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평창 올림픽 성공, 고객 만족에 달렸다

중앙선데이 2012.06.02 23:12 273호 22면 지면보기
2018년 강원도 평창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대한체육회장으로서 머리에서 늘 떠나지 않는 숙제다. 거창한 일이 많을 것 같지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한 데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각국 선수단과 관람·관광객의 의식주와 이동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전산시스템이 첨단화하고 대회 시설 및 운영에 관한 노하우 역시 쌓일 만큼 쌓여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 정보기술(IT) 하면 한국 아닌가.

올림픽 경영학

선수와 관객의 만족감은 첨단 시설과 시스템보다는 먹고 자고 돌아다니는 기본적 욕구 충족에 달렸다. 이런 데서 불평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면 아무리 성대한 올림픽이라도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1980년대부터 올림픽을 많이 다녀봤지만 선수단과 관람객들을 불편하게 한 올림픽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기본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다음의 다섯 가지만 잘하면 틀림없이 성공 올림픽 소리를 들을 것이다.

첫째는 교통이다. 서울·수도권과 평창을 한 시간에 잇는 철도 등 교통인프라가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가 관건이다. 평창 올림픽은 여러 경기장 간 거리가 역대 어느 대회보다 가까운 편이다. 하지만 평창 지역의 도로가 비좁아 그 안에서 체증이 걸릴 수 있는 점은 해결과제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때 일방통행로를 하루가 멀다 하고 바꾸는 통에 애먹은 경험이 있다.

둘째는 숙박이다. 호텔 투숙객은 영원한 불평불만 분자들이다. 숙박시설 부족도 문제다. 호텔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올림픽 개최 기간에 현지 러브호텔까지 우선적으로 동원하는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셋째는 음식이다. 구내식당에서 선수들에게 질리지 않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외국인 관람·관광객들에게 부담 없는 글로벌 스탠더드 식사를 제공하도록 애써야 한다. 우리 고유의 문화를 홍보한다고 한식을 너무 강요하지 말자. 평창을 방문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을 여러 번 맞아봤는데 온돌방 한정식집에서 접대했더니 불편해 하는 사람도 많았다. 책상다리를 잘 못해 벽에 기대서 다리를 뻗기 일쑤였다. 수십 가지 반찬에 상다리 휘도록 나오는 한정식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적지 않았다. 특히 문어숙회처럼 서양인들이 기피하는 음식이 나왔을 때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이 많았다.

넷째는 언어소통이다. 2008년 베이징 여름 올림픽은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지만 언어소통에는 가장 실패한 대회라는 소리를 듣는다. 급한 일이 있어 진행요원을 불렀는데 영어만 쓰면 도망가기 일쑤였다. 우리도 내년부터 7개 분야에서 1500명의 진행요원을 뽑아 교육을 시킨다. 외국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없는 요원으로 키울 생각이다.

다섯째는 다들 말하기 꺼리는 불편한 진실, 화장실 문제다. 올림픽에서 참가자들을 괴롭혀온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이동식 화장실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다만 화장실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우수해 걱정이 덜 된다.

5대 과제에 덧붙일 것은 주최국 성적이다. 사마란치 IOC 전 위원장은 성공적 올림픽의 양대 요건으로 원만한 대회 조직·운영에 개최국의 좋은 경기성적을 꼽았다. 올림픽을 여는 나라의 성적이 잘 나와야 국민이 신바람나서 대회를 열심히 성원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구 육상대회는 관중 면에서는 역대 최다인 45만 명을 동원한 성공작이었다. 하지만 주최국이 메달 하나 따지 못한 드문 대회로 기록됐다.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키지 못했다.

또 한 가지, 우리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의 강세로 그동안 겨울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다만 북반구 선진국 겨울 스포츠의 총아인 스키 분야에서 절대 약세다. 그래서 프리스타일이나 스노보드 쪽에 특화해 메달을 노려봐야겠다. 컬링도 짧은 역사에 비해 가능성이 있다. 젓가락을 쓰는 문화 때문인지 손맵시가 중요한 컬링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다음달 열리는 런던 올림픽은 베이징 올림픽 때처럼 금메달 10개 이상을 따 종합순위 10위 안에 드는 ‘10-10(텐텐)’이 목표다. 특히 태권도가 계속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남을 수 있을지 판가름할 대회이기도 하다. 태권도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스포츠 외교도 열심히 펼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이번 대회의 특기할 만한 점은 한국 올림픽 선수단 사상 처음으로 현지 훈련캠프를 차린다는 점이다. 런던 브루넬 대학 기숙사와 식당을 통째로 빌렸다. 신체리듬이 한 시간 시차를 극복하는 데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현지 적응을 잘해 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앙일보가 운영하는 최고경영자 과정 J-포럼에서 박용성 회장이 지난달 30일 특강한 내용.)

정리=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