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터뷰] 김지철 충남도의회 교육의원

중앙일보 2012.06.05 04:00 2면 지면보기
충남 지역 고교평준화 여론조사 찬성률을 놓고 도의회와 교육청 간의 줄다리기가 끝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천안 지역 5개 고교 동창회가 고교평준화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고교평준화를 찬성하는 시민단체와 대립하는 등 평준화 시행 자체를 놓고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고교평준화 조례안을 의원대표 발의한 김지철 교육의원을 만나 고교평준화 입장을 들어봤다.


“고교 평준화 단점, 북유럽처럼 협력 수업으로 보완”

충남도의회 김지철 교육의원은 “충남교육청이 천안고교평준화를 해제할 당시 교육부 공문을 거부하고 59명만의 서명으로 평준화를 해제해 놓고 이제는 평준화 찬성률을 높여 평준화 지정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남교육청 조례안과 의원발의 조례안 무엇이 다른가.



“몇 글자를 제외하고는 신기할 정도로 내용이 모두 똑같다. 평준화 추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여론조사 찬성률만 서로 다를 뿐이다. 충남도의회 역사상 1명(사정상 참석 못함)을 제외한 의원 44명 가운데 33명이 찬성해 공동 발의한 조례안에 교육청이 마치 수정안처럼 맞불질한 것은 충남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의원들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



-교육청이 정책 추진 안정성을 위해 찬성률 70%를 고수하고 있는데.



“사실 70% 찬성률은 고교평준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충남교육청의 주장은 법적 근거, 원칙, 상식도 염치도 없다. 헌법·국회법·선거관리위원회법·지방자치법도 과반수 의결을 일반 원칙으로 한다.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2011년 11월 23일 한미FTA 국회비준 동의가 해당됨)도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국민투표(국회법 제130조 2항)도 반수로 의결한다. 세종시 특별법 통과(2005년)도 과반수, 세종시 특별법 수정안 부결(2010년 6월 29일)도 과반수 의결이었다. 심지어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사항도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 3분의 2 의결은 헌법과 국회법에 예외적으로 특별하게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70% 주장은 고교평준화를 하고 싶지 않은 충남교육청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또 충남교육청은 지난달 천안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타 시도에서 고교평준화를 처음 실시하거나 시행하는 경우 여론조사 결과가 70%를 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거짓 주장이다. 과거에 시도 교육청들이 3분의 2 또는 70% 찬성으로 고교평준화를 실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2011년 3월 18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이전에 법적 근거 없이 시도 교육청이 교과부의 지시로 멋대로 권한을 남용해 온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법제처가 2011년 3월 교과부에 소견을 보냈다.”



-50% 찬성률로는 갈등만 반목된다는 우려가 있다.



“근소한 차이가 나더라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충남교육청이 갈등과 반목 운운하며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부정하는 것이다. 오히려 주민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고 선동하는 행위다. 스스로의 논리에 불합리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고교평준화를 시행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준화가 돼야 인성교육과 창의·문화·지성을 함양할 수 있다. 학교폭력은 학원을 다니면서 쥐어 짜는 점수 위주 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평준화는 학교폭력 예방에도 일조할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심적인 마음의 여유가 없다. 친구가 사귀는 것이 아닌 서로 떨어뜨리고 밟고 올라가야 할 적인 것이다. 10대 시절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친구가 동반자이자 협력자이기 보다 밟고 일어서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체제에서 학교폭력은 계속 있을 수 밖에 없다. ‘왕따’도 마찬가지다. 평준화는 함께 살아가는 친구 관계를 터득하는 지름길이다. 또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고 서열화에서 오는 자존감을 되살릴 수 있다. 학교가 재미있어지고 교사와 학생이 서로 사랑과 존경 어린 눈으로 마주할 수 있다. 점수 위주의 교육을 강조하는 비평준화 체제에서는 힘들다. 비평준화는 교권이 무너지고 사제지간 정이 사라진 요즘의 세태를 조성한 측면도 없지 않다. 출발선이 같아야 한다. 학교 간 교육격차가 최소화 된 상태에서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신명나는 교육공통체가 될 것이다. 충남 지역 자살학생이 4년 간 31명이다. 전국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최상위권이다. 학업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기 위함인데 이를 상품화해 공부 잘하면 상품권 주고 자장면 사주면서 성적을 올리는 교육행태를 바꾸지 않는다면 자살·따돌림·학교폭력의 악순환은 계속 되풀이 될 것이다.”



-고교평준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이른바 우수학생들을 더 우수하게 못 가르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 비평준화에서 우수 학생들을 특별히 잘 가르치지 못했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학교에서 외국의 사례처럼 맞춤형 과제 제시와 지도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세계에서 교육 잘하는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 는 한결 같이 협력수업을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가 같이 앉도록 한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 비평준화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를 끌어올리지 못한다. 학생 간 교육격차만 심해질 뿐이다. 불평등도 심화된다. 교육감은 모두 함께 성공하는 협력수업 같은 교육정책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기도와 서울의 경우 성공사례가 많이 있다. 교사들도 자체 연구 모임을 스스로 갖고 평준화에서 아이들의 학습 향상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내가 남을 가르쳐 보면 부족한 걸 안다. 잘하는 아이가 문제를 설명하면서 공부의 깊이가 더 해진다. 통학문제는 지자체와 버스 회사와 협조해 방안을 찾으면 된다. 다른 지역도 그렇게 해소한다. 천안은 오히려 학교가 밀집돼 있는 편이다. 천안보다 열악한 지역도 해소하는데 천안은 학교 간 통학불편을 해소하는데 훨씬 용이한 조건을 갖고 있다. 학력 저하 부분을 우려하는데 비평준화 지역 보다 평준화 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오히려 낫다는 건 통계적으로도 얼마든지 입증돼 있다. 지역 인재 외지 유출도 걱정하는데 비평준화가 평준화 때보다 더 많이 나간다. 학력 저하와 마찬가지로 근거가 약한 주장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김종성 교육감이 후보시절 공청회 개최 등을 약속(2010년 5월 25일 김종성 후보 보도자료)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교육의원의 질의(2010년 12월 5일)를 했고 2011년에 평준화 정책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이것도 지키지 않았다. 2011년 3월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조례를 제정해야 여론조사를 할 수 있게 됐을 때 경기, 강원 교육청은 1달여 만에 조례를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충남교육청은 조례 제정을 거부했고 2011년 9월 충남고교평준화 주민조례제정 운동본부가 결성돼 주민발의 조례 제정운동을 한다고 발표하자 그제서야 2012년 하반기 입법안을 도의회에 상정 하겠다고 발표했다. 무려 1년 넘게 거부해 오던 충남교육청이 도의원 발의 3일 만에 핵심 내용인 찬성률을 50%에서 70%로 수정한 조례안을 재빠르게 제출한 것은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다. 충남교육청의 행태는 33인 의원이 서명한 50% 찬성 조례안이 통과될 것이 확실해지자 이를 훼방하기 위한 것이다. 충남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의원 발의안을 왜곡한 70% 찬성 수정 조례안을 철회하고 의원 발의안이 제정되도록 협력해야 한다.”



글= 강태우 기자

사진= 조영회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