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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법관 후보 ‘태클’ … 사상 첫 4명 공백사태 오나

중앙일보 2012.06.05 02:11 종합 6면 지면보기
사상 초유의 대법관 네 명 공백 사태가 올까.


대법원장의 후보 제청 전 반대 이례적

 다음 달 10일 퇴임하는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 후임 인선을 놓고 대법원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 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장명수)가 판사 출신 9명, 학계 1명, 검찰 출신 3명 등 13명의 대법관 후보를 추천했지만 여론은 물론 정치권마저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특히 민주통합당 18대 국회 법사위원들과 19대 국회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나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후보자 추천”이라며 재추천을 요구하고 나섰다. 진보적인 인사, 여성 등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장이 고른 최종 후보를 두고 정치권이 비판한 적은 있었지만, 최종 후보 제청 이전 단계부터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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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은 5일 오후 국회 개원식에 참석한 뒤 이르면 이번 주 중반께 청와대를 찾아 네 명의 최종 후보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야가 국회 원(院)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데다 민주통합당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하고 있어 신임 대법관 임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대해 대법원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후보추천위에 사법부 인사들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기구인데 비판의 화살이 사법부를 향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도 “재추천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추천위 관계자는 “여성 후보의 부재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은데 위원장을 포함해 두 분의 위원이 고심한 결과”라며 “단순히 여성 후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월 중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사상 초유의 대법관 네 명 동시 공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법관 공백 사태는 새 대법관이 임명될 때마다 되풀이됐다. 지금까지 가장 길었던 적은 2006년 김황식·김지형·박시환 대법관, 2008년 양창수 대법관 임명 때로 둘 다 43일이 걸렸다. 올 초 김용덕·박보영 대법관 임명 때에도 42일 동안이나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네 명의 대법관이 한꺼번에 바뀌기 때문에 대법원 업무 자체가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퇴임하는 김능환·안대희 대법관은 같은 소부(小部·4인 대법관으로 구성된 재판부) 소속이다. 한 소부에서 두 명의 결원이 생길 경우 다른 부로 사건을 재배당하지만 네 명의 대법관이 공석이 되면 사실상 사건 처리가 불가능해진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 공백 사태가 벌어지면 국민들의 법익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정치권에서 현명하게 처리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양 대법원장의 5일 국회 개원식 참석을 주목하고 있다. 공식적이지는 않더라도 대법관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양 대법원장이 직·간접적으로 정치권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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