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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의 Car Talk 브랜드 이야기 ⑪ 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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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신기술과 고급차의 역사라면 포드는 자동차 역사 그 자체다. 20세기 초반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을 뿐 아니라 가장 미국적인 차를 만들어왔다. 포드 차는 실용적이고 편안하다. 트렁크와 스위치는 큼지막하고 시트는 푹신하다. 장거리를 달리도록 대형 엔진과 대용량 에어컨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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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역사는 자동차 역사다. 자동차 기술자였던 헨리 포드는 1896년 자전거 바퀴에 2기통 휘발유 엔진을 장착하고 4륜 마차의 차대를 얹었다. 처음 만든 자동차였다. 그는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예감하고 1903년 6월 디트로이트에서 11명의 직원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오늘날 연 매출 200조원 포드 그룹의 시작이다.
1908년 대중 차의 기념비인 ‘모델 T’가 나온다. 4기통 2.9L 엔진을 달고 20마력에 최고 속도는 68㎞를 냈다. 놀라운 점은 가격이다. 당시 경쟁 차는 2000달러가 넘었는데 T는 825달러였다. 평균 근로자 6개월치 월급 수준이었다.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대량생산 방식 덕분이었다. 경영학자들은 이를 ‘포드 생산방식’ 또는 ‘포디즘(Fordism)’이라고 명명해 지금까지 가르친다. 1924년이 되자 미국에서 1000만 대의 T가 도로를 메웠다. 당시 미 등록 차의 절반이었다.
포드는 22년 링컨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고급차 시장에 진출했다. 포드의 명차라는 링컨 콘티넨털의 토대다. 헨리 포드의 장남인 에드셀 포드가 자신이 타고 다닐 차로 제작한 대형 세단이다. 이후 콘티넨털은 미 대통령의 전용차로 명성을 날렸다. 70년대까지 미국의 ‘보수적 부자 차’로 통했다.
자유분방한 미 청년 문화의 아이콘 머스탱(mustang·야생마)은 64년에 나왔다. 당시 미국 가정은 성인 한 사람마다 한 대씩 차를 구입하는 세컨드 카가 확산됐다. 포드 상품담당 임원이던 리 아이어코카(훗날 크라이스러 회장이 된다)는 생애 첫 차를 구입하는 대학생을 겨냥했다. 젊은 층의 라이프스타일과 구매력에 맞춰 소형 스포츠카로 제작했다. 머스탱은 야생마 중 작은 조랑말(pony)에 비유되면서 ‘포니 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디자인도 젊은이들의 기호품인 코카콜라 병처럼 곡선을 많이 썼다. 젊은이가 있는 곳에는 머스탱이 늘 따라다녔다. 머스탱 대박이 나자 GMㆍ크라이슬러에서도 비슷한 소형 스포츠카를 내놨다. 크고 비싸서 레이싱에서나 볼 수 있던 스포츠카가 가정의 애마로 파고든 것이다. 이후 머스탱은 진화를 거듭해 500마력 이상 출력을 내는 대형 엔진을 단 미국 머슬카(고출력 차)의 상징이 됐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GMㆍ포드의 경쟁력이 일본·독일 업체보다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조직문화를 빗대 유행했다. 사무실에 뱀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까 하는 우스갯소리였다. 오너가 없고 명문대 MBA(경영학 석사) 출신이 득세하는 GM은 뱀을 잡기 위해 먼저 회의를 한다. 이후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안전하게 뱀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뱀 잡는 과정에서 다칠 때를 대비해 보험에 든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풍토를 비꼰 것이다. 포드는 창업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 회사다. 명령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전형적 톱다운 조직문화다. 대신 조직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 경직된 면이 있다. 포드는 우선 실무자들이 뱀을 어떻게 잡을지 회의를 열고 간부에게 보고한다. 간부급끼리 또 회의를 하고 경영진에 보고한 뒤 명령을 기다린다. 이윽고 지시가 떨어지면 신속히 움직인다.
이런 조직을 바꾸고자 빌 포드 회장은 2000년대 칼을 빼들었다. 보잉 출신 앨런 멀럴리를 영입해서다. 멀럴리는 우선 ‘회의로 입사해서 회의로 퇴사한다’는 포드 문화를 바꾸기 위해 시간만 끌고 능률을 저하시키는 ‘회의를 위한 회의’를 근절했다. 부서별로 1~2년씩 근무하고 옮기는 순환보직 제도를 없애 전문성을 키웠다. 소수 임원이 독점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다. 그 결과 포드의 전 직원이 회사가 처한 위기 상황을 절감했다. 사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그룹 내 고급 브랜드인 재규어ㆍ랜드로버ㆍ애스턴 마틴ㆍ마쓰다를 차례로 매각했다.
다음은 친환경차로의 방향 전환이다. 승용차 부문에선 기름 먹는 하마로 불린 4.0L 이상 대형 배기량 엔진을 모두 없앴다. 대신 출력을 높이는 터보 엔진 개발에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 대형 SUV 익스플로러에 4.2L 엔진 대신 240마력이 나오는 2.0L 터보 엔진을 달았다. 미 소비자들을 놀라게 하면서 대박을 쳤다. 더 이상 포드에 대형 엔진은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포드는 2015년까지 모든 승용차에 3.0L 이하 터보 엔진을 단다. 여기에 하이브리드ㆍ전기차로도 재빨리 방향을 전환했다. 보수적 기업문화로 유명했던 포드가 조직문화부터 경영체질을 확 바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