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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주가 거품 논란, 남의 일 아니다

중앙선데이 2012.06.02 23:24 273호 31면 지면보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사상 최대 기업가치인 1040억 달러(약 122조원)의 기업공개(IPO). 그 기세에 눌려 구석에서만 간간이 흘러나오던 주가 거품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연일 주가가 급락하고 있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 얘기다. 페이스북 주가는 1일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27.72달러로 마감했다. 지난달 18일 상장 당시의 공모가(38달러)보다 27% 떨어진 가격이다. 총 450억 달러(53조원)가 날아간 셈이다. ‘사상 최악의 IPO’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상장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와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에게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를 과대 포장해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다.
먼 나라 이야기지만 마냥 남의 일로 넘기기엔 개운치가 않다. 국내 IPO 시장에도 적잖은 주가 거품이 있다는 통계가 나와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지난 5월까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214개 기업의 70%인 149개 기업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돈다.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가설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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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기업들은 높은 주가를 받고 많은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실적이 가장 좋을 때를 택해 상장한다. 문제는 상당수 기업들이 상장 시 자금 공모에만 신경 쓸 뿐 상장 이후 실적과 주가를 관리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상장 전에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투자설명서를 보면 장밋빛 일색이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서 “내년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호언한 기업도 많다. 하지만 약속을 지켰는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2010년 상장한 103개 기업 중 60%인 61개 기업은 이듬해 실적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기업들이 악재는 외면한 채 호재만 실적 전망에 반영하려 한 건 아닌지 짚어볼 일이다.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결국엔 소탐대실이다. 공모가격을 높여 투자자들의 돈을 모으는 데 성공했을망정,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큰 무형의 가치, 예컨대 투자자 신뢰를 잃기 때문이다. ‘거품 가격’에 당했다고 느낀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이 어떤 사업계획을 내놓아도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꼭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벤처기업 중에는 증시 상장을 경영 활동의 최종 목표로 삼고 밤을 지새우는 곳이 많다. 상장에 성공하면 CEO는 ‘주식 부자’가 돼 이름을 날리고, 임직원들은 자사주를 팔아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어서다. 자본의 논리 그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지만 거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 상장 후 ‘제2의 도약’을 위한 치밀한 비전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상장 초기의 주가가 거품이 아니라고 믿고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사주를 팔아보기도 전에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상장의 기쁨은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다.

페이스북 주가 하락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해서다. 8억 명의 페이스북 회원 중 4억 명 이상이 매일 접속해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그것만으로는 어림없다며 등을 돌리는 상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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