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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김재연 때문에 야권 집단 폐사할 판”

중앙선데이 2012.06.10 01:58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운동권 출신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의 종북 비판



민주통합당 김영환(57·경기 안산 상록을·사진)은 시인이다. 그에겐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치과의사, 전기기술자, 국회의원, 과학기술부 장관. 또 하나는 ‘운동권’이다. 지난 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에 실린 이 시에는 김 의원의 삶이 응축돼 있다.



올해 4선(選)인 그는 ‘73학번(연세대 치대)’이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반독재 투쟁, 노동운동에 몰두하다 15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충청도 산골에서 중국집 주방장 아들로 태어난 그는 두 차례의 제적과 1년간 현상수배, 20개월 투옥, 5년간 노동운동을 펼쳤다.



김 의원은 요즘 정치 인생의 승부를 걸고 있다. 그는 4·11 총선 직후 가족 앞에서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는 정치는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요즘 민주당의 좌(左)편향 행보를 비판하고 나서는 이유다. 통합진보당의 종북 좌파 논란은 김 의원에게 절박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대로 가면 12·19 대선은 보나마나 뻔한 결과일 것”이라며 민주당의 통렬한 반성과 중도진보 노선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요즘 ‘이단아’ 같은 신세다. 4·11 총선에서 부활한 친노 세력을 향해 ‘친노 당권파’라고 공격하고 통진당과의 야권연대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다음은 8일 오후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된 인터뷰 요지다.



『지난 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
-종북 좌파 논란이 거세다. 통진당 비례대표인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거취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통진당 내부의 부정경선에서 발단이 됐는데 그 당이 제명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 만큼 일단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자칫하면 통진당뿐 아니라 그 당과 연대하는 야권 전체가 집단 폐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두 의원이 당을 사랑하고 진보진영의 생존을 생각한다면 사퇴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안 되면 통진당 내부에서 푸는 게 맞다. 우리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손잡고 제명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두 의원이 과거에 주사파와 경기동부연합 소속으로 활동했고,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사상의 영역, 양심의 영역을 침해하면 곤란하다.”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는 변절자’ 발언은 어떤가.

“아주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본인도 사과하고 있다. 그건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부분이다. 탈북자들에게 상처를 줄 것이고, 또 그 발언이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에게 한 것이 와전됐다고 하는데 하 의원에게도 그런 말을 해선 안 됐다.”



-이런 사건들은 진보진영의 대북인식과 맞닿아 있는 것 아닌가.

“통진당 분들이 애국가 부르기를 힘들어하고 그게 논쟁의 대상이 되는 정당이라면 어떻게 우리와 연대할 수 있겠나. 북한의 3대 세습과 인권, 핵개발에 대해선 우리 국민이 이미 판단을 내리고 있다. 21세기에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만에 하나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와서 (면책특권을 활용해) ‘김일성 만세’를 외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들 대한민국이 망하겠나.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 나라에 남아 있는 종북주의 뿌리를 뽑게 될 것이다. 이 문제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권이 반독재, 반파쇼, 반군부 투쟁 과정에서 만들어진 대미 시각, 대북 인식과 맞닿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미 자연스럽게 정리된 부분이다.”



-이해찬 전 총리는 ‘북한인권법은 내정간섭’이라고 말했다.

“우리 민주당은 햇볕정책을 기본노선으로 한다. 남북 대화·화해를 통해 윈-윈 체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북쪽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의 문제다. 나는 이해찬 전 총리의 발언도 적절치 않다고 본다. 광주항쟁이 일어났거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북측은 우리의 인권문제를 무수하게 거론하고 비판해 왔다. 우리가 동족으로서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인권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다. 다만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실효성 없는 인권법을 만들어 북한을 자극하거나 북한 인권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을 개선하려면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설득하고 압박해야 한다.”



-12·19 대선을 앞둔 야권연대와 관련해 ‘선쇄신, 후연대’방안을 주장했다.

“역대 선거를 보면 단일화든 연대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득이 되기도, 해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선거에서 이긴 97년 대선, 2002년 대선 당시엔 권영길 민노당 후보와 단일화도 연대도 하지 않았다. 이 문제의 원칙은 분명하다. 노선과 이념, 정강정책이 유사한 정당끼리는 연대가 아니라 통합을 하는 게 맞다. 그게 다를 경우엔 연대하는 게 맞다. 앞으로 통진당과 연대를 한다면 아주 제한된 범위의 정책 연대에 그쳐야 한다.”



-4·11 총선 이후 ‘박근혜 대세론’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우리 당에선 지난번 총선에서 패배한 게 아니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통진당 사태도 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쓴 약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성찰이나 반성도 없다. 그 반작용으로 ‘박근혜 대세론’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올바른 정체성을 갖고 쇄신을 해나간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논리다. 4·11 총선 전만 해도 우리는 ‘2002년 노무현 승리의 프레임’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2007년 패배 프레임’으로 가고 있다. 지난 총선 때도 ‘이명박(MB) 심판론’에 공감하던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야권연대의 과반 의석 확보 가능성에 불안을 느꼈다. 중도층 이탈현상이 총선 이후에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충청·강원처럼 중도적 보수성향이 강한 중부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MB 측근 비리에다 불법사찰, 디도스 파문, BBK 조작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돼도 이 불길이 ‘박근혜 대세론’으로 옮겨붙지 않는다. 차단됐다. 저쪽은 내부 쇄신을 통해 이명박과 박근혜 사이에 깊은 고랑을 파놓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된 것인지 친노 당권파들이 당을 과거의 친노 패권적인 생각과 지역주의 구도로 옮겨감으로써 ‘참여정부 실정론’이 부각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빚어졌다.”



-야권의 대선 주자감으로 안철수 교수와 문재인·손학규·김두관 세 명의 이름이 거명된다. 이분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도 선거전략을 많이 기획해 소위 ‘전략통’이라고 불린다. 내가 보기에 PK(부산·경남) 출신 후보로는 본선에서 박근혜를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선 전선은 낙동강이 아니라 금강에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중부권, 즉 충청·대전·인천·강원 지역이 모두 새누리당 우위 지역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우리 당은 2002년 노무현 승리의 벤치마킹 때문에 소위 경로 의존성 때문에 영남 후보론과 낙동강 전선의 틀에 매몰돼 있다. 문재인·김두관 두 분은 ‘비욘드(beyond) 노무현’을 외치고 있지만 대선 본선이 본격화되면 ‘참여정부 실정론’에 갇힐 수 있다.”



-운동권 선배인 고 김근태 전 의원이 ‘2012년을 점령하라’는 말을 남겼다. 2012년의 시대정신은 뭐라고 생각하나.

“국가적으로 큰 위기다. 유럽발 경제위기에다 서민 삶은 갈수록 고달프고 학교폭력, 종북 논쟁 등을 보면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를 실감하게 된다. 가장 큰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정치야말로 국민을 통합하는 기술인데, 국민을 갈라놓고 갈등을 조장했다. 어처구니없는 분열의 정치, 뺄셈의 정치로 나라의 동력을 떨어뜨렸다. 우리의 시대정신은 통합과 개혁이다. 좌우 이념대립과 양극화 심화를 막을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19대 국회의 개원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새누리당에서 의원 겸직 금지, 의원 노령연금(월 120만원) 폐지, 무노동 무임금 적용 등 의원 특권을 일부 포기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개혁 노력을 왜 야당인 우리가 먼저 하지 못하나. 개혁 어젠다나 정책을 이렇게 빼앗기고 나서 어떻게 대선 승리를 한다는 말인가. 정말 절망감이 든다. 우리가 그보다 더한 개혁을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국민은 상임위원장 숫자 배분이 어떻고 법사위를 누가 가져가건 관심이 없다. 하루빨리 국회를 열어 경제위기 대책과 일자리·복지 같은 민생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치과의원 ‘이해박는 집’ 대표원장을 지냈는데 무상의료 실시를 어떻게 생각하나.

“무상의료를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극단적 사례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65세 이상 노인의 부분틀니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 대상이 완전틀니인데 그런 환자는 거의 없다. 무상의료를 주장한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다.”



-노동운동,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충고할 게 있다면.

“종북 문제는 군부독재와 싸우는 과정에서 파생된 부작용의 산물이다. 옛 소련의 몰락과 북한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이런 문제가 정리된 줄 알았는데 아직 잔존해 있다. 시민운동도 우리 경제발전과 시대 흐름에 맞게 다변화하고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이양수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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