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식시장, 그리스 공포 떨쳐야 바닥 신호 보인다

중앙선데이 2012.06.02 23:14 273호 2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코스피(KOSPI) 지수가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간 13% 떨어져 1800선에 간신히 걸려 있다. 이번 하락의 원인은 낯설지 않다. 그리스발 유럽 재정 위기다. 그리스 때문에 주식시장이 급락한 것은 벌써 세 번째다. 경제 규모로 볼 때 유럽 국내총생산(GDP)의 2%에 불과한 그리스가 매번 주인공으로 등장해 시장을 끌어내리는 데 대해 무뎌질 만도 한데 여전히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그리스가 시장을 공포에 빠뜨린 과정을 되짚어 보자. 우선 극심한 재정적자로 그리스 국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국채 금리가 폭등하고, 결국 구제금융을 통해 문제를 봉합했다. 하지만 그리스가 약속한 재정적자 감축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서 위험이 이탈리아·스페인까지 확산되었다. 글로벌 은행 시스템의 신뢰까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권에 무제한 대출을 해줬다. 그러자 유럽 문제는 한숨 돌리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리스가 “도저히 빚 갚기가 힘들다. 차라리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탈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면서 문제가 커졌다. 더구나 올해는 주요국 선거가 몰려 있는 터라 각국 정상들이 자기 나라 표심 눈치보고 앞가림하기 바쁘다.

이런 불안이 시장에 얼마나 반영돼 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 주식 투자에는 중요하다. 금융시장은 각종 이슈에 과잉 반응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주식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한 지표를 살펴보자. 코스피는 1800선을 기준으로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살펴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다.

PER은 현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눠 구한다. 8배는 과거 코스피의 PER에 비해 대체로 주식이 싼 영역에 들어섰다고 볼 만한 수준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주가 급락 때도 코스피의 PER이 8배를 밑도는 기간은 길지 않았다.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해 기업이 가진 자산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살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보자. PBR은 현 주가를 주당 순자산 가치로 나눠 구한다. 현재 코스피의 PBR은 1.1배로 유럽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지난해 9월 수준이다. 기업들이 자기자본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는지를 따져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어떤가. 현재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향후 이익 예상치를 대입했을 때의 ROE는 2008년 리먼 위기 때인 8.9%보다 낮은 8.5% 수준이다. 투자자들이 기업 이익을 낮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리먼 위기 때보다 훨씬 낫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지나친 저평가다. 한국 기업의 ROE가 평균 12% 정도로 평가되어 왔으니 평균보다 30%정도 추가 할인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지표들을 보면 주식을 사야 할 때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쉽게 그러지 못한다. 유사한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고 점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유럽 문제가 시장을 불안하게 해도 결과적으로는 단기 대응책이 나와 위기가 봉합되는 것을 몇 차례 학습했다. 그럼에도 투자를 주저하는 건 돈을 푸는 방법만으로는 현재 글로벌 경제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번진 때문이다.

미국이 금융위기를 헤쳐 온 것은 막대한 유동성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함께 가동한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유동성 공급 정책만 써왔다. 경기가 자생적으로 살아날 환경이면 유동성으로 효과를 내지만 금융위기로 냉골이 된 방(경제)에는 장작(유동성)만으로는 방이 데워지기 전에 얼어 죽는다. 발화를 돕는 번개탄(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

다행히 유럽도 성장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졸라맸던 허리띠를 풀고 성장 촉진정책을 쓰면 단기적으로는 재정적자가 다시 늘겠지만 중장기적으론 경기 회복의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유럽은 대규모 재정적자 감축안으로 인해 정부마저 소비를 하지 않으면서 실물경제는 침체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은 4명 중 1명이 실업자이고, 청년 중 절반은 일자리 없이 방황하고 있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세수가 준다. 실업수당 청구가 늘어나니 정부 호주머니는 더 얇아진다.

유럽 정치권에서는 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들에 대한 국민 지지가 오르고 있다. 따라서 성장과 고용을 구체화하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EU) 회의에서는 성장을 위한 논제가 나온다. 투자실무기구인 유럽투자은행(EIB)에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방안과 범 유로존 통합 채권을 발행해 국가 간 연결 기간망에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발행 규모는 미미하지만 향후 문제 해결을 위해 통합 채권의 본격 발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진일보한 정책이다.

유럽 경기침체가 가져온 수출 타격으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도 경기부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우 부동산과 투자 부분에 대한 과열조짐을 지난 2년간 억눌러왔지만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자 철도 건설과 물류 개선을 위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다시 가동하고 있다. 대만은 개인들의 주식 투자 이익에 대해 소득세를 감면하는 정책을 시행하려 하고, 인도는 3년 만에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유럽과 중국의 부진으로 시장은 성장에 목말라하고 있다. 이를 해소할 정책 지원이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30년 동안 주식시장은 미국 저축대부조합 연쇄파산, 일본 버블 붕괴, 멕시코 경제위기, 아시아 금융위기, 닷컴 버블 붕괴 등 숱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극복할 수 없을 것 같던 그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면서 성장해 왔다. 위기 해소 과정에서 희망을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황성택(46) 2008년 금융위기 때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뜻으로 ‘칭기스칸펀드’를 출시해 2년 만에 1조원의 자금을 모았다. 종목 선택에 있어 기업 탐방을 중시한다.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