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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할렘 학교 ‘봉산탈춤 기적’

중앙일보 2012.06.07 01:53 종합 1면 지면보기
전교생이 한국어를 배우는 맨해튼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스쿨은 1일(현지시간) 제3회 한국의 밤 행사를 열었다. 재학생은 모두 흑인·히스패닉이며 이날 이들은 봉산탈춤과 태권도, 아리랑 합창 등을 선보여 학부모·학생 등 관객 200여 명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학생들이 봉산탈춤을 공연한 뒤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뉴욕중앙일보=강이종행 기자]


학생 모두가 흑인·히스패닉이고, 80%가 저소득층인 맨해튼 할렘의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스쿨(한국의 자립형 사립고와 비슷한 학교).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운영되는 이 학교의 지난해 고교생 졸업시험(리전트) 통과 비율은 영어 99%, 수학 98%였다. 이는 뉴욕시는 물론 주 평균을 넘어 최고 학생들이 모인 특수목적고 합격률과 맞먹는 성적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2006년 8월 학교를 설립한 세스 앤드루(31·사진) 교장은 “한국식 교육 때문”이라고 말했다.

태권도·방과후 수업 등 한국식 교육 6년 … 절망뿐이던 학교가 뉴욕 최우수학교로



 앤드루 교장은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교육열에 감동받았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다”며 “미국, 특히 할렘과 같은 곳에선 이러한 믿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를 ‘선생님’(이 부분은 한국어로 말했다)으로 부르며 존경하는 분위기도 본받을 만했다”며 “이러한 존경심이 교사를 더 분발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 학교는 고교생들에게 한국어도 가르친다. 현재 9~11(한국의 중3~고2)학년생 185명이 한국어를 제2 외국어 필수과목으로 배우고 있다. 태권도와 전통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는 학생도 많다.



 다른 공립학교와 달리 학교 규율도 엄격하다. 교사에게 함부로 대꾸를 하거나 버릇없게 굴어서도 안 된다. 일반 공립학교는 오후 3시면 수업을 마치지만, 이 학교는 다양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며 오후 5시까지 학생들에게 공부를 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데모크라시 프렙 차터스쿨의 ‘제3회 한국의 밤’에서 학생들이 아리랑 변주곡을 합창하고 있다. 뒤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뉴욕중앙일보=강이종행 기자]


 이런 노력의 결과 2010년 시교육국으로부터 차터스쿨 최우수 학교로 선정됐다. 최근 발표된 2010~2011학년도 학교 진척도 평가에서도 6.67로 1위에 올랐다. 뉴욕시의 다른 학교는 모두 진척도가 이 학교보다 떨어졌고, 심지어 마이너스 진척도를 보인 곳이 더 많은 상황이었다. 인근 센트럴 할렘 차터스쿨과 비교한 수학 성적(한국 중2에 해당하는 8학년 기준)에서도 2008년에는 660점으로 같았으나 2010년엔 이 학교가 682점으로 663점에 그친 센트럴 할렘 차터스쿨을 크게 앞섰다. 또 고교 졸업시험 합격률은 뉴욕주, 뉴욕시는 물론 우수 학군인 웨스트체스터보다 높았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지난 2월 이 학교를 찾아 극찬했다.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1일(현지시간) ‘제3회 한국의 밤’ 행사에서 만난 맥대니얼 하딩(50)은 “딸이 3년째 이 학교를 다니는데 학교가 학생들의 태도나 공부하는 습관을 도와준다”며 “미국의 일반 학교와 다른 학풍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유치원생 60명 모집에 2500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앤드루 교장은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의 교육자들을 만나 학교 상황을 설명하고 후원자를 찾기 위해서다. 앤드루 교장은 “더 많은 학생에게 직접 한국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은데 학교 재정으론 무리여서 후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2012~2013학년도부터 중학생 모두에게 태권도를 필수과목으로 가르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뉴욕중앙일보 강이종행 기자



◆할렘(Harlem)=미국 뉴욕시 맨해튼 북쪽 지역에 자리 잡은 흑인 빈민가를 통칭하는 말이다. 19세기 후반 미국 남부에서 들어온 흑인이 정착하기 시작했고, 20세기 초반 흑인 집단거주 및 상업지역으로 특화됐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범죄 지역, 마약 소굴 등으로 불렸다. 1980년대부터 지역 사회단체와 뉴욕시의 개선 노력에 힘입어 공공주택, 교육시설, 의료시설 등이 확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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