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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불법 사금융에 경악한다

중앙일보 2012.06.05 00:11 종합 33면 지면보기
황선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최근 불법 사금융의 폐해와 실상이 대대적으로 드러나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지난 4월 17일 정부가 ‘불법 사금융 피해 척결방안’을 발표한 이래 금융감독원과 검찰·경찰·지방자치단체 등이 함께 벌인 조사 결과로 그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감원에 설치된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5월 31일까지 44일간 접수된 일반상담·피해신고는 무려 3만 건에 달했다. 하루 평균 670건이나 된다. 상담·신고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의 등을 친 대출사기가 4900여 건, 법정 이율을 초과하는 고금리가 3000여 건으로 1, 2위를 기록했다. 보이스피싱도 2900건에 달했다. 불법채권추심, 무등록 대부업 등이 뒤를 이었다. 신고센터에 쇄도한 사연 또한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더욱 큰 놀라움을 던져준다. 등록금 납부를 위해 빌린 300만원이 연 680%의 폭탄금리로 순식간에 1500만원이 된 경우 빚을 갚지 못한 여대생을 협박해 유흥업소에 강제 취업시킨 악덕 불법 사채업자, 100만원 이하의 소액을 대출해 주며 최고 연 3000%의 이자를 갈취한 경우도 있다. 밤낮없는 빚 독촉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짓밟은 사례는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다.



 불법 사금융의 폐해가 그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피해자가 대부분 우리 사회의 저소득 계층이기 때문이다. 사실 중산층 이상이라면 보이스피싱을 제외한 불법 사금융은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필요할 경우 정식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불법 사금융은 우리 사회 저소득 계층의 아픔을 파고든다. 이들은 신용도가 낮아 공식 금융기관을 찾지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 업소를 찾게 마련이다. 불법 업자들은 이런 약점을 교묘하게 악용해 자신들의 배를 불렸다.



 그래서 불법 사금융은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라 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도와 공생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더 나쁜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이는 세대 간 갈등까지 야기한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의 38.7%가 20~30대 청년세대다. 젊은 세대의 앞날을 불법 사채라는 덫으로 가로막는 형국이다. 피해를 본 청년세대는 자신들을 보호하지 않는 기성세대를 증오할 것이다. 바람직한 사회는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도 바로 그런 사회다. 불법 사금융은 그런 사회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구조적 범죄다.



 불법 사금융의 현황과 문제점은 이처럼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제 이를 바로잡는 일만 남아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불법 사채와 과감한 전쟁을 벌여 이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우선 검찰과 경찰이 나서 불법 사금융 관련 신고의 진상을 파악하고 불법으로 드러난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



 검경이 범죄자들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불법 사금융 피해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에게 법률적 지원을 제공하는 기관도 필요하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국민이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공단은 불법 사금융 피해 국민을 지원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변호사와 공익법무관 86명, 전문 상담인력 95명 등 모두 181명의 전문 인력을 투입해 ‘불법 사금융 피해자 법률 지원 전담팀’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미 관련 기관에서 전달한 680여 건의 상담과 소송 지원을 진행했으며 검경이 수사 중인 사건까지 포함해 앞으로 2000건 이상의 소송 지원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불법적인 금융 행위로 인한 서민의 피해를 원상회복시키고 나아가 이를 예방하는 것이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들이 법률 지원을 잘 활용해 그나마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황선태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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