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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도시락 폭탄’ 각오로 세계 첫 4G 전국 서비스

중앙선데이 2012.06.02 23:19 273호 20면 지면보기
이상철 부회장이 1일 서울 남대문로의 LG유플러스 1층 앞에서 세계 최고 휴대전화를 원하는 고객은 모두 오세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LG는 3월 세계 처음 4세대 이동통신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정동 기자
‘꼴찌의 반란’이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만년 3등’인 LG유플러스 얘기다. 작년만 해도 SK텔레콤(시장점유율 50.4%)과 KT(31.3%)의 ‘고래 싸움’ 틈바구니에서 생존 자체를 의심받던 회사였다. 하지만 3월 말 세계 처음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이동통신 시장 분할 구도에서 4, 5월 두 달 연속 가입자를 10만 명 수준으로 늘리면서 돌풍을 이어갔다. 그동안 상상 속의 목표였던 ‘1000만 가입자’ 꿈이 바짝 다가왔다. 경영학에는 ‘3등의 역설’이란 것이 있다. 1등이 기득권에 안주하고 2등은 과점의 과실을 함께 즐길 때 3등은 판을 바꾸는 환골탈태를 주저하지 않는다. ‘벼랑 끝 전술’이자 ‘버림의 미학’이다.

‘꼴찌의 반란’ 이끄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그래서 이상철(64·사진)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올 들어 스스로 되뇐 말이 ‘사즉생(死卽生)’이었다. 죽기로 싸우면 산다는 뜻이다. KTF·KT 사장을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까지 지낸 그는 국내 통신업계의 산증인이다. 휴대전화의 디지털 전환, 초고속 인터넷의 대중화 등 굵직한 업적을 쌓아가며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역사를 주도했다. 2010년 3등인 LG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회사 이름을 LG유플러스로 바꿔가며 권토중래해 왔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4세대(4G) LTE(Long Term Evolution)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시작했다. 4G 시장에서 KT를 넘어 SK텔레콤을 바짝 추격하는 2위에 올라섰다. 5월 말 가입자 980만 명으로 1000만 고객 시대도 코앞에 다가왔다. 그래도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올해는 임진년, 420년 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13척의 전함으로 133척의 왜군을 물리쳤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즉생 자세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혁신 한마당’에서는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1등상을 받았다. 이튿날인 1일 LG유플러스 서울 본사 24층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2012년 1등 LG상’이 새겨진 크리스털 상패를 탁자에서 슬쩍 치우고 있었다. 그는 “외부인에게 자랑할 정도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만년 1등 SK텔레콤이 ‘타도 LG LTE’를 외치고 있다는 소식에 흐뭇하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LG에 온 뒤 꼴찌의 설움과 냉소 분위기를 톡톡히 경험했다. 이제는 임직원 모두 새로운 통신판인 LTE 시장에서 1등 정신을 가져야 한다.” 차 한 잔을 곁들이며 1시간 가까이 얘기를 나눴다.
 
-충무공의 명량대첩에 비유해 각오를 다진다고 들었다.
“올해가 임진년(壬辰年) 아닌가. 420년 전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10대 1의 열세에도 왜적을 물리쳤다. ‘만년 3등’의 LG유플러스가 LTE 시장에선 1등을 하자는 취지다. 갈 길이 멀다. 98% 됐다고 해서 2% 부족한 상황에 만족하면 안 된다. ‘레드 오션’(Red ocean: 경쟁이 치열한 PC·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들어 결국 ‘블루 오션’(Blue ocean: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애플을 봐라. 다른 이들이 98%에 만족할 때 애플은 2%를 더한 100% 상품을 내놓았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진정한 1등의 꿈을 이루겠다.”

-LG의 LTE를 ‘꼴찌의 반란’에 비유한다.
“꼴찌는 기득권을 과감히 버릴 수 있다. 혁신에 누구보다 앞장설 수 있다. LG유플러스엔 세 가지 축복이 있다. 우선 LTE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직원 모두 일치단결해 1등의 자신감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꼴찌여서 혁신이 가능했다. 경쟁사가 기득권에 목을 매 빨랫줄(음성통신망) 장사만 할 때 LG는 LTE 시대에 맞는 데이터·콘텐트 서비스에 나설 수 있다.”

-5월 말 현재 가입자가 980만 명이다. 1000만 가입자 시대를 눈앞에 뒀다.
“800만 가입자가 꿈이던 시절이 있었다. 오는 10월께 1000만을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 주변에는 연말께 될 거라고 엄살을 부렸는데…. 최근 매달 가입자가 10만 명 수준으로 늘어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세계 최고 품질의 이동통신을 서비스하면 고객은 몰려온다. 가입자를 억지로 늘리려고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겠다. 그런 비용을 LTE 품질 향상에 쓰는 게 고객과 회사에 이익이 된다.”

-LTE 가입자가 벌써 230만 명이다. 전체 가입자 4명 중 한 명꼴이다.
“지난해 7월 LTE 서비스에 나선 지 열 달 만이다. 가입자의 23%에 달한다. 이런 프리미엄 고객이 계속 는다. 시장에서 1등 LTE 품질을 인정하는 것이다. LTE를 방방곡곡에 서비스하는 것은 우리밖에 없다. 오늘부터 선보인 ‘납득이’ 광고를 봐라. 전국 어디서나 LTE 서비스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99.9% 커버리지(서비스 지역)를 갖고 있다. 경쟁사들이 LTE 전국망을 제대로 갖추려면 앞으로도 수개월 걸린다. 국제통신장비사업자협회도 LG유플러스만 세계 유일의 전국망 LTE 사업자로 인정했다.”

-LTE 통화품질에 무척 신경을 쓰는데.
“‘도시락 폭탄’이라고 들어봤나. 도시락 크기의 초소형 중계기를 우리끼리 그렇게 말한다. 이 도시락 중계기를 전국 곳곳에 촘촘히 깔고 있다. 일제시대 윤봉길 의사의 작은 도시락 폭탄 투척이 역사 흐름에 변화를 주었다. 도시락 중계기로 통신판을 확 바꾸고 있다. 통신 품질이 좋지 않은 곳은 어디든지 달려가 도시락 중계기 폭탄을 갖다 놓는다. 지하의 주차장이나 노래방도 대환영이다. 단말기 품질도 수시로 체크하려고 LG전자의 ‘옵티머스2’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모두 쓴다. 겉만 번듯한 LTE가 아니라 속내가 알찬 최고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카카오톡’이 무료 음성통화에 나섰다.
“카톡 등 콘텐트 회사들이 LTE망을 이용해 돈을 버는 것에 섭섭한 면이 있다. 하지만 무임승차 논란을 핑계로 시대의 흐름을 외면해선 안 된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인터넷 음성통화 기능을 탑재한 보이스 오버(VoLTE)의 전국 상용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초’ VoLTE 서비스일 가능성도 있다. 콘텐트 업계에 수동적·부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능동적으로 그 시장을 이끌겠다. LTE망을 이용한 보다 진화된 데이터·콘텐트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겠다.”

-대선을 앞두고 요금 인하 여론도 거세다.
“일률적으로 통화료를 내리는 것은 반대다. 대신 천차만별의 요금제를 선보여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겠다. 고객 맞춤형 요금제다. TV를 예로 들자. 일반 화질의 값싼 제품을 원하는 손님이 있고, 초고화질 3차원 TV를 기대하는 고객도 있다. 통신도 일반 음질 통화에 만족하는 고객에겐 값싼 요금제를, 클래식 음악 수준의 초고음질 통화를 기대하는 소비자에겐 비싼 요금제를 권하면 된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티코를 살 것인지, 에쿠스를 탈 것인지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광운대 총장을 지냈다. 그래서 학교폭력에 관심이 많은가.
“지난달 30일 대전에서 열린 범태평양학회 총회에서 ‘스마트폰 시대의 학교폭력 예방’을 주제로 강연했다. 무선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 새로운 학교폭력으로 등장하고 있어서다. 또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활용하면 학교폭력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전국 35만 개 공공 CCTV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관리하고,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긴급 모니터링이나 도움 요청 등을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

-통신 CEO가 장애인협회장을 맡고 있다.
“2004년 정보통신부 장관을 마친 뒤 우연히 장애인재활협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장애인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아나. ICT는 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이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그런 위대한 업적을 어떻게 낼 수 있나.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ICT 덕분에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상철 서울대 전기공학과, 미국 듀크대 공학박사. KTF·KT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 광운대 총장. 2010년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의 통합 CEO.2011년 LG 통신 3사 합친 LG유플러스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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