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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진보 … 행동방식과 문제해결 과정도 ‘진보적’으로 바뀌어야

중앙선데이 2012.06.02 23:50 273호 14면 지면보기
1일 오후 각계의 학자들이 한국 진보정치의 명암에 대해 얘기하고있다. 왼쪽부터 정영태 인하대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정용덕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고유환 동국대 교수, 노중기 한신대 교수, 최상연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조용철 기자
최상연 정치 에디터=진보적 보수란 말도 있고 보수적 진보란 말도 있다. 당명이 통합진보당이라고 하지만 얼마 전 폭력 사태 등을 보면 정치 행태는 진보라기보다 퇴행적이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진보란 무엇을 의미하나. 진보의 개념을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연중 기획 한국사회 대논쟁 ⑩ 한국 진보정치의 명암

정영태(인하대) 교수=진보와 보수는 정향성을 기준으로 정치를 볼 때의 상대적 개념이다. 보수, 개혁, 진보, 혁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수는 현질서 유지, 개혁은 조금의 변화를 뜻한다. 진보는 바꾸자는 것인데 궁극적으론 체제 자체를 바꾸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통째로 다 바꾸겠다면 혁명이다. 지금 우리 상황에선 통합진보당이 진보 세력에 해당한다.

조희연(성공회대) 교수=보수와 진보의 경계는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군부독재 땐 민주화운동이 진보인데 자유주의 세력도 포함돼 있다. 군부독재가 자유주의 세력도 억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87년 이후 독재 대 반독재 구도가 무너지고 민주주의를 실현해 가는 과정에서 진보의 경계는 재구성되고 있다. 개혁 자유주의적 진보가 있고, 민족주의적 진보와 급진주의적 진보도 있다. 이들의 최대 공약수라면 반(反)신자유주의, 반(反)FTA(자유무역협정)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통합진보당은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민당으로 볼 수 있다. 제도적 틀에 들어가려는 것이다. 체제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보수 쪽에선 진보 세력 내에 존재하는 일정한 급진적 경향을 전체로 확대 해석해 공격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진보의 다원성을 존중해야 한다.

노중기(한신대) 교수=진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것은 진보 세력 내에서도 통일돼 있지 않다. 정치적 다툼의 영역이어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참여당이나 민주통합당을 진보로 부를 수 있느냐의 문제가 쟁점이다. 내 생각엔 진보 세력이라고 부를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것이냐의 기준에서 볼 때 그렇다. FTA, 재벌, 미국과의 관계 문제 등은 중요한 시금석이다. 예컨대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건 보수적 개혁이다. 국민참여당과 민주통합당이 말하는 변화란 한국 사회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일부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고유환(동국대) 교수=우리 사회에서 진보의 개념에 논란이 많은 것은 사회 지형에서 기준점을 찾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 기준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진보는 북한의 사촌쯤으로 뒤집어씌우는 사람이 있고, 진보 내에선 주사파를 대표하는 계열은 진보가 아니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한국 정치에서 진보를 표방해선 여러 가지 정치공학이나 이념 지형을 고려할 때 자기 뜻을 실현하기 어려웠다. 과거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들어가서 결합됐지만 이제 스스로 정치세력화하자 호된 신고식을 치르는 것이다.

최상연 에디터=어느 사회든 보수와 진보가 있다. 보수와 진보의 적절한 긴장과 균형이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다. 그런데 우리 진보는 왜 종북 주사파가 다수를 점하고 목소리가 큰가. 북한이 실패한 체제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 아닌가.

고유환 교수=박정희의 유신체제가 무너진 뒤에도 곧바로 민주정부가 수립된 것은 아니다. 80년대 민주 세력의 그런 좌절감이 종북을 불렀다. 이쪽이 나쁘니 대안인 저쪽으로 눈과 귀가 갔는데, 북한에 대한 정보 통제까지 겹쳐 주체사상이 먹혀 들었다. 실상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오해다. 88년에 7·7선언이 나왔다. 북한을 적으로 보지 않고 화해협력의 대상으로 보겠다는 것인데,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 의식 속에서도 북한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 인식의 변화야말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탄생의
토양이다 .

노중기 교수=통합진보당 사태를 볼 때 대중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종북파로 불리는 반미 자주파가 메이저라는 건 드러났다. 반미 자주파는 80년대 대학을 다녔다. 그분들이 사회·정치 운동의 중심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패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진보의 전부냐 하면 그런 건 아니다. 우선 90년대 중반 이후로 가면 반미 자주파는 소멸 단계고, 지금은 더 그렇다. 게다가 반미 자주파는 민족 문제를 중심에 놓고 사고하자는 것인데 그들의 지향이 진보적인 것이냐는 점은 따져볼 대목이 있다. 북한이 미국에 대든다는 이유만 들어서 진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많다. 이젠 진보 세력 전체가 그런 부분을 포함해 2라운드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

조희연 교수=정당성엔 현재적 정당성도 있지만 역사적 정당성도 있다. 현재적 정당성이 제로 가까이 되었다고 해서 역사적 정당성이 곧바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급진 민족주의는 2012년 오늘날 진보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을 진보가 아니라고 하는 것엔 반대다. 현재 우리 진보의 흐름은 반미 자주파와 평등파 두 갈래다. 반미 자주파는 급진 민족주의적 세력이고 반대는 일종의 노동계급 급진주의다. 진보 내부에서 왜 자주파가 강하냐는 문제는 그 쪽이 강하다기보다 평등파가 약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의 노동자 계급 기반이 균열됐는데, 그 자체가 위기적 요소다. 평등파 세력들이 대중 세력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해 87년 이후엔 반미 자주파가 과잉 대표되는 결과를 낳았다. 역으로 굳건하게 대중적 기반을 갖고 버틴 것은 자주파밖에 없는 것처럼 된 게 문제고 위기적 요소다.

정영태 교수=반미 자주파가 왜 지배적이냐 하면 이유가 간단하다. 모든 걸 당원이 직접 선출하는 진성 당원제 때문이다. 그럼 왜 반미 자주파 당원이 많으냐 하면 대중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미 자주파는 지역에서 지역민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그래서 굉장한 지지를 받는다. 현장에서 사람과의 사업을 잘하는 것이다. 게다가 반미 자주란 명분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평등파가 말하는 소련은 날아가 버렸지만 자주파가 말하는 북한은 사라진 게 아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가끔 미국에 덤비면서 큰소리도 친다. 한·미 FTA, 평택 미군기지 등 의미 있는 이슈를 누가 만들었고 누가 먼저 싸웠느냐. 그러니 당을 장악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정용덕 회장=이승만 정부 토지개혁과 박정희 정부 경제성장은 북한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북한과의 경쟁이 끝난 상황에서 남한 진보 그룹의 위상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이와 별도로 진보가 한국 정치·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과 빚진 점은 무엇이 있을까.

정영태 교수=2004년 총선 이후를 보면 진보정치가 제도권에 진출해 이념과 정책대안의 폭이 넓어졌다. 국회선 재벌, 노사 문제 등의 정책 대안에서 과거에 찾아볼 수 없는 사민주의적 경향까지 논의될 수 있게 됐다. 사회 복지와 노사 관계에선 어느 정도 기여한 부분이 있다. 새로운 정치 엘리트 양성에서도 차별성이 있었다. 과거 보수 자유주의 쪽은 대중과 동떨어진 엘리트 층이 충원됐다. 하지만 진보정치 세력이 제도권에 등장함에 따라 기층에서 활동하던 노동조합, 시민운동, 지역운동 했던 사람들이 대거 의회에 진출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일반 서민 대중의 의사가 의회에 좀 더 잘 반영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중기 교수=대한민국 민주화나 경제성장을 산업화 세력으로 불리는 보수 세력이 주도한 것만은 아니다. 배경엔 진보 세력의 요구와 투쟁이 있었다. 큰 틀에서 볼 때 박정희 정부가 경제성장을 정당성의 기반으로 삼게 된 것도 한반도 차원에선 북한 변수를 빼고 생각할 수 없다. 민주화에 관해선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진보정치는 대한민국 민주화를 이끌어온 중요한 동력의 하나다. 61년부터 90년대까지 저임금 노동자, 농민, 서민 등 소외집단의 삶에 진보 세력이 많은 형태로 개입했다. 그게 결국은 87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불러왔다. 다만 한국의 진보는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째는 국민적 이데올로기 지형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란 점이다. 북한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국민은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니 국민 대중은 진보보다는 끊임없이 자유주의에 끌려간다. 진보 세력의 대다수가 지금은 민주당이란 울타리 속으로 흡수된 게 단적인 예다. 둘째는 사회적 기반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브라질이나 남아공에선 민주화를 이끈 주된 동력이 노동자 계급이고 이들이 민주화 이후 진보 세력을 집권에 이르게 한 힘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민주노총은 97년에야 합법화됐다. 진보 세력은 사회 조직적 기반에서도 어려움이 컸다. 뿌리는 역시 분단체제와 오랜 독재체제에서 비롯된 이데올로기 통제 문제다.

고유환 교수=우리말 중에 다른 나라엔 없는 ‘친북 좌파’란 말이 있다. 북한 변수가 남한 정치지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박정희 시대엔 남북 체제경쟁 속에서 적대적 의존 관계란 말도 생겼다. 서로 상대를 부정하는 데서 자기 정체성을 찾았다. 한국 진보를 분류할 때 사회의 변화와 발전 속도를 기준으로 세분화하는 게 아니라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분류한다. 최근 토론에서 종북의 기준도 북한 지도자를 욕할 수 있으면 종북이 아니고 가만 있으면 종북이란 논리가 지배한다. 한국 진보는 민족해방 논리도 들여왔는데, 북한과 연관돼 매도 당하고 이해되는 경향으로 흘러버렸다.

조희연 교수=해방 공간에선 민족주의적 정당성을 북한 체제가 70%, 남한 체제가 30% 갖고 있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남한은 친일, 친미 세력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50년간 친일, 친미 세력은 산업화 세력으로서 자기 성과를 냈다. 북한은 체제 왜곡으로 치달았다.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일부로서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은 대체로 민주통합당, 중도개혁 정당에 있고 진보적 민족주의 세력과 급진 세력은 대체로 진보 정당에 가 있다. 한때 급진 세력이었던 김문수 경기지사는 새누리당으로 위치이동을 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진보 정당은 제도 정치에 대변되고 있지 않던 진보적 민족주의나 급진주의를 정치적으로 대변해 한국 제도 정치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

정용덕 회장=진보가 생각하는 모델은 뭔가. 한국 진보정치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섞어서 한번 얘기해 보자.

조희연 교수=최근 통합진보당에서 보여준 경선관리 부정은 명백하게 반민주적인 것이다. 과감하게 혁신하고 개혁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을 주사파 척결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곤란하다. 보수든 진보든 상대방을 규정하거나 비판할 때는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 과잉 규정하고 극단적으로 상대방을 몰아가면 공격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론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 예컨대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친북적, 사회주의적으로 보는 것은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데 용이할지 모르지만 보수당에도 왜곡 효과를 발생시켰다. 노무현 정부의 비즈니스적 프로젝트까지 과잉 규정으로 몰아붙이다 보니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정정하기 위해 과잉 우경화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점이 이명박 정부의 대중 기반을 균열시켰다. 중요한 사실은 진보의 취약성 문제다. 비판으로선 적실성이 있는데 대안으로선 부족한 점이 있다. 사회주의가 붕괴된 이후엔 대안체제 모델마저 붕괴됐다. 진보는 현재로선 신자유주의 반대 혹은 투기적 글로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비판으로서의 지위’ 외에 대안으로서의 충분조건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극복돼야 할 문제다.

정영태 교수=현실의 진보 세력은 크게 두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반미 자주파는 과도할 정도로 자주를 강조하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 가장 잘하는 나라가 북한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북한 입장을 두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자주의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평등파는 진보신당으로 대표되는데 평등, 생태, 환경, 기업 지배구조 등의 이슈를 진보적으로 바꾸려는 세력인 것 같다. 양쪽이 다 지나치게 한쪽을 강조하다 보니 다른 쪽을 아예 무시하는 경향들이 있다. 그런 두 세력이 한 조직 속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향도 그렇지만 우선순위 문제도 있다. 자주파는 반미와 북한, 평등파는 노동과 재벌개혁 문제를 강조해 마찰이 자꾸 생긴다. 통합진보당 사건은 이런 갈등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평등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진보라면 같이 가야 한다. 그게 진보의 나아갈 방향이다. 거기에다 진보는 대의제 민주주의가 갖는 한계의 극복 방안도 찾아야 한다. 직접 민주주의가 반드시 자본주의 질서에 위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 심화 문제도 진보의 과제가 돼야 한다.

고유환 교수=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진보에 대한 기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망으로 바뀌었다. 선거 공학적으로 보면 민주통합당과의 연대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을 테고, 진보를 친북 좌파로 몰아세우는 우파의 정치 공세도 거칠어질 것 같다. 그래서 통합진보당 사태는 안타깝게도 차분하게 정제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보인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진보 세력의 커다란 숙제다. 절차적 민주화는 분명하게 회복해야 한다. 여기에다 진보는 작은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가 성공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작은 차이는 극복하고 큰 틀에서 진보의 세력화가 이루어져야 건전한 정치 발전도 이뤄질 수 있다.

노중기 교수=이번 통진당 사태는 예견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지만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때도 내부에서 보면 자주파와 평등파는 도저히 같이하기 힘든 세력 간의 갈등과 대립이 있었다. 관점의 차이로 시작해 구체적 사업 진행방식, 내부 절차 등 모든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평등파가 떨어져 나왔는데 한국의 척박한 진보정치에서 떨어져 나온다는 건 죽으러 가는 선택이란 걸 알면서도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연대가 가능할지에 대한 물음은 이미 그때부터 계속된 질문이다. 이번 통진당 사태는 그게 첫 번째 차원이고 국민참여당이란 세력까지 합쳐져 더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진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라면 사실 기본적으론 암울한 일이다. 양쪽 모두 문제가 있다. 첫째 민족문제를 해결하려는 분들은 행태나 해결 방식을 진보적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 둘째 평등파는 노동조합운동과 정당운동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노동조합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정당운동을 지원하는 현재의 방식은 노동조합 내부를 분열시키고 정당도 무기력하게 만드는 이중의 문제를 낳을 뿐이다. 이런 점이 바뀌지 않는다면 87년 이후 25년간 진보가 했던 일들이 이번 기회에 물거품이 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최상연 에디터=세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어떤가. 진보 혁신의 대안이 활발히 논의 되고 있나.

조희연 교수=진보 혁신의 과제는 통합진보당의 수준을 넘어서 사실 세계사적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에겐 87년 체제가 만들어낸 1기 진보정치 운동의 정리다. 2기에선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설 것이냐는 과제가 있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사회주의 붕괴 이후 세계화를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진보의 모습에 대한 고민이 있다. 지식정보 사회에서 새로운 진보를 구현해야 하는 과제다. 진보가 너무 강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약해서 생기는 문제다. 대안이라면 민족주의적 대안, 국제주의적인 대안, 공동체주의적 대안, 생태주의적 대안을 찾고 있다.

정영태 교수=레닌이 집권할 때도 모델이라는 건 없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거다. 어쨌든 새로운 사회는 구시대의 뱃속에서 잉태되는 것이다. 한국 진보와 관련해선 제대로 된 진보를 하면 절대 선거에서 다수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지지율이 5% 남짓이다. 북한과 미국에 대한 국민 성향이 별로 변한 게 없어서다. 그래서 나는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 연대한 것은 자유주의로 가는 측면이 있다고 봤다. 결국 양당체제를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번져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집단을 만들려면 가장 큰 문제는 민주노총과의 관계 수립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진보가 성장할 가능성은 없다. 의석을 얻는 방법도 자유주의가 되는 방법밖엔 없다. 그렇지 않다면 결선 투표제와 비례대표 명부제가 도입,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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