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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의 비밀 소스 ① 에드워드 권 ‘초콜릿된장 소스’

중앙일보 2012.06.05 02:38
에드워드 권이 바싹 구운 거위간이 식을 새라 신중하게 초콜릿된장 소스를 곁들이고 있다.
프랑스 요리평론가 퀴르농스키가 자신의 저서 『프랑스의 요리와 와인』에서 말한 ‘프랑스 요리의 장식이자 명예’의 주인공은 달팽이도, 송로버섯도, 거위 간도 아니었다. 프랑스 3대 진미를, 3대 진미이게 하는 한 스푼의 ‘소스’였다. 이쯤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요리의 맛을 쥐락펴락하는 소스의 정체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셰프마다 남몰래 간직해 온 소스 비법을 통해 소스의 세계에 탐닉해보는 것은 어떨까. 첫번째 순서로 스타 셰프이자, 드라마 ‘신들의 만찬’에서 요리 자문을 한 에드워드 권에게서 소스의 기본 공식을 들어봤다.


소스는 더하기 빼기다

 “서양요리를 잘 보면 실질적으로 주재료도 중요하지만 소스가 주재료만큼의 역할을 합니다. 비율로 따지자면 주재료와 소스의 비중이 6:4라고 할 수 있죠. 반면, 우리나라는 8:2 정도입니다.”



 그는 소스가 얼마나 잘 받쳐주느냐에 따라 요리가 살거나 혹은 그 반대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레스토랑 수준을 평가할 때 소스가 하나의 독립된 평가 척도가 된다. 얼마나 다양한 소스가 있는지, 이 소스에 어떤 테크닉을 썼는지에 따라 레스토랑의 등급이 달라진다. 프랑스 요리를 비롯한 서양요리의 시작과 끝은 소스다. 말인즉 요리를 배울 때 소스를 제일 먼저 배우고, 셰프로 진급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소시에(saucier)’를 거친다. 소스를 전담하는 소시에는 주방의 ‘넘버 2’다. 서양요리는 그만큼 소스 의존도가 높다. 반면 그는 우리나라 대중들이 요리를 먹을 때 지나치게 많은 양의 소스를 원한다고 지적한다. 종종 ‘소스 더 주세요!’라고 외치곤 하는데, 소스가 주재료의 맛을 삼켜버릴 정도일 때가 많다는 이야기다.



 “요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공식만 알면 누구나 창의적인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 생쥐가 처음에는 생치즈를 먹고 싫어합니다. 하지만 견과류, 포도를 치즈와 함께 먹는 순간, 폭죽이 터지면서 황홀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나오죠. 바로 재료의 배합을 통해 맛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소스의 공식이 만들어내는 맛의 향연



 평소 요리를 공식이라고 부르짖는 에드워드 권은 소스도 공식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쉬운 예로 ‘탕수육’을 소개했다. 튀긴 돼지고기는 느끼한 맛이 강하다. 그것을 감소시키기 위해 소스에 신맛이 따라오는데, 문제는 신맛이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맛을 보완하고, 취식의 양을 늘리기 위해 단맛이 추가 된다. 탕수육의 소스가 시고 단 이유다. 라조기나 깐풍기의 맵고 짠 소스도 이런 원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주재료의 맛은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면서 전반적으로 맛을 끌어 올리는 소스가 추가되고, 여기에 식감까지 고려되면 하나의 요리가 완성된다”고 말한다.



 주재료와 소스에 대한 에드워드 권의 공식은 이렇다. 닭과 오리, 칠면조 등의 가금류가 주재료일 때 소스는 ‘신맛과 단맛’ 혹은 ‘짠맛과 매운맛’의 조합이 잘 어울린다. 소고기는 ‘짠맛과 단맛’, 돼지고기는 ‘신맛과 단맛’의 조합을 베이스로 깔고 요리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지간하면 맛이 나는’ 적절한 조화가 된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거위 간 요리를 위해 만들어진 ‘초콜릿된장 폼 소스’다. 거위 간의 느끼한 맛을 된장의 짠맛으로 잡아주되, 고소한 맛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다크 초콜릿에서 쌉싸름한 맛을 빌어 왔다. 그의 레스토랑 ‘더 믹스드 원’에 가면 초콜릿된장 소스를 곁들인 거위 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소스가 주는 맛의 향연에서 그의 ‘소스 공식’을 확인해보길 바란다. 만약 그가 틀렸다면, 그의 공식에 따라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요리는 진화하는 것이니까.



<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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