상이고 만 55세를 넘기면 수령 기간을 정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는 종신형은 없다. 남편이 사망하면 부인이 남은 금액을 일시불로 받게 된다. 퇴직금은 중간정산이나 이직 등을 계기로 미리 다 받아 쓰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부인들 입장에서는 남편의 퇴직금이나 중간정산 금액은 금융회사의 개인퇴직계좌(IRA)로 옮겨 나중에 연금 형태로 받는 것이 좋다.



개인연금, 부인 피보험자 종신형 바람직

부부 은퇴설계 때 고려할 사항이 가장 많은 것이 개인연금이다. 개인연금은 보험형·은행신탁형·펀드형이 있는데 연금을 정해진 기간 받는 형태가 있고 죽을 때까지 받는 형태가 있다. 부인 입장에서 장수시대를 고려하면 종신형이 유리한데 종신형은 보험형만 있다. 단지 종신형의 경우 피보험자가 기준인데, 사망하면 연금이 종료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오래 살 가능성이 큰 사람을 피보험자로 해야 한다. 많은 경우 남편보다는 부인이 될 것이다. 참고로 일반적인 생명보험의 경우 피보험자를 남편으로 하고 부인이 계약자로 돈을 내다가 이혼했다면 남편 사망 때 보험금은 남편의 새로운 부인이나 남편의 상속인에게 간다. 남편 사망 전에 보험계약서의 수익자 명의를 법정상속인에서 부인 본인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한편 이미 은퇴를 한 사람은 목돈을 일시에 넣고 바로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즉시연금보험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개인연금보험 역시 보험이기 때문에 연금수령액이 평균수명에 따라 변하는데 가입시점에 기준이 되는 평균수명이 높을수록 같은 나이에 가입해도 연금액은 줄어든다. 여기서 평균수명은 몇 년마다 기준이 변한다. 다음 달 개정 때 평균수명 기준이 높아지므로 가입하려면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특히 즉시연금을 포함한 개인연금은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 빠지고 계약자 사망에 의한 상속세 산정 때 상속금액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기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걱정되는 자산가들에게 유용한 은퇴상품이다.



주택연금은 어떤가. 이는 사는 집을 담보로 부부 모두 만 60세가 넘고 집값이 9억원 이하면 부부 모두 돌아갈 때까지 일정액을 받는 연금이다. 남편이 사망해도 주택과 생활비가 해결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런데 주택연금 액수는 나이와 집값·평균수명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신청 당시 가입자의 나이가 적을수록, 담보로 잡는 집값이 낮을수록, 국민 전체의 평균수명이 길어질수록 같은 집이라도 연금 수령액이 낮아진다. 다음 달 생명표 개정과 주택가격의 전반적 하락으로 주택연금 액수도 연말께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주택연금 금액이 너무 작다는 소리를 듣는데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니 원하는 분은 서둘러 가입할 필요가 있다.



주택연금 가입 때도 물론 주의할 것이 있다. 집을 담보로 잡다 보니 이사하려면 그동안 받은 연금을 거의 다 반환해야 한다. 잘못하면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약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화재 등 천재지변이나 재건축으로 집이 없어지면 계약도 소멸된다. 재건축 후 재입주한다 해도 기존 빚을 갚고 재계약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재개발·재건축 등을 고려하면 가입 시 잔여수명 예상이 20년 안팎인 칠순 정도에 새 아파트로 옮겨 주택연금을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하겠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김진영(51)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20년 가까이 옛 쌍용증권 이코노미스트, 삼성금융연구소 금융전략팀장으로 일했다. 2008년 삼성증권으로 옮겨 전략기획담당 등을 맡았다.



중앙SUNDAY 구독신청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