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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비틀스가 작가였다면 이런 걸 조각했을걸

중앙선데이 2012.06.02 20:55 273호 16면 지면보기
1 바이엘러 재단 정원에 설치된 ‘Split-Rocker’(2012), Stainless steel, soil, geotextile fabric, internal irrigation system, and live flowering plants, 1120.1x1181.1x1082㎝, Collection of the artist Jeff Koons
세계 최대의 미술 장터인 스위스 아트 바젤을 올해 찾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가 있다. 바젤에서 트램으로 20분 거리인 바이엘러 파운데이션에서 5월 13일부터 9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는 현대 미술계의 스타 제프 쿤스(Jeff Koons) 전시다. 피카소와 몬드리안, 자코메티 등 근현대 미술사 거장들의 전시를 주로 기획해 왔던 바이엘러 재단에서 쿤스의 전시는 뜻밖의 선택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2010년 타계한 바이엘러는 살아 생전 제프 쿤스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의 뒤를 이은 현 디렉터 사무엘 켈러는 그의 의지를 이번에 실현했다.

현대미술계 스타 제프 쿤스의 스위스 개인전

5월 11일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제프 쿤스는 “모더니즘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줘 왔던 바이엘러 파운데이션에서 그간의 미술사적 맥락의 연장선에서 내 작품이 조명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제프 쿤스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제작해 온 대표작 50여 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전시장은 쿤스의 대표적인 시리즈 ‘The New (새로움)’ ‘Banality (진부함)’ ‘Celebration (축하)’의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구성됐다.

2 바이엘러 재단 전시장 풍경. © Jeff Koons Photo : Mathias Mangold
라인(Riehen)의 자연 속에 자리잡은 바이엘러 재단의 고요함과 대조적으로 알록달록 형형색색 쿤스의 작품들은 그간 쿤스의 작가로서의 행적을 자축하듯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바이엘러 재단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잔디 위에 특별히 7만여 개의 꽃으로 이루어진 공룡과 개를 합쳐놓은 듯한 동물 머리 모양의 조각을 제작했다.

3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제프 쿤스. © Jeff Koons Photo : Matthias Willi
레디메이드 오브제를 이용한 마르셀 뒤샹의 작품세계의 연장선에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대하는 오브제들을 예술 작품으로 제작하는 쿤스는 팝아트를 가장 평범하고 또 의도적으로 저속하기까지 한 형태로 끌어내리면서 ‘키치의 황제’라는 자극적인 별명까지 얻었다.
게다가 경매에서 하늘을 찌를 듯 치솟는 그의 작품 가격은 그를 “별 볼일 없으면서 미술시장의 투기 바람에 안겨 비싸져 버린 작가”라는 악명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 작품들을 통해 예술에는 상하관계가 없다는 것과 어떤 절대적인 잣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예술작품에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작품과의 거리를 만들고 이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자유로움을 저해한다.”

4 ‘Balloon Dog(Red)’, (1994~2000), High chromium stainless steel with transparent color coating, 307.3x363.2x114.3㎝,European private collection, © Jeff Koons Photo: Jeff Koons Studio, New York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세 가지 시리즈의 의미와 제작 과정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는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한 신념이 무엇인지 들려주었다.
“나는 내 자신 밖으로 나가고 싶었고, 내 스스로를 발견하는 이상의 그 무언가를 원했다. 그리고 나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나에게 예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내부의 삶이 밖으로 나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고, 그 과정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질문을 하고 흥미를 갖는 과정이며, 모든 것은 보다 높은 차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은유다.”

1980년부터 87년까지 그가 제작한 레디메이드 시리즈인 ‘더 뉴’ 섹션에서는 단 플래빈의 미니멀리즘과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를 조합한 청소기 시리즈가 전시됐다. 미대에서 공부하던 시절 초현실주의와 다다, 그리고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에 대해 매료되었던 그는 그림을 멈추고 그저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오브제들을 사모으면서 이들을 이용한 작품들을 제작하게 되었다. 그에게 청소기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동시에 공유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보다 복합적인 오브제였고, 그래서 강한 존재감을 지닌 사물로 새롭게 인식됐다.

“당시 나는 시각적으로 매우 강한 임팩트를 가지면서 동시에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또 레디메이드를 이용해 일종의 지적인 대화를 던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는 한시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에 강한 시각적 존재감을 부여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 오브제들이 영원을 일깨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나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싸구려 도자기 소품들을 큰 규모로 제작한 1988년도의 ‘바날리티’ 시리즈에 대해서는 이렇게 밝혔다.
“나는 비틀스가 작가였다면 만들었을 조각들을 만들었다. 아무도 비틀스의 음악이 숭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음악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다.”

쿤스는 고고한 하이 아트가 대중에게 군림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는 대중들이 친숙하게 자신들 스스로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를 원했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제작되고 있는 ‘셀레브레이션’ 섹션은 쿤스의 그러한 바람을 가장 잘 담아낸 곳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시리즈 작품인 풍선 강아지(Ballon dog), 행잉 하트(Hanging Heart), 달 (Moon) 등의 조각 작품들과 사진을 캔버스에 투사해 팝아트적인 경쾌한 이미지로 그려내는 회화 작품들이 전시됐다.
대표작인 풍선 강아지(Ballon dog)에 대해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는 매우 아름다운 사물이다. 반사되는 재료를 이용해 만든 이 오브제는 보는 사람들을 비춤으로써 이들 존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우리의 생각과 야망, 욕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이 전시장에 진열된 내 작품들은 비어 있다. 이 작품들에는 창작과 제작의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생각과 노력이 들어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 안에 예술은 없다. 예술은 관람자들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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