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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 장군의 갈지자 행군, 미 남북전쟁 끝장내다

중앙선데이 2012.06.02 23:53 273호 11면 지면보기
적을 혼란에 빠뜨린 전략적 행군을 펼쳤던 미 독립전쟁 북군의 셔먼 장군은 전쟁에서 전략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 주는 인물이다. 말에 올라탄 채 전투를 지휘하는 셔먼의 모습을 상상해 그린 그림이다.
“타라! 고향! 난 고향으로 갈 거야! 그이를 찾을 방법을 생각해 볼 거야. 결국…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이 유명한 대사는 잘 알다시피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대사다. 이 영화는 미국의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불타는 애틀랜타의 거리를 마차로 거칠게 달리는 주인공 레트의 모습은 몹시 인상적이다. 애틀랜타의 화재는 남군이 퇴각하면서 북군에 물자를 남겨주지 않기 위해 고의적으로 일으켰다. 바로 이 전쟁에서 북군의 셔먼 장군이 행했던 그 유명한 ‘바다로의 행군’은 전략의 위력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손자병법으로 푸는 세상만사 <28> 전략으로 승부하라

남군과 북군 간에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남북전쟁 승부의 분수령은 1863년 7월 1일부터 사흘 동안 벌어진 게티즈버그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 리 장군은 고지에 있는 북군을 향해 무모하게 여러 차례 정면공격을 감행했다. 손자는 군쟁(軍爭) 제7편에서 ‘고릉물향’(高陵勿向), 즉 “고지에 진을 치고 있는 적을 향해 정면공격하지 말라”고 강조했었는데 리 장군은 이를 위배했다. 결국 리 장군의 남부동맹군은 전 병력의 3분의 1을 잃는 큰 손실을 입은 채 버지니아로 후퇴했다.

이때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의 북부연방군이 미시시피주의 빅스버그를 점령했다. 미시시피 강이 북군의 손에 넘어가면 남군으로서는 큰 타격이었다. 남부연방 전체가 두 동강이 날 위기에 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오자 유리하게 전세를 장악한 북군은 남군에 대한 총공세를 시작했다. 북군의 링컨 대통령은 미시시피 집단군 사령관에 셔먼 장군을 임명했다. 셔먼은 골초에다 성미가 급하고 말이 많았지만 직관력이 뛰어났다. 얼마나 독특했든지 한때 “셔먼이 미쳤다”는 신문 보도가 나와 직위해제를 당한 경험도 있었다.

직관력 뛰어난 전략가 셔먼의 등장
셔먼은 우선 애틀랜타를 목표로 진군했다. 그리고 직접 시가지를 공격하지 않고 포위작전으로 약 한 달 반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1864년 9월 2일 남군의 항복을 받아냈다. 시가지를 직접 공격하면 많은 피해가 따르기 때문에 현명한 전략을 택한 셈이다. 오늘날 애틀랜타는 코카콜라와 CNN의 본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당시는 남부의 산업과 군수품 조달의 중심지이자 철도 수송의 요충지였다.

이때 남군은 후퇴하면서 북군에 보급품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애틀랜타에 화재를 일으켜 90% 이상을 파괴했다. 그 뒤 애틀랜타를 떠난 6만 명의 셔먼군은 동부의 대서양 해안을 향한 이른바 ‘바다로의 행군’(March to the Sea)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나는 곳마다 마주치는 철도·공장·창고들을 철저하게 파괴했다. 조지아주의 500㎞를 가로지르는 동안 그들이 남긴 것은 불에 타지 않는 철도의 레일뿐이었다. 살아 있는 것, 쓸 만한 것들은 모조리 없앴다.

셔먼의 잔혹성과 더불어 그의 천재적인 군사 전략이 돋보인 행군이 있었다. 바로 대용목표를 지향하는 행군이었다. 대용목표(代用目標, Alternative Objective)는 군사용어로서 여러 개의 목표 중에서 공자가 선택의 자유를 갖는 동등 목표군으로서 예비목표, 택일목표라고도 한다. 좀 더 쉽게 풀면 이렇다. 공격하는 측은 목표를 선정할 때 아무거나 고를 선택의 자유가 있다. 그래서 대용목표다. 그런데 방어하는 측은 그렇지 못하다. 오직 공격하는 측의 목표에 따라 부대를 배치해야 한다. 그런데 셔먼은 아주 애매한 공격로를 택함으로써 방어하는 남군이 도대체 어디를 방어해야 할지 모르게 행군한 것이다.

셔먼은 실제 자신이 목표로 하는 도시의 중간선을 따라 행군했다. 애틀랜타에서 출발한 셔먼의 부대는 네 개의 종대로 진격했다. 북쪽의 종대들은 오거스타를 향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고, 남쪽의 종대들은 메이컨을 향하는 것처럼 움직였다. 남군의 입장에서는 북군의 공격목표가 메이컨인지, 오거스타인지 혹은 서배너인지 알 수가 없었다. 셔먼군이 찰스턴과 오거스타에 접근해 오자 남군은 병력을 양분해 두 곳에 모두 방어선을 만들었다.

그런데 셔먼은 어느 곳도 아닌 양 지점의 중앙을 뚫고 남군 최대의 보급기지인 컬럼비아를 쳤다. 셔먼은 또다시 최종 목표가 골즈버러인지 월밍턴인지 모르는 애매한 행군을 시작했다. 사실 이 마지막 진군에서는 셔먼 자신도 마지막 목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해 12월 서배너를 함락하고 대서양 연안에 도착한 셔먼군은 북으로 진로를 바꿔 남군을 격파해 4월 26일 4년간의 지루했던 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셔먼이 했던 행군의 방식은 과거의 그 어떤 전쟁에서도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형태로, 매우 전략적인 사고의 산물이었다.

부하들에게 ‘빌리 아저씨’(Old Billy)로 통했던 괴짜 셔먼의 괴짜 발상이었다. 셔먼은 군인으로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죄책감 때문인지 죽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전쟁을 명예로운 일처럼 생각하는 많은 젊은이가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여. 그것은 모두 지옥이었다. 너희들이 다가올 세대에게 이 경고를 들려주어야 한다. 나는 전쟁을 공포로 바라본다고.”

손자병법 허실(虛實) 제6편에는 “공격을 잘 하는 자는 적이 어디를 지켜야 할지 알지 못하게 한다”(善攻者 敵不知其所守)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 공격을 잘 하는 자의 공격은 적이 도대체 어디를 막아야 할지를 모르게 만든다. 셔먼 장군이 그랬다. 어디를 막아야 할지 모르면 방어하는 이는 어쩔 수 없이 여러 곳에 병력을 분산해야 하는 최악의 수를 둔다. 그래서 이런 경우를 말해주는 어구가 뒤에 연결되고 있다. “앞을 방비하면 뒤가 적어지고 뒤를 방비하면 앞이 적어지며, 왼쪽을 방비하면 오른쪽이 적어지고, 오른쪽을 방비하면 왼쪽이 적어져 방비하지 않는 곳을 없게 하려면 병력이 적어지지 않는 곳이 없다(備前則後寡 備後則前寡 備左則右寡 備右則左寡 無所不備 則無所不寡).”
그렇다. 상대가 어디로 공격할지 몰라 모든 곳을 다 막으려고 엷게 병력을 배치하다 보면 어디 한 곳이라도 부족하지 않은 데가 없다. 셔먼과 같이 공격을 잘 하는 사람을 두고 손자병법에서는 “미묘하고 미묘하여 무형의 경지까지 이르고, 신묘하고 신묘하여 소리가 없는 지경까지 이르니, 그러므로 능히 적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微乎微乎 至於無形 神乎神乎 至於無聲 故能爲敵之司命)”고 말하고 있다. 나의 형태를 감출 수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공격이다. 형태가 없으면 적이 나에 대해 어떻게 할 전략도 세우지 못하고, 내가 스스로 모습을 보일 때까지 불안과 두려움에 떤다. 그렇게 된다면 적을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전략의 최고 경지다.

제한적 조건에서는 전략을 꾸려야
셔먼의 행군을 보며 무엇을 느꼈는가? 승리하는 사람에게는 승리할 만한 그 무엇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방법으로 새롭게 시도하는 것, 이것이 셔먼의 발상법이었다. 셔먼의 발상법은 제한적인 자원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서 출발했다. 병력만 충분했다면 양쪽 방향으로 동시에 집중 공격을 가했을 것이다. 그러면 보다 빨리 적의 전선을 무너뜨리고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병력이 그러기에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써야 했다. 제한된 병력으로 적의 중간선을 돌파한 것이다.

결국 그 발상이 먹혀 적을 헛갈리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분산 배치하게 만들어 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이를 보면 우리가 자원이 부족하다 해서 낙심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자원이 부족하고 여건이 어려우면 새로운 지혜와 전략을 짜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래서 절대로 현재 ‘없는 것들’ 때문에 불평하거나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 지금 ‘있는 것’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잘 이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부족함을 기회로 삼고 셔먼과 같이 새로운 머리를 써야 한다. 그러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멋진 전략이 나올 수 있다. 자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어느 분야에 집중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잘 결정해야 한다.

손자가 말한다. 세상의 리더들이여, 지금 난관에 부딪쳤는가? 앞이 깜깜하여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가? 다시 전략으로 돌아가라. 머리를 싸매고 모든 지혜를 동원해서 최고의 전략을 짜내라. 동서고금의 위대한 리더들은 여러분과 똑같은 상황에서 오직 전략으로 승부했다. ‘없는 것’ 때문에 불평하는 사람이 아니라 ‘있는 것’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가져라. 목전의 이익 앞에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삼류 ‘싸움꾼’보다도 대의와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진정한 ‘전략가’가 이 땅에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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