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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40여 년 만의 첫 ISD … 하필이면 론스타

중앙일보 2012.06.05 00:37 경제 6면 지면보기
한국 정부가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도 40여 년. 한국은 1967년 ISD 절차 규정인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협약에 가입했고 70년대부터 양자 간 투자보장협정(BIT)에 ISD를 수용해왔다. 현재 한국이 맺은 85개 BIT 중 81개에, 한국이 체결·발효한 7개의 자유무역협정(FTA) 중 6개(양자 간 BIT로 ISD가 반영돼 있는 한·EU FTA 포함)에 ISD 조항이 들어있다.


[뉴스분석] 끝나지 않은 론스타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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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D 도입 후 40여 년간 한국 정부는 한 건의 ISD도 겪지 않았다. ‘ISD 무풍지대’였던 한국이 올 11월께 첫 ISD 대상이 될 것 같다. 한국 정부 1호 ISD를 제기하는 측은 하필이면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9년 만인 지난해 말 매각 작업을 끝내기까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론스타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에 문서를 들이밀었다. 한국 정부의 조치로 한국 투자에서 손해가 발생했으며 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하는 문서였다. 이는 ISD를 시작하기 최소 6개월 전에 한국 정부에 알려야 한다는 한·벨기에 BIT의 ISD 조항에 근거한 조치였다. 론스타가 ISD 준비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론스타는 이미 미국의 유명 로펌인 시들리 오스틴(Sidley Austin LLP)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시들리 오스틴은 ISD에 강한 로펌으로 알려져 있으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는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버드 로스쿨에 다니던 시절인 89년 한때 이곳에서 일하면서 신참 변호사인 미셸 오바마를 만났다.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투자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했으며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자의적이고 모순적으로 과세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보유 중인 외환은행 지분을 2006년 KB금융지주에, 2007~2009년 HSBC에 매각하려 했지만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져 주식을 비싸게 못 팔았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또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 따른 3915억원의 양도소득세 징수는 부당하다는 주장도 예상된다. 과세에 불복해 론스타는 이미 지난달 9일 서울 남대문세무서에 경정 청구를 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론스타의 대한민국 투자는 국내법·국제법규와 조약에 따라 투명하고 비차별적으로 처리해왔다”는 입장이다. 김석동(사진) 금융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론스타와 관련해 “소송으로 갔을 경우 이긴다고 120%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론스타가 ISD나 국제중재를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해 세밀하게 법률 검토를 해왔다”며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판단해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리자는 일각의 주장을 따르지 않고 주가조작과 관련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린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나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고등법원에 파기 환송돼 지난해 10월 고법에서 최종 유죄가 확정됐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갑유(국제중재팀장) 변호사는 “ISD를 포함해 국제중재는 통상 3~4년 걸린다”며 “론스타도 국제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가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도 (ISD·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차별적이고 불투명한 정부 정책으로 손해를 본 외국 투자 기업이 중립적인 제3의 국제중재 절차를 이용하도록 한 제도. 제소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서 한다. 외국 기업 차별 정책 등에 따른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전 세계 2500여 개 투자협정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한·미 FTA때 야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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