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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공립병원에 공공의료 역할을 허하라

중앙일보 2012.06.05 04:00 11면 지면보기
지방의료원은 해방 후 도립병원의 형태로 운영되다가 1983년 지방공사로 전환된 뒤 2005년 보건복지부의 관리를 받게 된 대표적인 지역거점 공공병원이다. 지방의료원에서 하는 공공의료사업으로는 재난구호의료·취약계층 진료·전염병관리 사업 등 의료안전망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민간병원의 약 70%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고 민간병원에서 기피하는 통증관리·재활·정신·호스피스 등의 포괄적 의료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의 보건소나 복지시설 등의 지역사회 연계사업들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건강증진병원으로 역할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정책과 자치단체의 추구 방향이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공공성 강화보다는 수익성 추구 쪽으로 치우쳐 가는 경향이 있다. 관할이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로 중복돼 방향성에 혼선이 생기는 경우가 빈발하고, 중앙과 지방의 경제적 여건차이로 공공의료기관 내에서도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정부지원 역시 국립대 병원 위주로 돼 있어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방의료원은 저소득층 환자위주의 진료특성으로 수익의 한계성을 나타내며 경영적자가 심화되고, 민간기피 공공보건의료기능 수행과, 제때에 공적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시설·장비 노후화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특히 대도시 대형병원 선호에 따른 의료인력 확보가 어렵고 병상의 소규모로 인한 규모의 경제문제로 투자를 기피하면서 환자 선호도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시장경제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사회 안전망의 역할로 공공병원을 유지했으나 다시 시장경제의 수익성 논리로 공공병원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존립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 현재 벌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립병원이 존재할 뿐 과연 공공병원이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허종일 천안의료원 원장]
예전과 달리 공공의료는 공공기관에서 하는 의료행위가 아니라 기능적인 개념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며 보건의료 자체가 공공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만큼 공공의료는 병원 문턱을 낮추고 사회경제적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적정한 진료를 하는 것이 공공의료라고 생각한다.



공공의료는 일부 사회취약계층만을 위한 의료가 아니며 실제 공공의료에 걸맞는 의료행위를 하기 위한 노력은 한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불평 등을 최소화 시키기 위한 노력,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국민적 요구, 적정한 의료서비스를 지역적·문화적·사회경제적 차별 없이 적절하게 제공받기 위한 국민적 요구 등이 모아져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공공의료기관이 경영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금의 현실 또한 이러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합리적으로 찾아야 될 것이다.



병원비 부담 없는 의료복지 제도의 도입은 아직 요원한 정도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행위별 수가제로 대표되는 현행 수가제도의 문제·의료전달체계의 문제·공공병원확충·병상규제 등 한국의 의료체계의 넘어야 할 제도들이 많이 남아있다. 더구나 최소한의 공적 영역을 제외하면 모두 시장에 맡기도록 요구하는 FTA의 전면적 실시는 무한 경쟁을 촉발해 영리병원 도입·민간의료보험 주도와 약제비·의료비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몇몇 전문가들의 의견제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종일 천안의료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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