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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적표, ‘마지막 줄’ 아니라 ‘마지막 세 줄’ 봐야

중앙선데이 2012.06.02 23:10 273호 23면 지면보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Q.이제 사회공헌은 이윤추구처럼 기업의 필수적인 활동이 된 것 같습니다. 사회공헌도 능률을 따질 정도로 분화, 진화하고 있습니다. KB금융그룹의 사회공헌 전략은 무엇인가요? 중소기업의 사회공헌은 어때야 하나요?

경영 구루와의 대화<13>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⑤·끝

A.“경영자의 유일한 책임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1970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렇게 설파했습니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두답게 기업의 존립 목적은 이익을 최대한 창출하는 것이라는 신념이죠. 특히 재무관리를 하는 이들에게 이 말은 금과옥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영학 이론도 바뀐 것 같습니다. 이익 추구는 기업의 영원한 본질이겠지만 그것에만 몰두해선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아마 다국적 기업의 등장과 관계가 많을 겁니다. 글로벌 기업은 해외 비즈니스 비중이 큽니다. 역사와 인종과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장사를 하면서 돈벌이에 너무 치중한다면 좋은 소리 못 듣겠죠. 19세기 서구 열강의 식민지 시대를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죠.

미국의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스타벅스가 콜롬비아 등 개발도상국 커피 농장을 착취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 한 예입니다. 결국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인증 원두를 구매하기로 정책을 바꾸고 점차 그 비중을 확대해 기업 이미지 개선에 나섰습니다. 스위스 네슬레가 아프리카에서 이 회사 아기 분유를 물에 타 먹는 광고를 시작했는데 예기치 않은 장벽에 부닥쳤습니다. 많은 우물이 오염돼 분유를 타 먹을 물이 부족했던 것이죠. 유럽계 정유사 로열더치셸은 원유를 실어 나르는 유조선이 기름을 유출하는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가 됐고 피해국 사람들은 해당 기업을 성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물건을 많이 팔아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시대입니다.

이런 변화를 겪으면서 주주(stockholder) 자본주의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범주엔 기업의 임직원과 협력업체, 소비자·지역사회·시민단체 등이 두루 포함됩니다. 1990년대 스타벅스의 불공정 무역에 대해 처음 문제를 제기한 것도 글로벌 익스체인지라는 비정부기구(NGO)입니다. 저는 우리나라도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이 주요 전략이고,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도모하지 않는 회사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이제 사회공헌은 이윤추구 못지않게 기업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핵심 화두가 됐습니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대기업은 더욱 그렇습니다. 기업이 착해져서라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해 사회에 눈을 돌린다고 보는 쪽이 맞을 겁니다. 장기적인 이익 극대화는 적절한 사회 기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회공헌이 확산되면서 이것 역시 경쟁과 혁신이 필요해졌습니다. 과외활동이 아니라 경영활동의 하나가 된 것이죠. CSV는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고안한 것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개념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부와 후원 활동을 넘어서 빈곤·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섬으로써 사회 발전에 기여하면서 기업 수익성도 높이자는 것이 CSV의 골자죠. 포터 교수는 이런 변화를 진화로 설명합니다.

기업이 이익 극대화를 추구한다고 할 때 흔히 ‘마지막 줄(bottom line)’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마지막 줄이란 손익계산서의 말미에 기록되는 세후순이익을 가리킵니다. 이 마지막 줄만 보면 해당 기업의 경제적 성과를 한눈에 알 수 있죠. 요즘은 ‘마지막 세 줄(triple bottom line)’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경제적 성과 외에 사회적 성과와 환경적 성과까지 챙겨야 한다는 뜻이죠. 오늘날 경영자는 이 세 가지 성과를 두루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랑받고 지속가능한 기업이 됩니다. 스타벅스가 소득이 높지 않은 나라들에 진출해 한 잔에 5000원 안팎의 비싼 커피를 파는 건 뭔가 잘못된 듯한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커피 원두 관련 공정무역을 하고 환경보호에 힘쓴다는 이미지를 구축해 이런 인식을 완화시켰습니다.

사회공헌활동은 업(業)의 특성을 살려야 합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래야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더 되지요. 가령 금융회사는 금융 소외계층의 자력갱생을 지원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credit), 즉 미소(美少)금융을 통해 기여할 수 있겠죠. KB국민은행도 KB미소금융재단을 꾸렸습니다. 이 밖에 국제적 경쟁력을 갖췄지만 자본과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강소기업, ‘히든(Hidden) 챔피언’을 발굴해 지원하는 동반성장 프로그램 ‘KB 히든 스타 500’이란 공헌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148개 기업을 발굴했고, 내년까지 총 500곳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술과 사업성이 뛰어나 성장 잠재력이 큰 중소·중견 기업들이죠. 이런 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도 돕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초·중등 학교의 경제교육이 미흡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린이·청소년·대학생을 건강한 경제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한 경제교육을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노후 세대의 복지 증진을 위한 시니어 경제·금융 교육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인난을 겪는 중견·중소 기업과 구직난을 겪는 청년들을 이어주는 ‘KB굿잡’은 고용 증진을 위한 KB금융그룹의 독보적 활동이죠.

사회공헌활동은 각 분야의 선도 회사들이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특히 이런 회사들이 각종 지원에서 소외된 분야를 찾아 돌봐야 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우리도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서 비인기 종목인 체조·피겨 스케이팅·사격을 지원했습니다. 이들 종목에서 김연아 선수 같은 걸출한 선수도 배출했고요. 컬링은 우리가 지원한 팀이 한 달 만에 세계 4강 안에 드는 쾌거를 이뤘죠.

중소기업의 경우 여건이 좀 어렵더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사회공헌에 힘써야지요. 일례로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봉제회사들은 공장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평화봉사단 같은 해외 자원봉사단체가 가장 많은 나라가 미국입니다. 2위는 일본, 우리나라가 3위입니다. 저는 이런 활동이 국가 차원의 CSR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금융회사가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현지 은행을 인수합병(M&A)해야 합니다. 이때 싱가포르처럼 국부펀드가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 아프리카 및 남미 국가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이 펼치는 활동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에 앞선 인프라 구축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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