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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법관 인선에 다양성 빠졌다

중앙일보 2012.06.07 00:01 종합 38면 지면보기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한 4명의 대법관 후보가 발표되자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사회는 대법원을 향해 끊임없이 ‘다양성’이란 가치를 요구해 왔다. 기존의 ‘서울대 법대, 남성 판사 출신 동문회’ 같은 구성에서 탈피해 대학·성별·출신지·성향 등의 다양화를 통해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였다.



하지만 이번에 선정된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다양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전원 남성이다. 고려대 법대 출신 1명(김창석 후보)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이들이 모두 임명되면 14명의 대법관 중 비(非) 서울대 출신은 2명, 여성 대법관은 기존의 박보영 대법관 1명만 남게 된다.



 물론 이러한 결과는 지난번 ‘대법관추천위원회’가 추천한 13명의 명단이 발표되면서부터 예상됐었다. 추천자가 발표된 후 여성 추천자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는 시점에 여성의 관점이 대법원 판결에 반영돼야 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무시됐다. “마땅한 후보를 찾기 어려웠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이번 대법관 후보 해당 기수 근처의 여성 인력은 별로 없다.



 하지만 2004년 김영란 대법관이 임명될 당시 8개 기수를 건너뛴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후보자가 없지는 않았다. 이번 새 대법관 후보가 11~15기인데, 여성 법관으로 14기에 조경란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있다. 또 18~19기엔 몇 명의 여성 판사가 있다. 이 때문에 여성계에선 이명박 정부 들어 고위직 임용에 있어서 여성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던 전례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진보 성향 대법관을 이르는 ‘독수리 5형제’ 중 마지막 주자인 전수안 대법관이 퇴진하면 진보 성향도 사라지게 된다. 보수 성향 일변도의 대법원으로는 진보와 보수가 팽팽하게 맞서 있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반영하기 어렵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안정성을 유지하며 외형적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원칙을 천명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인선은 안정성에 치우쳐 다양성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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